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유예된 위기와 밑바닥으로의 질주
[데겔칼럼] 유예된 위기와 밑바닥으로의 질주
  • 문상현 교수
  • 승인 2020.10.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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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주간지 ‘시사인’에서 한국 언론의 신뢰도에 대한 연례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레거시(전통) 미디어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이렇다. 한국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지난해 2위였던 유튜브(13.0%)가 1위를 차지했고 포털 네이버(11.4)가 2위이다. 반면 지난해 1위였던 jtbc(5.7%)는 4위로 떨어졌고, KBS(8.5%)와 MBC(5.0%)가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는 신뢰하는 매체 7위(3.7%)인 동시에 불신하는 매체 1위(22.8%)이다. 다른 신문들 중에서는 한겨레신문이 신뢰하는 매체 10위(2.1%)에 가까스로 이름을 올렸다. 신문만 따로 뽑은 순위에선 신뢰하는 신문으로 조선일보(15.2%)가 1위를, 한겨레신문(13.1%)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45.5%가 신뢰하는 신문이 없거나 모른다고 답하거나 응답을 안 했다. 때론 구구절절 긴 설명보다 숫자가 현실을 명징하게 보여줄 때가 있다. 요약하면, 레거시 언론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방송보다 신문이 더 최악이다.

신문과 저널리즘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외국의 경우 위기는 비즈니스모델의 붕괴 때문이었다. 미디어기술의 발전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와 채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신문에 비해 뉴미디어들은 훨씬 이용자 친화적인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하였고, 개인취향과 관심에 의한 미디어소비 경향은 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을 빠르게 떨어뜨렸다. 구독자가 감소하며 광고매체로서 신문의 매력은 급락했고 이는 광고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신문을 경제적으로 지탱해 온 구독과 광고 수익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이 붕괴되기에 이른 것이다. 디지털 혁신이라고 불린 외국 유력 신문사들의 생존투쟁은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한국 신문산업은 구독과 광고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구독률과 열독률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중이고 언론의 생명인 신뢰도는 거론하기 부끄러운 수준인데도 비즈니스 모델이 건재한 것이다. 이유가 뭘까? 아마 그 답은 정파성에 기반한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비정상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에 필요한 처방을 하기보단 일종의 마약진통제를 통해 버티는 격이다.

유예된 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개연성이 높다. 위기임을 망각하고 근본적인 혁신(혹은 반성과 자기성찰)을 회피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사용된 ‘기레기’란 오명은 위기의 분명한 징후였다. 신뢰도는 바닥이고 독자는 넌더리를 내며 떠나가는데 아직 괜찮다고 여긴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바닥을 확인하고 싶은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여전히 한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곳이 신문사이다. 신뢰회복과 독자의 발길을 돌리는 방법이 무언지 모를 리 없다. 증오와 욕심을 내려놓으면 길이 보일 텐데 왜 그게 안 되는지 답답할 뿐이다. 언론의 부재가 행복의 조건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문상현 교수 <br>​​​​​​​(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br>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문상현 교수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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