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라이프(simple life) 곧 단순한 삶이 서점가의 베스터셀러 자리를 휩쓸었고 지금도 그 열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현대인들이 단순한 생활 양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가 복잡하고 급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 둘 수 있는 구조로 집을 정리하면 시대의 변화에 쉽게 반응할 수 있다. 단순한 삶은 생필품만 챙기는 습관을 가진 유목민들의 생활양식을 닮았다. 농경문화의 양식으로 사는 사람들은 안쓰는 물건이라도 3년 두면 쓸 모가 생긴다고 여기고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그냥 두고 산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려면 농경 문화보다는 유목민 문화같이 단순한 삶이 더 효율적으로 느껴지는 시대이다.

코코 샤넬은 불우한 가정 때문에 고아원에서 자랐다. 다행히도 고아원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어서 샤넬은 건물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랐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로마인들의 실용주의 정신이 만들어낸 바실리카 양식과 게르만인과 비잔틴 및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서 11~12세기에 형성된 예술 양식이다. 대표적으로 피사의 사탑과 성당을 예로 들 수 있다. 반원형 아치와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두꺼운 직선 벽을 특징으로 하는 양식은 단순하고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샤넬은 고아원 생활 속에서 바느질도 배우고 단순하고 우아한 건물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느끼며 자랐다. 새벽에 해가 뜰 때, 정오, 해질녘에 느껴지는 건물의 미는 다르다. 생활에서 단순함과 우아함의 미학으로 흠뻑 세례를 받고 자라는 복을 누렸다. 생활 중에 예술품을 돈 내지 않고 감상하며 자라는 것은 큰 복이다. 이것은 현대에도 교회당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샤넬이 모자 가게를 냈을 때 당시에 유행하던 화려한 보석과 깃털의 장식을 없애고 단순한 선만으로 모자를 만들어 혹평도 받았지만 새로운 패션을 선도해 나갔다.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르셋을 기본으로 하는 여성들의 불편한 복장에서 가디건같은 입기 편하고 활동하기에 좋은 옷을 디자인해서 여성들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샤넬 마크가 달린 검은 색 가방과 향수 샤넬 넘버5는 샤넬의 미학 정신을 여러 감각으로 느끼게 해 준다. 홍대 입구에는 코코 샤넬 오락실이 등장했다.

 

단순한 삶이 강조되고 나면 우아한 삶이 다음 시대어가 되지 않을까? 우아함은 절제미에서 나타난다. 필요한 것만 택하고 나머지는 버린다는 정신의 미다. 성경에서 우아한 사람이 누구인가? 보아스가 떠오른다. 보아스와 룻의 러브 스토리가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게 느껴진다. 보아스는 일을 마치기 전에는 쉬지 않는다. 계대제도에 따라서 대잇기에 헌신하는 보아스는 열일이 있었지만 단순하게 한 일에 집중한다. 그 일은 재산의 손해가 나는 일이었으나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하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는 신앙으로 하는 일이다. 또한 룻에 대한 사랑에 충실하면 나머지 복잡한 절차는 잘 진행된다는 정신이기도 하다. 보아스의 뜻은 ‘그 안에 힘이 있다’이다. 일을 지어서 성취하시는 여호와께서 마음에 있는 사람은 일을 성취한다.

샤넬은 자신의 미학에 충실하며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고 패션을 만들어 낸다. 보아스는 여호와의 율법에 충실하여 자신의 욕망에서 나오는 생각들을 없애고 오늘 이 일이 성취되기 까지 쉬지않는 자세로 일한다. 불필요한 것을 절제하는 면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 그리고 패션 열정과 하나님의 율법이 만드는 사회를 향한 열정은 서로 통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기도 하고 생활의 필요이기도 할 것이다. 중요성에 따라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나가다 보면 하나만 남을 것이고 모든 역량을 그것에 집중하면 생활은 단순해 지고 우아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