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의 진정한 사마리아인, ‘YD케밥하우스’
현 시대의 진정한 사마리아인, ‘YD케밥하우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9.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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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굶어 죽는 일
예멘 난민, 매주 노숙인들에게 케밥 제공해
거동 불편한 노숙인 위해 직접 찾아가기도
케밥하우스, 난민들 위한 소통의 공간 마련

터키의 전통 요리 중 하나인 ‘케밥(kebab)’은 작게 썬 고기 조각을 구워서 빵과 먹는 음식이다. 양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요리지만 쇠고기나 닭고기로도 만들며 기호에 따라 야채 등을 추가하기 때문에 다수에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적합한 패스트푸드로 인식되고 있다.

터키 전통 요리이다 보니 국내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음식이며, 서울 이태원 등 케밥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요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지인이다. 수원역 로데오거리 근처에 자리한 한국디아코니아 산하기관 ‘YD케밥하우스’ 역시 예멘 사람인 아브라함(가명, 24세) 씨가 직접 케밥을 만든다.

그런데 최근 아브라함 씨가 주 1회에 걸쳐 수원역 인근 노숙인들에게 케밥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수요일 정오에도 아브라함 씨는 어김없이 수원역 인근 노숙인들을 위해 준비해 온 케밥 120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매주 수원역 인근 노숙인들에게 케밥과 음료수를 나눠주는 예멘 난민 아브라함(가명) 씨. 김성해 기자
매주 수원역 인근 노숙인들에게 케밥과 음료수를 나눠주는 예멘 난민 아브라함(가명) 씨. 김성해 기자

노숙인에게 손 내민 예멘 난민
역 인근에는 아브라함 씨 외에도 한국디아코니아 대표 홍주민 목사와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수원 정나눔터 직원 등이 동참해 노숙인들에게 케밥과 음료수를 나누는 일에 손을 보탰다.

케밥을 받으러 찾아오는 노숙인들의 줄이 사라지자 아브라함 씨는 홍주민 목사와 함께 수원역 내 주차장, 지하통로 등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직접 찾아가 케밥 나눔을 이어갔다.

마지막 노숙인에게 케밥을 나눠주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5분. 준비한 케밥을 나눠주는 시간은 1시간도 채 안되지만, 120개의 케밥을 만드는데 소요된 시간은 약 5시간이다. 새벽 6시부터 케밥집에 나와서 수많은 케밥을 만들었지만 아브라함 씨는 노숙인들을 돕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난 6월 첫 사역을 시작한 이후 한 주도 거른 적이 없다.

홍주민 목사는 노숙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코로나19 감염이 아니라 끼니를 채우지 못해 굶어 죽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숙인에게 케밥을 나눠주는 아브라함과 케밥하우스의 사역을 성경 속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빗댔다.

그는 “성경 속에서 강도 만난 사람에게 다가간 이는 제사장도 레위인도 아닌 사마리아인이었던 것처럼 수원역 노숙인들에게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잘나가는 사람들이 아닌 가방하나 들고 이국으로 온 예멘 난민”이라며 “진정한 디아코니아는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에서 파트너로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 지하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직접 찾아가 케밥을 나눠주는 홍주민 목사와 아브라함(가명) 씨. 김성해 기자
역 지하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직접 찾아가 케밥을 나눠주는 홍주민 목사와 아브라함(가명) 씨. 김성해 기자

난민 돕기 위해 케밥집 세우다
홍주민 목사와 아브라함 씨의 사역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아브라함 씨의 상황. 아브라함 씨는 2015년부터 예멘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의 분쟁으로 발생한 200만 명의 난민 중 지난 2018년 6월 제주도로 입국한 난민 중 한 명이다.

당시 제주도에는 2002년부터 ‘무사증(무비자)제도’가 도입됐기에 비자 없이 한 달간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560여 명의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했고, 이들 중 549명이 비자 신청을 했지만, 난민 숫자가 늘어나자 제주도는 2018년 6월 1일부터 예멘 국민을 향한 무사증제도를 중지했다.

또 난민이 많아지면 국내 치안이 우려된다는 의견 등의 반대로 인해, 예멘 난민들은 한 달 가량 노숙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브라함 씨도 당시 제주도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다 홍주민 목사를 만나게 됐고, 도움을 얻어 케밥집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

홍 목사는 지난 2018년 제주도 난민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고 난민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케밥하우스와 한국디아코니아협동조합을 설립했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는 “당시 제주도를 찾은 난민들이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차디찬 쉼터 바닥에서 잠자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이후 난민 실존에 대해 알게 됐고, 난민들의 일자리와 난민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을 위해 매주 케밥 120개를 손수 만드는 아브라함(가명) 씨. 김성해 기자
노숙인들을 위해 매주 케밥 120개를 손수 만드는 아브라함(가명) 씨. 김성해 기자

홍 목사가 세운 'YD케밥하우스’에서 ‘YD’는 예멘(Yemen)과 디아코니아(Diaconia)의 첫글자를 딴 단어다. 그는 제주도 난민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난민들을 돕기 위해 다방면에서 힘쓰고 있다. 공장에서 사고당한 난민, 갈 곳 잃은 난민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난민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한다.

난민을 향한 홍주민 목사의 사역 중심에는 YD케밥하우스가 자리해있다. 어려움을 직면한 난민들이 케밥집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 목사의 기도제목은 오직 케밥집이 망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케밥집은 단순하게 케밥 하나를 더 팔고 이윤을 얻는 목적이 아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난민 문제에 개입하다보니 케밥집이 난민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케밥집이 망하면 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코로나19로 다수의 영세 상점들 상인들이 문을 닫고 있고 케밥집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난민들의 소리를 듣고 해결해주는 소중한 통로인 케밥집이 오래 운영되길 바란다”고 기도제목을 밝히며 난민 사역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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