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목회모델] 이춘수 전도사(임마누엘하우스교회, 장례지도사), "하나님 나라, 죽음의 목회로 실천하다"
[미래세대 목회모델] 이춘수 전도사(임마누엘하우스교회, 장례지도사), "하나님 나라, 죽음의 목회로 실천하다"
  • 정성경
  • 승인 2020.11.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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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목. 보고서4]
매월 일하는 목회자를 시리즈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임마누엘하우스 사역자로,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목회자인 이춘수 전도사. 이 전도사 제공

 

죽음의 문턱에서 소명 재발견

목회는 doing 아닌 being”

죽음은 곧 생명, 목회적 과제

장례에 있어 목회자의 역할

신학과 목회가 반영된 장례

이춘수 전도사(임마누엘하우스교회, 장례지도사)가 목회자로 소명을 재발견하게 된 계기는 죽음을 경험하고서다. 아내와 함께 모교회였던 방배동 방주교회에서 중등부 교사로 봉사하던 중 담임으로 가르치던 제자가 필리핀 비전트립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그 아이의 천국환송예배(발인예배)를 드리던 날 밤, 이 전도사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죽음이라 불리는 ‘단절’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됐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사역했던 교회와 무수히 맺은 관계들이 단절되는 것이 곧 죽음으로 느껴졌다.

“‘죽음’이라 하면 사람들은 흔히 생물학적·의학적 죽음만 생각한다. 실은 하나님과의 관계 관점에서 신학적 죽음이 있을 수도 있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사회적 죽음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이혼이나 은퇴도 포함된다. 죽음을 관계의 단절이라고 보면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이 전도사의 이 경험을 통해 하나님은 그를 ‘죽음’을 준비하는 목회자로 불러냈다. 주일에는 임마누엘하우스교회에서 사역하는 이 전도사는 장례지도사다.

“뿌리 깊은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목사'가 되는 것을 꿈꿨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지만 목사가 되어서는 세상은 고사하고 교회도 하나 바꿀 수 없겠다는 현실의 벽에 직면했다. 또한 목회자 가정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낼 자신도 없어서 목사가 되는 것은 포기했으나 그렇다고 신앙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목사가 아닌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세상을 직접 변화시키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신학을 전공했던 그가 다시 소명을 재발견하기까지 10년 동안 온라인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었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갖고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초심은 퇴색했으며 신앙도 형해화되었다. 그러다 죽음의 목전에서 다시 소명을 재발견하고 목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학대학원에서 그는 다양한 목회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목회이야기를 통해 ‘목회는 이것이다’라는 정형이 깨지는 것을 경험하고, 목회는 행위(doing) 자체가 아니라 행위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무엇이 드러나는지(being)를 봐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양한 목회 이야기를 통해 목회의 정형이 무너졌지만 그 자리에 역설적으로 목회의 본질이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 나라'다.

그리고 그는 죽음의 목회를 위해 장례지도사를 목회의 업으로 삼았다.

임마누엘하우스 사역자로,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목회자인 이춘수 전도사. 이 전도사 제공
임마누엘하우스 사역자로,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목회자인 이춘수 전도사. 이 전도사 제공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운명으로부터 시작하여 봉안(또는 매장)까지의 모든 절차(안치, 상담, 빈소설치와 운영, 종교예식 조정, 염습과 입관, 화장장 예약 및 봉안시설 안내 등)를 유가족에게 안내하고 이에 관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장례지도사는 대부분 상조회사 혹은 장례식장의 직원이나 입관보조사(염습사)와 같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현재 저를 도와주고 계시는 후불제 상조회사와 협력하며 프리랜서 개념의 입관보조를 주로 하고 있으며 종종 빈소 설치와 운영, 화장장 예약, 안내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 전도사는 장례지도사를 하게 된 계기와 목적을 “죽음을 계속 가까이 두고 손과 눈과 때로는 코로 느끼고 싶어서”라고 했다. 죽음은 그에겐 더이상 두려움 혹은 터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다루어야 할 목회적 과제가 된 것이다. 그는 이것을 '죽음의 목회'라 부른다. 이 전도사는 “죽음을 가까이 하고 마주함으로써 죽음이 주는 다양하고 무한한 통찰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통찰은 곧 생명에 관한 통찰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또 이 전도사는 “선교적 교회, 선교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죽음을 이기는 영원한 생명에 관한 기독교 복음은 교회안 성도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언어이지만 교회 밖 비신자에게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러나 죽음은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현상”이라며 “선교적 차원에서 죽음을 다루고자 한다. 장례지도사로 위장한 선교사로서 유가족 등 고객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어야 하는지를 드러내고 싶다. 비록 교회의 언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헤어짐의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위로하고 새로운 소망을 전하는 장례지도사로 그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이유로 “가나안 신자를 위한 목회적 요청이 있다”며 “이는 장례 현장에서 절감하고 있는 요청”이라고 했다. 그는 가나안 신자를 “표면적으로 교회를 떠났다고 여겨지는 기독교인”이라며 “그러나 가나안 신자라고 할지라도 자기 자신은 여전히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어떤 이유(상처, 이사 등)에서든 교회를 나오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문제는 가나안 신자가 유가족인 경우 장례를 기독교식으로 치루고 싶은데 문제는 이를 돌봐줄 목회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장례지도사에게 혹시 목회자를 구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한다. 이 정도 상황이 감지되면 이 전도사 비로소 전도사임을 그들에게 조심히 설명하고 최소한의 기도를 해주거나 예배를 집례하기도 한다.

“나아가 이런 상황은 가나안 신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 예배는 드리지만 등록은 하지 않았거나 등록했어도 교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성도들에게도 자주 발생한다. 이들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도 않는데 목회자에게 장례를 알리고 집례를 요청하는 것을 상당한 부담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가나안 신자나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 교인의 목회적 요청을 제도 교회에서 사역하는 보통의 목회자들은 잘 감지하지 못한다. 그 목회자들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날 목회환경과 구조 안에서 이런 사각지대는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장례지도사로서 체감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전도사는 “장례절차에서 목회자의 역할을 재정립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장례식은 공동체의 일이었다. 마을의 어르신이나 종교 지도자가 장례 전반을 총괄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역할을 나누어 장례를 함께 치뤘으며, 이는 공동체의 의례로서 장례예식을 공동체가 함께 감당함으로써 공동체의 유대감과 지속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도사는 “그러나 우리 사회가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되면서 장례식은 가족의 일로 축소되었고 서비스로서의 장례 산업이 그 빈틈을 잠식하게 된 것”이라며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목회자의 역할과 의미도 축소되고 형식적인 것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봤다.

“장례지도사로 위장한 선교사로 장례 현장을 보면, 목회자가 한다면 더 의미가 있을 일들을 장례지도사 혹은 장례식장 직원이 대신 하는 상황이 보인다. 그리고 이 상황 속에서 목회자들은 적게는 두번 많게는 세네번의 예배를 집례하는 것만으로 그 목회적 역할을 다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제가 목회자이자 동시에 장례지도사라는 이중적 지위에서 이 상황을 겪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목회자가 장례지도사의 역할을 빼앗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목회자가 장례절차 가운데 예배 집례 외에도 목회적으로 관심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이 과정에서 현장과 목회자 사이의 가교가 되고 싶다.”

임마누엘하우스 사역자로,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목회자인 이춘수 전도사. 이 전도사 제공

이 전도사의 비전은 죽음과 장례예식에 관한 목회 컨설팅을 하는 것이다. 그는 “극소수의 대형교회들은 나름의 시스템과 인력으로 기독교식 장례예식 모델들을 만들어갈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은 그렇지 못하다. 협동 목사나 외부 컨설팅, 협력기관의 관계를 통해 각 교회의 목회 철학과 환경에 적합한 장례예식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모든 교회의 장례예식이 비슷해지고 심지어는 기독교식 장례와 타종교 장례의 구별도 모호해지는 오늘날 장례 현장에 그 교회의 신학과 목회가 반영된 장례예식을 디자인하고 실무적으로 실행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신도 대상의 죽음준비교육과 자살예방교육도 하고자 한다. 그는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삶에 의미와 힘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특별히 자살 위험군이나 자살 생존자에게 그 교육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경험과 연구가 좀 더 깊어진다면 하나님의 때에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라고 했다.

일하는 목회자로서 이 전도사는 “일하는 목회자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이 되고 싶다. 죽음을 항상 접해야 하고 더욱이 고인의 시신을 직접 다루어야하는 장례지도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죽음에 관심을 갖고 또 장례지도사로서 일하는 목회를 꿈꾸는 분들이 혹시 계신다면 연대하여 돕고 싶다. 꼭 장례지도사가 아니라도 모든 일하는 목회자들과 연대하며 하나님 나라를 함께 이루어가는 것은 당연한 비전”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장 소박하고 개인적이지만 궁극적인 꿈이 있다. 그 언젠가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우리가 몸으로 부활했을 때, 제가 입관하며 모셨던 분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제 손으로 팔다리를 주물러 펴드리고 몸을 닦아 드리고 수의도 입혀드렸는데 혹시 저를 기억하시는지 불편하시지는 않았는지 여쭤보고 싶다. 살아서 뵌 적은 없지만 이렇게 다시 만날 것을 기대했는데 정말 반갑다고 인사드리고 싶다. 진짜 그 날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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