[티와들보] 전통문화와 기독교
[티와들보] 전통문화와 기독교
  • 임상필 목사
  • 승인 2020.12.0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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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었지만 제가 유학할 때 내가 다닌 신학교는 매주 화요일에 교수와 학생 직원들, 학교 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린 것이 생각납니다. 그 예배는 목회자 후보생들을 교육 훈련하는 교역학석사( M Div)과정의 학생들이 주관하였습니다. 특히 설교는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이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주의 예배 설교자로 정해진 학생이 자신이 기도하면서 계획한 예배 순서를 따라 아주 특별하게 드렸습니다. 예배 전체를 주관하는 설교를 맡은 학생은 자신의 신앙적 배경 등을 고려하여 정성스러운 예배를 준비했습니다.

어떤 학생을 아주 보수적인 입장에서 전통적인 예전에 근거하여 엄숙한 예배를 진행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학생은 진보적인 입장에서 그 당시에 큰 이슈가 되는 주제들을 예배 안에서 신학과 신앙적으로 재조명하며 기독교인으로서 가져할 태도를 깨닫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해외 여러 나라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주관하는 예배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리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며 그들의 고유의 문화적 토대 안에서 준비하였기에 서구 기독교 예식만을 보고 자랐던 내게는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실례로, 아프리카에서 유학 온 학생들의 예배를 참여하면 마치 토속 아프리카의 종교 의식을 보는 착각을 일으키시기에 충분했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의 예배의식을 보면 나름대로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화가 뚜렷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유독 우리 한국 기독교에서는 한국적인 전통적 문화는 찾을 수 가 없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선교 초기의 상황이 상당히 반영되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됩니다.

초기 서구 기독교 선교사들은 피선교지의 전통 문화에 배타적 선교방법을 활용했습니다. 기독인이 되는 중요한 일들 중에서 자신의 민족의 전통문화를 다 죄악시하고 배격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결과 한국 민족의 상징이며 자랑인 우리만이 가진 미풍양속을 미신적 신앙태도라고 멸시하고 죄악시하는 태도가 고착되었습니다.

제가 부목사로 사역하던 교회의 일입니다.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은 유교집안에서 훈육을 받으신 분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전통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시고 또 예배에 그 문화들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 오셨습니다.

그러던 중에 주일 낮 예배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풍물 악기인 징을 사용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예배의 첫 머리에 세 번 징을 치면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를 바라는 뜻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점잖은 교회였기에 큰 소리의 분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성도들이 불편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어떻게 기독교에서 불교나 무당들이 사용하는 징을 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 록 징의 그 은은하고 깊은 울림에 매료되면서 마음을 열고 어느 순서보다도 더 징소리를 편안하게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고백이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잘 아는 데로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시대의 특징들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중에 중요한 하나는 과거에 버려두었던 자신들만이 소유한 유일한 전통과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도들입니다.

이 세상에 어떤 문화도 뒤떨어지거나 수준이 낮은 미개인들의 것으로 격하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인으로서의 기독교인이고 아시아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기독교인입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도 한국 사람으로서 기독교인인 것입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 가장 최고의 세계화된 모습이라고들 말합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을 마음속에 새기고 한국의 아름다운 고유의 찬란한 전통과 문화를 기독교 안에서 잘 소화 시켜 한 차원 더 큰 가치를 지닌 새로운 한국의 기독교 문화로 자리를 잡도록 애를 쓰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한국의 있는 모든 문화와 전통은 한국 기독교를 새롭게 성장시키는 아주 중요한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임상필 목사 전 서울장신대 영성학 임마누엘하우스 담임목사
임상필 목사 전 서울장신대 영성학 임마누엘하우스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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