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순례] 엔도 슈사쿠가 생각한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독서순례] 엔도 슈사쿠가 생각한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9.2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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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1923-1996)는 한국 교회에 ‘침묵’이란 소설을 쓴 문학가로 이름이 알려졌다. 한국에서 그의 소설은 여러 작품이 번역되어 접할 수 있지만, 엔도 슈사쿠가 정작 어떤 문학관을 가지고 글을 썼는지 알 수 있는 책은 그동안 번역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난 2018년에 도서출판 포이에마를 통해서 출판된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엔도 슈사쿠의 개인적인 사생활이나 문학관을 알 수 있는 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문학 강의’는 크게 4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은 ‘인생에도 후미에가 있으니까’, 2장은 ‘문학과 종교 사이의 골짜기에서’, 3장은 ‘의지가 강한 자와 나약한 자가 만나는 곳’, 4장은 ‘진정한 나를 찾아서’ 이렇게 제목이 붙어 있다.

특별히 2장인 ‘문학과 종교 사이의 골짜기에서’는 여섯 개의 강의록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 강의록은 1979년에 저자가 기노쿠니야 홀에서 했던 ‘외국문학에서의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의 특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엔도 슈사쿠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일종의 ‘선을 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엔도 슈사쿠의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 우리는 한국과 일본의 선을 넘고, 개신교와 로만 가톨릭의 선을 넘게 된다. 우리가 그의 작품을 읽는다고 해서 이 선이 영원토록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선 밖의 세계를 우리가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다. 일본은 역사적인 이유로 지금까지 그리스도인의 숫자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그는 강연에서 그리스도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리스도교를 이렇게 소개한다.

“인간 내면의 모든 요소, 그것이 인간적인 것이라면 아무리 추잡하고 더러운 부분에도 오케스트라 같은 소리를 울려주는 종교가 아니면 저는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스도교가 진정한 종교라면 인간의 어떤 부분에도 제대로 교향악을 울려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잡한 부분, 더러운 부분, 모순된 부분이 있는 것도 인간이니까, 그리고 그런 인간을 그리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그리스도교 작가니까 두려워하지 않고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동시에 모순된 인간을 그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53쪽)

그의 ‘침묵’이란 소설은 일제 막부시절에 로만 가톨릭 교인을 일본 막부가 심하게 박해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집필된 소설이다. 엔도 슈사쿠는 그 박해 당시에 자신의 신앙을 버리고 배교한 로만 가톨릭 신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어찌 보면 로만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가장 알리고 싶지 않은 치부를 소재로 그는 소설을 쓴 것이었다.

그래서 ‘침묵’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일본의 천주교회에서는 ‘침묵’이란 소설을 신자들에게 추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침묵’이 단순히 일본의 천주교회를 모욕하기 위한 소설이 아니라, 더 깊은 신앙의 진리를 담고 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일본의 천주교회에서 이 소설을 신자들이 읽도록 권장했다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이 책을 번역한 송태욱 번역자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리스도인이 아니었기에 송태욱 번역자가 엔도 슈사쿠의 책을 번역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엔도 슈사쿠의 글이 신학적이기라기 보다는 인문학적 통찰이 가득한 글이었기에 신앙이 없어도 번역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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