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진리에 얼마나 몰입하였나?
과연 우리는 진리에 얼마나 몰입하였나?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4.2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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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순례 12, 케이티 해프너의 『굴드의 피아노』를 걷다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lenn Herbert Gould)는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특이하면서도, 인지도 있는 피아니스트다. 글렌 굴드가 유명해진 시기는 그가 1955년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해서 그 이듬해 음반으로 출시하고 나서부터였다. 글렌 굴드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해서 음반으로 출시하기 전까지,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피아노 곡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변주곡은 연주하기 난해할 뿐만 아니라, 쇼팽과 리스트의 피아노 곡처럼 격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렌 굴드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하여 음반을 출시하고 나서부터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향한 세간의 평가는 완전히 바뀌었다. 바흐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창조하였다면, 글렌 굴드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완성하였다. 글렌 굴드가 없었다면,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글렌 굴드의 무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첫 2마디가 돌에 새겨져있다. 위키미디어 갈무리
글렌 굴드의 무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첫 3마디가 돌에 새겨져있다. 위키미디어 갈무리

 

 

미국의 저널리스트 케이티 해프너가 쓴 『굴드의 피아노』는 글렌 굴드의 생애를 담은 일종의 평전이다. 그런데 『굴드의 피아노』는 여타 평전처럼 지루하게 글렌 굴드의 생애를 연대순으로 나열하지 않았다. 케이티 해프너는 『굴드의 피아노』에서 글렌 굴드의 삶을 글렌 굴드가 가장 사랑했던 피아노 ‘스타인웨이 CD 318’과 피아노 조율사 ‘샤를 베른 에드퀴스트’와의 은밀한 삼각관계 속에서 조망한다. 살아 생전에 글렌 굴드는 여간 까다로운 피아니스타가 아니었다. 그는 현재에도 가장 유명한 수제 피아노 브랜드 스타인웨이(Steinway)의 본사에 여러 번 찾아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피아노를 찾으려고 오랜 시간을 소모했다. 그러나 그는 스타인웨이의 모든 피아노를 다 쳐봐도 자신의 민감한 피아노 터치에 부합하는 피아노를 찾지 못해 실망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운명적으로 ‘스타인웨이 CD 318’을 발견하고, 이 피아노와 사랑에 빠졌다. 글렌 굴드는 이 피아노와 함께 대부분의 음반을 녹음했고, 심지어 외부로 순회공연을 갈 때도 이 피아노와 동행했다.

『굴드의 피아노』에는 글렌 굴드가 얼마나 특이하게 피아노를 치는지 잘 묘사되어 있다. 글렌 굴드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 자신의 연주에 완전히 몰입하여 무의식적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이 콧노래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냐면, 엔지니어가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 녹음을 편집할 때 이 콧노래 소리를 완전히 제거하는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글렌 굴드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지경에 이르러 완전히 피아노 연주에 몰입하였다. 글렌 굴드가 실제로 어떻게 피아노를 쳤는지 보고 싶은 사람은 유튜브에 글렌 굴드를 검색하면 그의 연주실황을 볼 수 있다. 누구라도 그의 연주실황을 보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아마 그처럼 피아노 건반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콧노래를 부르며 섬세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은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으리라.

『굴드의 피아노』를 다 읽고 나면 우리는 과연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향하여 얼마나 집중하였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신약에서 사도 바울은 ‘내 안에 사는 이 그리스도니, 나의 죽음도 유익하다’라는 자기고백을 한다. 이 자기고백은 사도 바울의 심령에 성령을 통한 그리스도의 내주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말로 사도 바울 자신이 그리스도에게만 오로지 집중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피아노 없는 글렌 굴드를 상상할 수 없듯이, 그리스도 없는 사도 바울을 상상할 수 없다. 이 세상은 오늘도 우리가 그리스도에게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와의 소통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사람과의 소통을 훨씬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 만물이 다시 소생하는 이 봄날에 산과 들로 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은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가 세상과 나는 간곳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게 도와줄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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