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가 80명이 공동장례위원장 맡아
문 대통령, "큰 존경을 바치며 명복을 빌어"
한국 여성운동계에서 큰 족적을 남겼던 1세대 여성운동가 이효재 교수(이화여대 명예)가 지난 4일 향년 96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 여성학을 도입해 여성들의 현실을 이론화하고 호주제 폐지, 비례대표제 도입 운동 등을 주도했다. 또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결성하고 공동대표를 역임해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1924년 11월 14일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1958년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창설하고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한국여성민우회 초대회장(1987~90년),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1990~92년) 등을 역임했으며 1980년에는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시국선언으로 해임됐다가 4년 뒤 복직했다. 이 교수는 1990년 정년퇴임한 이후에도 한반도 분단에 대한 사회학 연구 업적을 남겼고 1997년에 고향 마산으로 귀향해 ‘기적의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 문화운동을 이끌었다.
이 교수의 별세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 추모글과 함께 이 교수가 지난 2017년 10월 청와대 녹지원을 방문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이효재 선생님은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 어두웠기에 더욱 별이 빛나던 시절, 큰 별 중 한 분이셨다"며 "선생님의 삶에 큰 존경을 바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이 교수와 함께 일했던 다수의 여성운동가들과 목회자들은 "이 교수님은 목회자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신앙인으로 하나님과 사람들을 학자의 양심과 행동으로 섬기신 분입니다"며 "겸손한 성품에 부드럽고 자애로우시면서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서 신념과 소신으로 외길을 가신 진정한 지도자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고 평했다.
여성계는 고인의 장례를 여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국회부의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등 80명이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참여한다. 빈소는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이고 발인은 오는 6일, 장지는 경기도 이천 에덴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