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목회하는 친구에게 미국 대선에 관해서 물어봤다. “누가 이길 것 같으냐, 트럼프냐 바이든이냐?” 현재 미국 주요 언론의 분위기나 여론조사로는 바이든이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다. 뭐 많이 들었던 예측이다. 범위를 좁혀서 물어봤다. “미주의 한인교회 목회자들은 누구를 더 지지하냐?” 보통은 한인 사회가 비백인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펴는 민주당을 많이 지지하는데, 기독교 관련 주요 주제가 나올 때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동성애나 낙태 같은 사안이다.
도덕과 인격의 영역에서 본다면 트럼프는 기독교적으로 낙제다. 그는 거짓말을 아주 쉽게 한다. 아예 대놓고 거짓말하는 것이 다반사다. 언론 등에서 수도 없이 확인된 사실이다. 말 뒤집기는 일상이다. 그가 살아온 삶의 여정도 기독교가 지지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의 힘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대외 정책의 기조로 내걸은 ‘미국 우선’ 정책도 돈이 중심이다. 전통적인 우방 또는 동맹국까지 돈 문제로 압박한다.
현실적인 세계 질서에서 미국은 건국 이래 전통적으로 인간다움의 도덕적 가치와 인격적 존엄성에 근거한 민주주의의 질서를 수호하고 확대하는 역할을 해왔다. 기독교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심장으로 하는 특별계시가 사회적인 언어를 통하여 일반계시의 가치로 표현될 때 인륜도덕과 인격적 존엄성이 중심이다. 트럼프의 정책 대부분이 이런 가치와 거리가 멀다. 공감과 관용, 연대와 평화 같은 성경적 가치는 그에게 관심 밖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복음주의 기독교가 자신을 지지하게 만드는 방법을 영악하게 잘 알고 있다. 동성애, 낙태, 공립학교의 성경 교육 등 기독교에 가장 민감한 주제를 쟁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예배하고 기도하는 퍼포먼스를 양념처럼 섞으면 된다. 바로 이 지점에 미국 복음주의의 고민이 있다. ‘트럼프를 어찌할꼬!’
어떤 정치인이 교회에 더 이익일까 계산하는 것은 단견이고 패착이다. 인격 및 도덕적 태도와 삶의 기본 가치가 복음에 충돌하는데도 단기적 이익을 바라고 지지하면 결국 기독교에 큰 해가 된다.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 자신이 문제의 중심이다. 복음과 그에 따른 삶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를 어찌할꼬’라는 고민의 한국판이 이미 여러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