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작은 자 한 명을 예수님 섬기듯 대접합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한 명을 예수님 섬기듯 대접합니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11.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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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교회 김재호 집사, 매주 자신의 사비로
마스크와 빵, 음료 구매해 어르신에게 나눠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에
죽기까지 순종하겠다는 각오로 매주 사역해
노점상 어르신에게 빵과 음료수, 마스크를 전달하며 안부를 묻는 김재호 집사. 김성해 기자
노점상 어르신에게 빵과 음료수, 마스크를 전달하며 안부를 묻는 김재호 집사. 김성해 기자

11월의 오후 3시. 해가 중천에 떠있지만 싸늘한 바람은 길거리 위 노점상들이 견디기 힘든 추위다. 경기도 안양 시장 골목 인근 노점상 어르신들은 외투와 팔토시, 장갑까지 꽁꽁 싸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추운 날씨 탓에 있는 힘껏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거나 조금이라도 추위를 피하고자 인근 건물 안으로 피신한다.

김재호 집사(충현교회 안수집사)는 이런 어르신들을 위해 수요일 오후가 되면 앙금빵과 따뜻하게 데운 음료수, 그리고 KF94 마스크를 준비한다. 그리고 노점상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씩 찾아가 안부를 나누며 ‘예수 믿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빵 두 개, 음료수 하나, 마스크를 손에 쥐어준다.

그의 나눔 사역은 집 근처에서 폐지, 박스 등을 줍는 어르신과 길바닥 위 노점상 어르신들을 보며 그들의 영혼을 구원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된 것에서 시작됐다.

김 집사는 “어르신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마침 마태복음 25장 40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과 동등한 위치, 혹은 그보다 윗사람들에게만 대접을 하려고 하는데, 정작 예수님께서는 낮은 자들을 섬기기 위해 이 땅에 오시지 않았는가. 그런 예수님의 모습과 이 말씀을 떠올리며, 예수님을 대하듯 어르신들을 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집사가 하루에 만나는 어르신은 약 30여 명 정도. 지난 1년 동안 그는 거의 매주 수요일이 되면 노점상 어르신들을 찾아가 복음을 전하고 있다. 처음 노점상 어르신들은 김 집사의 호의에 거부감, 혹은 부담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하며 안부를 나눈다.

그는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흡사 ‘자신에게 뭔가를 팔아먹으려는 장사꾼이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왜 나한테 이런 것들을 주느냐’는 질문을 하며 경계하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매주 안부를 물으며 다가가자 어르신들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셨다”고 말했다.

노점상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김재호 집사가 건네는 빵과 음료수 등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한다. 김성해 기자
노점상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김재호 집사가 건네는 빵과 음료수 등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한다. 김성해 기자

이 날도 김 집사는 노점상 어르신들 옆에 앉아 “다른 것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오직 예수님만 믿으면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어르신들 중 이 모 씨 할머니는 “교회에서 상처를 받은 뒤 마음을 닫고 교회를 안 나가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교회에 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김 집사가 빵과 음료수를 나눠주면서 ‘예수 믿으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어르신 이 모 씨는 교회에서 헌금(회비) 등의 문제로 상처를 받아 예배당에 나가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집사의 ‘이 자리에서 드리는 것도 예배’라는 말에 위안을 받게 된 것. 김재호 집사는 어르신들에게 꼭 교회 예배당에 나가는 것만이 예배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며 그들을 위로한다.

그는 “노점상 어르신들 중 3분의 1은 아예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으시지만 3분의 1은 교회에서 상처를 받아 예배당에 안 나가는 분들이시고, 또 다른 3분의 1은 교회는 다니지만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회에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라며 “그러나 예배가 꼭 교회 예배당에서 드리는 것만이 예배가 아니다. 예배의 뜻을 검색해보면 히브리어로 ‘아바드’, 봉사, 섬김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영어로는 ‘service'라고 표기하는데 이 역시 해석하면 봉사다.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꼭 예배당에 나가는 것만이 예배가 아니라, 이 자리에서 내가 어르신들에게 했던 것처럼 어르신들도 이 자리에서 남을 위하고 섬기면 그것이 예배라고 말한다”고 고백했다.

김재호 집사가 평일 낮에 어르신들을 찾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야간에 근무하는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가 알츠하이머 말기 환자이기 때문에 낮에는 자신의 아내를 케어하고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는 택배 물류센터에서 야간 미화원으로 근무하는 것이다.

일주일 중 화요일과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야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그에게 수요일은 5일 동안 지친 기력을 회복하며 쉼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주 수요일 오후만 되면 미리 사다놓은 음료수 캔을 따뜻하게 데워서 마스크와 함께 수레에 담아, 빵집에서 갓 구워진 빵과 함께 노점상 어르신들을 찾아간다.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김 집사는 “마태복음 22장 36-39절을 보면 나 자신의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첫째 되는 계명이고,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둘째 계명이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예수님도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나도 그 말씀에 죽도록 충성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 성도들도 서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상대방을 내 몸같이 사랑하여 믿음으로 하나 되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김 집사는 “로마서 1장 30절을 보면 자랑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사형죄에 해당한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 예전에는 이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이 구절을 절실히 이해하게 됐다”며 “누군가의 자랑이 상대방에게는 한 대 얻어맞는 것만큼의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서로가 질투하지 않고 사랑하며, 나와 내 가족, 내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는 믿음의 성도들이 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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