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원상회복’도, ‘이대로의 적응’도 안 된다
[100호] ‘원상회복’도, ‘이대로의 적응’도 안 된다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20.09.09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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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전, 이후 할 것 없이
현재 인류사회와 지구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과제들이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스펠투데이 100호를 발간했다. 푹푹 찌는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마스크를 챙겨 쓰는 것도,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식사를 하는 것도, 각자 함께지만, 함께가 아닌 것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는 어느덧 ‘코로나 시대’에 적응해 살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 그리고 최장기 최악의 장마라는 기후재앙, 위기와 재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광풍, 가장 공적이어야 할 의료체계가 집단이기주의에 의해서 흔들리는 현실, 위기 상황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증폭시키고 가중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교회들의 모습은 100호 신문을 만드는 우리까지 마음이 무겁다.

‘뉴 노멀’(new normal)이란 용어가 벌써부터 ‘노멀’(normal)하게 들리는 지금,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전과 다른 세상에 무사히 적응하는 방법뿐, 우리는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비법을, 그 세상의 기준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9개월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일상의 모습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급격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아왔다. 당연했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고, 세상을 움직이던 가장 보통의 규칙들이 하루아침에 새로운 것으로 뒤바뀌는 모습도 목격했다.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거짓과 막말을 했으면 입에 마스크를 씌우고, 얼마나 싸우고 시기하고 미워했으면 거리두기를 하라고 할까, 우리가 얼마나 죄를 짓고 손으로 나쁜 짓을 했으면 손을 씻고 소독을 하라 할까, 얼마나 사랑 없이 예배를 드렸으면 성도들끼리 얼굴도 보지 말고 집에서 예배를 드리라 할까, 우리가 얼마나 주님을 실망시켰으면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쪽으로 가려 하나.

한편으로 우리 인간은 ‘적응의 동물’답게 이 모든 변화를 스스로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낯설었던 규범들이 이제는 익숙한 것이 되었고, 이렇게 변한 세상 속에서 또 다른 희망과 가능성을 찾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이 ‘핫’한 사업아이템이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근무형태든, 사회생활의 새로운 원칙이든,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 이후 새롭게 우리 일상의 한부분이 되어가는 것들에 ‘뉴 노멀’이란 말을 붙이고 있다. 언뜻 보면 이 말은 현 상황과 다가오는 세상을 설명하는 편리하고 정확한 단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기독교 교단을 비롯한 또 다른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 세상의 모습이나, 혹은 우리가 두고 온 과거의 모습 중 진정으로 ‘노멀’한 것이 과연 있었는지 묻고 있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세상은 또 어떤가. 일부에게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인 거리두기나 재택근무가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이 되고, 선진국 도시 사람들이 ‘코로나이후 미세먼지가 대폭 줄었다’고 놀라워하는 사이 태평양 도서 국가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진행 중인 해수면 상승 속에서 내일의 삶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헤아려보면, 우리는 그 어느 것에도 손쉽게 ‘노멀’이란 말을 붙이기를 주저하게 된다. 모두가 행복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보통의 세상이란, 사실 아직 한 번도 오지 않은 세상이니까, 모든 기준을 새로 설정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는 바로 지금이, 어쩌면 한 번도 오지 않은 ‘이 다음의 일상’(next normal)을 함께 만들어갈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위기 이후의 시대에 대한 논의의 초점이 ‘원상회복’이어서도, ‘이대로의 적응’이어서도 안 된다고 진단한다. 2020년 이전, 이후 할 것 없이 현재 인류사회와 지구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과제들이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한쪽이 비대면 수업으로 성적을 잘 내는 법을 고민할 때, 세상의 반대편에서는 하루를 무사히 넘기게 해 줄 물 한통이 여전히 절실한 지금, 교회가 말하는 ‘더 나은 선교’ ‘더 좋은 세상’ 외침은 인류가 맞이할 새로운 일상의 기준을 뜻하는 것인가. 언젠가는 바이러스를 물리칠 것이고, 인류 역시 미래의 또 다른 위협에 어떤 식으로든 대처해 나가겠지만, 우리 모두가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던 일상에 합리적인 의문을 갖고 건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상(正常)’이라 할 수는 없다. 진짜 ‘노멀’한 세상을 여는 첫 번째 단추는, 인류 개개인과 지구를 병들게 했던 모든 요인에 대한 관심과 잘못을 고치기 위한 행동만 남았다.

 

이 창 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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