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신임회장 이경호 의장주교 기자회견,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
NCCK 신임회장 이경호 의장주교 기자회견,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0.12.0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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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 대한 다섯 가지 대응 방안 제시
질의응답 순서에 다양한 질문과 답변 나눠
NCCK 신임회장 이경호 의장 주교 기자회견 모습. 이신성 기자
NCCK 신임회장 이경호 의장 주교 기자회견 모습. 이신성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이하 NCCK) 제 69회기 신임회장 이경호 의장주교가 지난 4일 오후 2시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원래 지난 달 16일, NCCK 총회가 있은 후 바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총회 일정이 길어져 일정을 다시 잡아 진행됐다.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은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는 제69회 총회 주제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지난 한 해동안 겪은 아픔과 갈등, 혐오와 차별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하여 “오직 사랑만이 더 안전한 사회, 더 온전한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열악한 근무조건의 노동현실에 대한 지적과 벼랑 끝에 서 있는 인류의 문명 세계를 지적하며 생태위기의 문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NCCK의 대응 활동으로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일 △약자와 소수자의지지 △온전한 창조질서의 회복 △교회의 변화 △협력과 연대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기자회견문 발표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하여 NCCK와 가맹 교단의 의견 충돌 내지 다른 목소리에 대한 질문에 이경호 회장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서로 소통하며 절차와 과정을 세심하게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 기자회견문에 통일 운동과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국제관계 속에서 어려운 상황이며 호흡을 고르며 관심을 기울여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교회 변화에 대한 응답으로 신학교육을 새롭게 하는 것을 제시했는데, NCCK만의 커리큘럼인지 신학교와 연대하고 협력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에큐메니칼 신학을 신학교에서 공통적으로 공부하고 공유함으로써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에 빠지지 않는 일꾼 양성하기 위한 조율을 하겠다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맹 교단의 회비 납부에 대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교단장들이 적극 협력하기로 약속해서 잘 되리라 본다”고 답했다.

이번에 NCCK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이경호 의장주교는 한신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성공회대학교 사목신학연구원과 신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성공회대학교 이사장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 이사장, 대한기독교서회 이사를 맡고 있다.

다음은 NCCK 신임회장 이경호 의장주교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 자 회 견 문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시편 34:14)

제가 교회협 제69회기 회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고, 지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본회가 실천해야 할 선교과제를 수행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본회는 제69회 총회 주제를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로 정했습니다. 주님께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시는 새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 없이는 어떠한 위기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어 사랑하고 보듬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고 하나님과 피조세계 전체를 섬길 수 있음을 더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우리 사회는 혐오와 차별로 많은 아픔과 갈등을 겪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입니다. 우리는 이태원의 확산 사례에서 외국인과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는 것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의 발생한 감염사례들이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면서 교회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뼈아픈 경험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보면서 혐오와 차별은 어떤 의미에서도 우리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더 안전한 사회, 더 온전한 평화를 향해 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팬데믹 상황에서 폭증한 업무로 인해 운송과 배달업 등에 종사하는 분들이 쓰러지는 안타까운 소식을 많이 접하였습니다.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을 하는 열악한 근무조건의 노동현실을 재차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50년 전 아름다운 청년 노동자 전태일 열사의 죽음이 있었지만 노동현장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무수한 이웃 노동자들의 죽음은 우리의 양심과 신앙을 부끄럽게 합니다.

지금 인류의 문명세계는 벼랑 끝에 서있습니다. 기후학자와 환경운동가 그리고 미래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해온 자본주의의 견고한 성벽은 스스로의 모순을 이기지 못한 채 붕괴되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현재의 팬데믹 역시 생태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장의 안락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해 온 우리의 인간중심의 이기적인 문명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경고와 같습니다. 긴급하게 문명의 생태적 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현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의 학살자로서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1.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교회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더 깊은 관계를 맺으며 하나님의 영을 따르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영을 따른다는 것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세계에서 벗어나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초월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협은 하나님의 영을 따라 세상의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하는 일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정치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 군사적 대립, 자연의 파괴를 넘어 ‘서로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고 모두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힘쓰겠습니다.

2. 약자와 소수자의 지지자가 되겠습니다.

교회는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자기 땀의 열매마저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농민들, 여전히 사회적 소수로 취급받는 여성과 어린이들, 기본적인 존엄과 생존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주민들, 온갖 차별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과 여러 소수자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협은 이 시대의 약자와 소수자들이 저마다 삶의 주체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교회협은 약자와 소수자들의 편에 서서 교회의 사랑으로 돌보며 지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3. 온전한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일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교회는 하나하나의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관을 일깨워야 할 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서로 얽혀 존속하는 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이를 위한 실천에 헌신하여야 합니다. 교회협은 피조세계 전체가 탄식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온전한 창조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힘을 다할 것이며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하여 이번 회기 최우선 순위의 사업으로 삼을 것입니다.

4. 교회의 변화를 위해 일하겠습니다.

팬데믹 속에서 교회가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릴 것이냐 오프라인으로 드릴 것이냐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고통 속에 놓인 이웃과 세상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가 교회의 제1고민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교회의 회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교회협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공동체의 예배를 새롭게 하는 것, 하나님의 자녀로서 삶의 동등성을 인정하는 교회의 직제로 변화하는 것, 신학교육을 새롭게 하는 것 등의 실천에 노력하겠습니다.

5. 교회협의회의 설립 목적과 정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대한성공회는 교회협의회 설립 초기부터 교회 일치와 연합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교회협의회에 속한 교단들은 저마다 소중한 역사와 전통, 신학 그리고 신앙이 있습니다. 교회협의회 가맹 교단들은 서로에게서 배워야 하고 더 겸손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합니다. 교단마다 다양한 입장과 주장이 있지만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새기고, 함께 영적인 분별과 식별을 통해서 더 큰 뜻을 위해 협력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이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나서는 길에 많은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12월 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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