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정운 장신대 명예총장, “항상 배우나 끝내 진리의 지식에 이를 수 없느니라”
[인터뷰] 서정운 장신대 명예총장, “항상 배우나 끝내 진리의 지식에 이를 수 없느니라”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0.11.13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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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욕심이 흐리게 한다.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게 한다
외형적인 성과, 사람들의 평가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고난, 자기희생, 손해 이런 것들을 각오해야 한다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 15대, 16대 총장을 역임했고 명예총장인 서정운 목사가 에세이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요세미티)를 11월 1일 출간했다. 선교사와 교수로 사역하였던 저자의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연륜과 통찰이 담긴 글과 말을 통해서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대담자 이신성 기자

장신대 명예총장 서정운 목사. 이신성 기자
장신대 명예총장 서정운 목사. 이신성 기자

Q. 이번에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라는 제목의 에세이 책을 출간했는데, 기억, 추억 등 다른 단어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A. 책 서문에서 이야기했듯, 병원에 갔다가 병원에 걸린 글귀를 읽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야기들이다.” 추억, 기억 모두 하나의 개념이고 생각인데, 구체적으로 추억하거나 기억을 나누려면 그게 이야기이다. 추억이나 기억보다 이야기가 좋다고 생각해서 사용했다.

Q. 책에서 지적했듯 한국 개신교의 가장 큰 문제라면 신언행불일치(信言行不一致)이다. 믿는 것 따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현실에서 믿음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

A. 신언행일치하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 노력하자는 뜻이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의 말씀에 단순히 순종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외 설명은 변명이고 합리화이고 자기정당화될 수 있다.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하다. 우리 상황이 복잡하다고 할지라도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 양심의 판단과 이성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찬송하고 묵상하는 사람은 대체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한국개신교가 성경도 많이 읽고, 예배도 많이 드리고, 성경 공부도 많이 하고, 성경 지식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성경을 보고 예배드리고 이해를 하는데 의외로 생각이 다르고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극단적으로 달리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방금 ‘대체로 비슷하다’는 말씀과 다른 것 같다. 같은 하나님을 믿고 같은 성경을 보는데도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는?

A. 욕심 때문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이 성경 말씀을 떠올린다. 디모데후서 3장 7절에 보면 “항상 배우나 끝내 진리의 지식에 이를 수 없느니라”고 되어 있다. 한국교회가 새벽기도, 수요기도회, 금요철야예배, 성경공부반, 제자훈련, 주일예배 등 얼마나 모이기에 힘쓰며 많이 배우나? 항상 배우지만 진리의 지식에 왜 이를 수 없나? 그 앞의 구절을 보면 “여러 가지 욕심에 끌린 바 되어”라고 되어 있다. 우리의 욕심이 흐리게 한다.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게 한다. 시편 14편 1절에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도다”라고 하는데, ‘생각하기를’이 아니라 ‘이르기를’이다.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말을 한다는 말이다. 욕심 때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질문에 답변하는 서정운 장신대 명예총장. 이신성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서정운 장신대 명예총장. 이신성 기자

 

Q. 책에서 성실과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했는데, 오늘날은 성장시키고 성과를 내기만 하면 인정받고 대우받는 현실이다. 심지어 그리스도인들마저도 성실과 최선을 내팽개치고 금방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두고 몰두하며 살아가곤 한다. 성실과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까?

A. 아무리 변해도 원리는 같다. 문화가 바뀌든, 문명이 바뀌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사는 가치관과 형식은 기본적으로 같다. 성과위주라고 하는데, 내가 선교사들을 훈련시키거나 선교사들 모임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외형적인 성과, 사람들의 평가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그건 모르는 거다. 역사라는 것은, 우리 일에 대한 결과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우리 자신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수십, 수백년이 흘러간 다음에 나타날 수 있고 여기가 아닌 저기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목전의 성과 사람들의 평가에 치중하고 일하면 잘못될 수 있다.” 가령 옛날에 번영신학, 치유, 성공, 번영 이런 것을 강조했던 설교자들 전도자들의 끝을 보면 안좋다. 지속성도 없고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도 없었다. 개인의 안락, 현실적인 복락이 오래가나? 누구든지 병들고 불행한 일 당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고 그런거다. 그런 차원 넘어가는 가치관과 신념을 갖고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다. 교회에서마저 처세술 비슷한 것 가르치면, 일반 세상의 처세술을 당할 수 없다. 이길 수 없고 성공할 수 없다.

Q. 이 책에서 인의예, 세 가지 선한 요소를 중요 덕목으로 뽑았는데 그 이유는?

A. 정의, 공의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개인도 그렇고 집단도 그렇고 의를 부르짖으며 충돌하곤 한다. 책에 썼듯, 상해 박물관 가서 인의(仁義)라는 글을 보고 아, 그래 ‘인’도 있어야 ‘의’랑 조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동에서 오신 사모님이 예(禮)가 빠졌다고 했다. 그래, 아무리 인과 의를 주장해도 예가 빠지면 안된다. 견리사의(見利思義)를 풀어가지고 우리 기독교식으로 조금 해볼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된거다.

Q. 물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책에서 지적하듯 “의롭기도 어렵고 어질기도 쉽지 않고 예의 바르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세 가지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A. 그것이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이고. 그리스도인 답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살려고 할 때는 손해와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자기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예수님이 나를 따르라고 하실 때 그게 뭐 세속적으로 번영의 길은 아니다. 사도들은 거의 다 순교했고, 실제적으로 우리가 손해 많이 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하나님의 의를 구현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룩할 수 있겠나? 일단은 고난, 자기희생, 손해 이런 것들을 각오해야 한다.

Q. 그리스도인 중에서 무례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교육수준과 경제수준이 높아졌는데 예전보다 사람들이 더 무례해지는 이유는?

A. 욕심, 이기심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해 관계, 자기에게 이익이 되냐, 물질적인 현실적인 이익이 되냐 손해가 되냐 이것 가지고 하는 거다.

이번에 출간한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 책과 서정운 장신대 명예 총장. 이신성 기자
이번에 출간한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 책과 서정운 장신대 명예 총장. 이신성 기자

 

Q. 책 내용 중 가장 눈에 띈 구절은 “케냐의 사막 한복판 나무 밑에서 엎드려 있던 몇 놈의 사자들과 혼자 우두커니 서서 우리를 바라보던 뿔이 긴 산양 녀석도 무리로부터 버림받은 늙은 수컷이었다. 왜 수컷들의 말년은 이 모양인가?”였다. 힘이 전부인 약육강식의 세상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 그럼 노년 남성, 노인 남자가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살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A. 유전학적인 건 잘 모르지만, 초식동물들이 사나운 육식동물들에게 먹히는 데도 불구하고 숫자는 초식동물이 더 많다. 더 번성한다. 유순하고 온순하고 약하게 사는 자들이 더 오래가고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 자기 힘 있을 때 너무 지배하고 억압하는 것이 있을 거다. 돈이든 권력이든, 지위든, 가진 자가 지배하면 언젠간 몰락한다. 섬겨야 한다. 그래야 오래간다. 권력욕, 탐욕을 가지고 사람들을 지배하고 조종하면 개인이든 집단이든 결국 몰락한다. 역사의 패턴이다. 요청하는 역할이 없으면 은퇴는 사실, 말 그대로 은퇴다. 요청하는 일이 있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든 우리가 뭘 새로 하겠다는 것 자체가 피차 힘든 일은 아닐까? 요청이 있거나 기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하면 다를 수 있다.

Q. 현재 예장 통합 교단 총회와 한국 개신교회를 위해서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나는 특별한 해결사도 아니다. 그리고 잘 모른다. 그러나 언제든지 어디에 있는 교회든지 본질성을 상실하고 비본질적인 것에 탐닉하고 추구하고 종속될 때 교회는 교회의 힘을 잃고 타락하고 쇠퇴한다는 점을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이냐, 그리스도인의 본질이 무엇이냐 그걸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기 교회 수백년 동안 박해를 받았다. 그래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풀어보니 로마 인구 5천만명 중에서 약 10%가 그리스도인이었다고 한다. 그때는 비본질적인 것이 없었다. 가질 수 없었다. 추구하면 죽는다. 중국의 경우를 보라. 192-30년대 전쟁이 나면서 선교사들이 물러갔다. 45년 해방되고, 중국이 선교사 추방하고 교회 탄압했다. 1970년대 말에 개방해 보니 그전보다 훨씬 많은 신자들이 있었다. 제도적인 교회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때 중국에도 비본질적인 것이 다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본질적인 것만이 남은 것이다. 본질적인 게 뭐냐? 기도, 찬양, 교제, 위로, 격려. 수백명, 수천명 모이지 못했지만, 그저 몇 명 모여서 기도하고 위로하는 것. 제도적인 교회가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라 제도도 사실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늘 본질이 뭔가? 부수적인 것이 뭔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비본질적인 것이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Q.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본질적인 것을 찾아가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A.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사람이다. 개인이고 공동체다. 개인적으로, 공동체적으로 성경말씀과 성령의 감동 감화에 순종하며 사는 것 이상의 방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은 흩어져 있는 교회이지만 모이면 공동체다. 그런 실천 이외의 더 나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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