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하기엔 지금이 적기- 카페 창업만 다섯 번
모험하기엔 지금이 적기- 카페 창업만 다섯 번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04.23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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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핀벨, 나이브 대표 이민호

어떻게 카페를 하게 됐냐면

전공은 기계공학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일은 자동차 설계였지만 그 한없는 공부를 감당해 낼 것 같지가 않았다. 제대로 된 자동차를 하나 만들어내려면 삼십대 초반까지는 온갖 역학 공부와 수학에 매달려 공부만 해야 할 것 같았다. 유학도 갔다와야 할 것 같고. 자동차 정비나 튜닝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진로를 놓고 고민하며 기도하느라 교회에 가서 살다시피 했다. 어느 날 이모부가 조선호텔 베이커리에 일자리를 소개했다. 자동차와 빵이라니. 한 마디로 거절했다. 집안 어른들과 갈등이 생기고 지내기가 힘들어졌다. 당시 읽고 있던 책 ‘내려놓음’에서 말하듯이 내 생각을 내려놓고 어른들 말씀을 듣기로 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내가 고집하는 것만이 길은 아니니까.

신세계 강남점에서 마카롱과 네스프레소 커피 시음 판매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열심히 하니 매출도 올랐다. 사장님의 눈에도 띄고. 인재가 들어왔다고 탐난다고들 했다. 인사부로 발령을 받았다. 어린 마음에 여기서 열심히 일하면 사장도 될 수 있겠다 생각하고 부서를 옮겼다. 그러나 사무실 근무는 체질이 아니었다. 선배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희망이 없었다. 부서 사람들의 배려로 다시 영업부로 발령을 받았고 죽전 신세계 오픈 때 매장을 열었다. 여기는 수퍼마켓 구석진 자리에 매장을 받아서 장사가 잘 안 됐다. 인사부에서 못 견디고 나온 것이 눈 밖에 났다고도 생각됐다. 요직에 오를 가망성도 없어 보였다. 남의 장사 해주느니 내 장사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장사는 잘 하는 것 같았다

언젠가 겨울에 아울렛에서 머리에 쓰면 코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는 루돌프 사슴 코 모자를 500원에 팔고 있는 것을 봤다. 2천 원, 3천 원 해도 팔릴 것 같았다. 거기 있던 걸 모두 다 사다가 잠실에 와서 3천 원씩에 팔았다. 그 날에 다 팔렸다. 마침 크리스마스 때라 운이 좋았지만 그런 감각이 있다고 생각됐다. 중학교 때 간판 집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것도 재미있고 좋았다. 그런 일들을 기억하면서 나는 돈 버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돈 자제가 아니라 버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돈이 벌리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것이 좋았다. 내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할아버지께 지원을 요청했다. 부모님은 중3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남기신 유산을 할아버지께서 관리해주고 계셔서 그것을 달라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 한다고 이런 얘기를 하니 어른들이 엄청나게 반대를 하셨다. 집안 어른들에게 그렇게 욕을 먹기도 처음이었다. 사업은 나중에 결혼하고 애들 다 키우고 안정되면 그때 하라고 하셨다.

‘왜? 다 안정된 다음에 뭐 하러 다시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하지? 모험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인 것 같은데?’

핀벨1호점. 좁은 공간에 다락방도 있고 평상도 있다(사진제공)
핀벨1호점. 다락방도 있고 평상도 있어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다(사진제공)

 

‘실패하지 말자’를 모토로

집에서는 너를 다시 안 보겠다는 식이었다. ‘인생은 철저히 혼자 가는 길’이라는 걸 절감했다.

성공 신화를 꿈꿀 상황이 아니었다. ‘망하지나 말자’가 목표였다. 월세가 가장 싼 숙대 앞 골목 안 쪽에 작은 가게를 하나 얻었다. 핀벨(Finn Bell)이라고 이름을 짓고 커피 맛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입소문이 나면 손님도 오겠지 생각했다. 오픈 첫날 매상은 5만원이었다. 2008년 7월이었다. 방학이라 그렇겠지 생각했다. 개강을 해도 한 달 순 이익이 백만 원 정도. 재능 기부로 디자인을 담당하는 친구와 2대 1로 수익을 나누니 교통비와 밥값 빼고 남는 게 없었다. 겨울방학이 왔다. 웬일로 주변 상가들이 공사를 많이 했다. 봄이 되고 개강을 하니 공사하던 가게들에 카페가 우후죽순 원래 있던 매장의 배수가 넘게 생겨났다. ‘커피프린스’ 드라마 덕이었다. 대로변에 들어 선 카페들 때문에 골목 안 카페는 커피 맛을 선보일 기회조차 없었다.

다시 기도로 돌파구를 찾다

다시 교회로 올라갔다.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탈출구를 모색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천원에 팔면 수익이 남을까? 생각이 들었다. 브라우니도 만들어 팔고 토스트도 만들어 보고 여러 가지 사이드 메뉴를 개발했지만 원재료를 좋은 걸 쓰다 보니 남는 게 없었다. ‘그래 공짜로 줄 테니 먹어보고 판단해라. 아니면 망하는 거다.’ 각오를 하고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를 천 원에 팔았다. 처음 열 잔, 다음 달에 30 잔, 그 다음 학기가 되니 100 잔이 나갔다. 또 그 다음 학기부터는 몇 백잔 씩 팔리며 효자 노릇을 했다. 하루 4, 5백 잔까지 올라가니 자신감이 붙었다. 그때까지는 커피 로스터기를 빌려서 썼다. 그런데 시간 당 사용 비용이 점점 올라 2만원까지 가니 할부로 로스터기를 사도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스터기 놓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게를 얻었다. 소상공인 지원 센터에서 창업지원금 3천만원을 대출받고 나머지를 채워 대로변 지하에 핀벨 2호점을 열었다. 2011년 3월이었다.

성공에 목표를 두지 않고 돈을 덜 들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것에 집중한 것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2호점에서는 베이커리 개발에 역점을 뒀다. 1호점부터 하고 있던 브라우니와 파운드케이크에 레드벨벳 케이크까지 간단한 네모모양의 조각 케이크로 개발을 해서 히트를 쳤다. 잘 팔리고 일도 많아져서 열심히 하니 모두 대박이 난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순이익을 따져보니 그냥 커피만 팔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재료를 너무 좋은 걸 썼다. 최상급 버터, 최상급 초콜릿을 쓰고 베이커리 담당 전문 직원도 두어야 하니 남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청담동 나이브 카페
청담동 나이브 카페

 

10년 카페 사업에 두 달 평안

2008년에 창업을 했으니 올해로 10년이다. 그 동안 오직 사업에 마음이 묶여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3년 전 제주도 휴가를 갔을 때에야 비로소 ‘이제는 내가 손을 놓아도 가게가 굴러 가겠구나’ 생각이 들고 마음이 놓였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대로만 가면 그래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을 한 건 작년 9월과 10월 딱 두 달. 11월에 들어서자 바로 급전직하 내리꽂는 타격이 왔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였다. 주 5일 15시간 일하면 하루치 수당을 더 주고 쉬는 날 일하면 1.5배, 10시 이후 일하면 또 1.5배, 하기로 한 8시간 보다 더 일하면 또 1.5배 주휴 수당이니 야간 수당이니 계산하느라 영업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법 조항이 애매한 부분에서는 직원들마다 해석이 다르고 요구가 달랐다. 자기들이 시간 안 지키고 예고 없이 안 나오는 것은 괜찮고 회식에 사장이 나오는 것은 싫다고 면전에서 당당하게 요구하는 직원들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지난 1월과 2월은 카페를 시작하고 처음 적자를 냈다. 가게를 다 접고 싶었다. 이런 마음이 든 것도 처음이었다. 다시 기도하며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언가 전환점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십 년, 힘들었지만 그래도 카페 영업은 순항하여 나이브(NAIVE)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고 청담동에 매장을 냈다. JYP 바로 옆 건물이다. 동생이 자금 일부를 출자하고 관리를 맡아준다. 4호점이다. 1호점과 2호점을 합해 아래 위층을 쓰는 건물로 이사하며 3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기도로 공들여 세워온 핀벨과 나이브였다. 내가 만들었고 내가 주인이고 내가 이끌어 간다. 직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서로 간에 믿음과 존중을 줄 수 있는 사장과 직원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원들과는 복잡한 수당 계산 하지 않고 시간당 9천원에 합의를 봤다. 사람에게 덜 치이고 이익을 올릴만한 쪽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앞으로는 카페 영업보다는 커피 로스팅에 치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초 불황을 겪으면서도 한강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 맞은편에 카페 나이브를 열었다. 5호점이다. 로스팅만 하고 점심시간에 잠시 커피만 판다. 기존의 매장들이 돌아가는 한 로스팅은 필요하니 유지는 된다.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사러 오는 다른 카페 업주들 상대의 영업도 있다. 어쨌든 주님 앞에 기도하며 이끌어 가는 내 사업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금이 인생과 사업의 전환기라 생각하며 다시 엎드리고 있다.

 

한강로 나이브 2호점에서의 이민호 대표
한강로 나이브 2호점에서의 이민호 대표

 

창업을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저는 어디 사진을 내고 제 이야기를 낼만한 사람이 아니예요.” 인생 이야기는 드라마 같아도 어려움을 견디며 열심히 살아왔을 뿐 평범한 사람이라고 한다. 남들과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면 무슨 일만 있으면 교회로 뛰어가서 기도하는 것이라고 할까? 이제는 아내와 일곱 살, 다섯 살 남매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어깨가 더 무겁다. 이제 나이 서른여덟.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저 열심히 살았다는 그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모험을 원하면서 동시에 안정을 원할 수는 없다. 선택 상황에서 결단을 못하는 이유는 안정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려면 경험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막연한 꿈만 가지고 현실의 안정을 벌써 요구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가 평생 열정을 쏟을 만한 것과 그저 좀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해 금방 한계점에 도달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세상은 1등과 꼴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과연 1등 할 수 있는 재능과 열정이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상위 10%와 하위 10%를 제외한 80%의 사람들 어디쯤에 나의 위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나은 것이 무엇인가 찾아 집중했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그래도 잘 것 다 자고 쉴 것 다 쉬어가는 게으른 사람이라 잘 하는 것과 안 해야 할 것을 찾아 효율에 집중했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카페 경영 10년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카페 브랜드 로고와 테이블과 작은 소품까지 함께 하는 디자이너 친구가 직접 제작한다(사진제공)
카페 브랜드 로고와 테이블과 작은 소품까지 함께 하는 디자이너 친구가 직접 제작한다
핀벨1호점의 마스코트였던 커피 서빙 로봇 장식품(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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