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목회모델] 박종배 목사(강릉하늘뜻푸른교회), “나답게, 그리고 서로 함께 세우는 교회”
[미래세대 목회모델] 박종배 목사(강릉하늘뜻푸른교회), “나답게, 그리고 서로 함께 세우는 교회”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0.11.13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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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목. 보고서5]
매월 일하는 목회자를 시리즈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강릉하늘뜻푸른교회 목사로 대리운전, 택배, 부식배달을 하는 일하는 목회자로 사역중인 박종배 목사. 박 목사 제공

 

대리운전, 택배 등 담당하며

강릉에서 일하는 목회자로

일하는 곳이 곧 사역지이자

만나는 이들이 성도가 되는

목회는 ‘관리’가 아닌 ‘관계’

강릉하늘뜻푸른교회 담임 목사인 박종배 목사는 강릉에서 대리운전을 한다.

대리운전을 하러 간 어느 날, 지역 모임에서 만난 한 장로를 고객으로 만났다. 박 목사는 한눈에 그 장로를 알아봤지만 그 장로는 박 목사를 알아보지 못했다. 술 마신 그 장로는 차에 오르자 음악을 틀어달라고 했다. 음악 재생 버튼을 눌렀더니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 장로가 울며 찬송가를 따라 불렀다.

그 장로의 집 앞에 도착해서, 박 목사는 자신이 목사임을 밝혔다. 그랬더니 그 장로가 미안해하며 대리운전비 7천 원에 6만 원을 더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목사님께는 내가 술 마신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그 장로가 부탁하지 않아도 고객 정보는 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걱정말라”고 안심시킨 박 목사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대리운전을 하기 위해 나갔더니 고객이 또 그 장로였다. 이번에도 그 장로는 미안해하며 대리운전비에 5만 원을 더 주며 같은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자꾸 목사님을 만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 것 같은데, 다음에 또 만나게 되면 목사님 교회로 옮기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목사는 그 장로를 다음에 또 만났을까? 아니다. 후문에 의하면 그 장로가 대리운전업체를 옮겼다고 한다.

일하는 목회자로 대리운전, 부식 배달, 택배 일을 하고 있는 박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역자 출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력에 현재를 비교하며 “왜?”라고 묻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세계최대교회’일 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부교역자들이 사역하는 대기업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교회를 개척하게 되면 개척지원금을 2억 정도, 1년 6개월 사례비도 지원해준다.

그런 것들을 고사하고 특별한 부르심에 순종한 박 목사는 2012년 6월 창립예배를 드렸다. 박 목사의 포부는 “최고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있으면서 귀가 닳도록 들었던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말을 이뤄보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에선 날라오는 고지서들은 그대로 쌓이고, 개척 9개월 만에 개척 멤버들인 3가정이 떠났다. 당시 고1, 중3이었던 자녀들 수학여행비며 학자금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으로서 자녀들에게 넉넉지 못한 것도 박 목사에게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생계 때문에 일하는 목회자에 합류하게 됐지만 그로인해 박 목사가 경험하게 된 신앙체험은 그의 목회 철학과 가치관을 뒤집었다.

“일을 시작하고 한 달 정도 예배 시간에 봉헌기도를 드릴 때마다 울었다. 성도들이 힘들게 번 돈을 헌금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제서야 가슴으로 느꼈다. 그들의 헌금을 축복하며 기도하는 마음의 간절함이 전보다 백배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택배와 부식 배달을 하면서 어려운 일들을 당하는데, 성도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울컥한다. 그리고 교회 재정을 집행할 때 3번은 망설이게 된다. 일을 하고 나서 생긴 버릇이다.”

성도들을 대하는 박 목사의 태도도 달라졌다. 전에는 성도들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관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도들에게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지시하는 관리에서 이제는 같이 울어주고 같이 기뻐해주는 ‘관계’를 맺게 됐다.”

또, 교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도 달라졌다. 교회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건물과 강단이 있어야 된다는 전형적인 사고가 깨졌다.

“성도라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야 되는데 우리는 교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목회를 하고 있다. 대리운전과 부식배달, 택배를 하면서 더이상 나의 성도가 교회 사람들로만 국한된 게 아니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목회의 대상이 되었다. 처음엔 대리운전을 하러 갈 때 나를 알아 볼까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갔는데 마음이 자유해지면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이 보내주신 사람’으로 보인다.”

어느 날, 여의도순복음교회 후배 목사가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 목사 스스로가 처량해 보이던 날이었다. 박 목사가 일하는 택배회사는 큰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화물로 보낼법한 물건들을 택배로 배달하는 중이었다. 물건들을 싣고 있는데 택배차 앞뒤로 아이들을 태운 학원 차에서 동요가 흘러나왔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그날 아침 박 목사가 묵상한 말씀이 사도행전 1장 8절이었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말씀이 떠오르면서 마치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이 세상의 시작과 끝이라는 깨달음에 또다시 그의 일터가 곧 목회지가 되는 것에 감사했다.

강릉하늘뜻푸른교회 목사로 대리운전, 택배, 부식배달을 하는 일하는 목회자로 사역중인 박종배 목사. 박 목사 제공
강릉하늘뜻푸른교회 목사로 대리운전, 택배, 부식배달을 하는 일하는 목회자로 사역중인 박종배 목사. 박 목사 제공

현재 박 목사는 허리디스크 심화로 물리치료 중이다. 그만큼 일이 고됐다. 그럼에도 일하는 목회자로 지난 10월에는 ‘넵, 고객님! 대리운전 목사입니다’라는 책도 발간했다. ‘8년 차 개척교회 목사의 처절한 실패담, 그리고 사랑하는 한국교회에 고하는 사이다 같은 쓴소리’라는 부제처럼 일하는 목회자로서 당당하게 목회를 이어가는 중이다.

박 목사는 일하는 목회자들에게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한다”는 것과 “나답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가 올해 54살인데 매년 느낌이 다르다.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가는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가고 있다면 분명 영광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답게’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받아들이고 비 오면 비 오는대로, 눈 오면 눈을 맞으면서 걸어가면 된다. 분명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이 있다. ‘나답게’ 사역을 하다보면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하는 목회자가 되면서 박 목사의 설교 예화가 달라졌다. 전에는 ‘남의 얘기’가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자신의 얘기’가 곧 예화가 된다.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겪은 일들이 예화가 되어 삶을 나누게 됐다. 신앙인이자 목회자로 일터에서 살아가는 일상이 설교가 되는 것이다.

“전에는 성경 말씀이 2차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3D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삶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님이 너무 좋다.”

박 목사는 목회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나답게” 목회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일하는 목회자들에게 “세상의 어떤 목회자들보다 존경한다. 엘리야 선지자 시대에 바알에 무릎 꿇지 않은 7천 명이자 살아있는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답게’ 사역을 잘 감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 교단에선 여전히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 찬반이 분분하다. 사회의 시선도 ‘일하는 목회자’를 선뜻 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운 목회 환경에서 눈물로 기도만 하는 목회자들도 많다. 그런 이들에게 “일단 나오면 된다. 일터에 나가면 새로운 세계가 있다. 교회 안에서만 있으면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다. 맞춤식 부어주심을 경험하게 된다. 주변 눈을 의식하지 말고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용기 있게 나오면 된다”고 조언했다.

박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 “목회만 하시는 분들대로, 그리고 일하는 목회자로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 어우러지면 좋겠다. 의사나 변호사 하면서 목회하는 목사들은 좋게 보면서 나같이 대리운전하는 목사는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예수님은 누구나 똑같이 보셨다. 사람을 일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하는 목회자라는 차선이 하나 더 그려져서 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릉하늘뜻푸른교회 비전은 ‘서로 함께’다. 교회의 모든 결정권이 목회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성도들이 함께 교회의 모든 일을 집행한다. 박 목사는 “예수그리스도가 교회의 주인 됨을 모든 영역에서 인정하며, 목사의 독주가 아닌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 함께 주님 가신 그 길을 일상에서 살아내고자 한다”고 비전을 밝혔다.

 

강릉하늘뜻푸른교회 목사로 대리운전, 택배, 부식배달을 하는 일하는 목회자로 사역중인 박종배 목사. 박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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