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슬기로운 판타지 생활④ ‘상상과 현실 그리고 인간’ in SF 영화(science fiction film)
[전문가 칼럼] 슬기로운 판타지 생활④ ‘상상과 현실 그리고 인간’ in SF 영화(science fiction film)
  • 박형철 교수
  • 승인 2020.08.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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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SF 영화들을 떠올리던 중, 잠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손 위에서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들이 펼쳐지지만, 1980~90년대만 하더라도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TV에서 상영되는 드라마들, ‘주말의 명화’, 그리고 비디오 테잎들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당시의 작품들을 회상해보면, CG 기술은 좀 부족했을지 몰라도, 상상력이나 스토리텔링은 결코 뒤처지거나 빈곤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아니 오히려 당시의 상상력이 있었기에 현대의 첨단기술이 개발되거나 더 확장된 상상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영상매체에 많이 등장하는 시간여행(time-slip), 외계 생명체, 그리고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들의 ‘원조’격인 다음의 작품들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가 타임머신인 <백 투 더 퓨처>(1985), 보름달 속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는 사랑스러운 외계인 <E.T.>(1982), 그리고 당시 인기 드라마 <전격 Z작전>(1982~86) 속 멋진 검정 스포츠카 ‘키트’는 무적 트럭 골리앗을 상대하며 사람처럼 말하는 자동차였다! 자율주행을 넘어선 원조 AI 자동차가 1980년대에 등장하는 게 놀라울 뿐이다.

왼쪽부터 백투더퓨처, 이티, 전격Z작전 포스터. 출처 영화 페이지
왼쪽부터 백투더퓨처, 이티, 전격Z작전 포스터. 출처 영화 페이지

비교를 위해 최근의 작품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블랙홀/웜홀을 통한 시간여행 <인터스텔라>(2014), 외계 생명체와 시간여행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외계 생명체와 언어/초월 <컨택트>(2016), 그리고 <A.I.>(2001)와 <아이, 로봇>(2004)을 비롯한 많은 AI 영화/드라마들.

거의 40년 차이가 나는 작품들이지만, 진일보한 과학과 기술을 통해 몇몇 실현 가능성을 조금 높였다는 것 외에 상상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실현된 것보다 아직 확인되지 않는 미지의 것들이 더 많고, 한걸음 다가섰을지 몰라도 여전히 궁금해 하는 것들이 더 많은 게 유한한 인간 지성의 현 주소이다.

그래서, 오늘은 4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확인하고 생각해볼만한 소재들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세기말 작품 <블레이드 러너>를 소개하려 한다. 1982년에 만들어져 혹평을 받은 이 작품 속 시대배경은 2019년이다.

재미있는 건, 40년 뒤의 세상을 상상한 작품이 시간이 흐르며 호평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최근에는 30년 뒤를 다시 상상하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작품 속 몇 가지 내용과 이를 통해 돌아볼 수 있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이다. 나아가 세상 속 인간 삶의 의미와 가치이다. 먼저, 영화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AI가 등장한다.

소위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more human than human)으로 설명되는 인공지능 인간이 튜링 테스트(Turing test, 대화 중 인간처럼 반응하고 대화하는 컴퓨터의 정체(인간인지 컴퓨터인지)를 알아내는 실험(1950))를 통과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AI는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앞에 있는 존재가 사람인지 아닌지 한참동안 주고받는 질문의 과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며, 나아가 생명과 존재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런 난해한 질문은 2020년을 살아가는 종교-윤리적 인간인 우리에게 이미 닥친 숙제이다.

영화 속 재미있는 발견이 하나 더 있다. 40년 뒤 미래인 2019년 바로 지금을 그리는 화면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스키너를 비롯해 초첨단 시대가 묘사된다. 그런데?! 현대 지구인의 필수품인 핸드폰이 등장하지 않는다. 굉장히 미래적으로 보이지만 공중전화가 등장할 뿐이다.

이런 숙제와 발견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상상을 통해 미래를 꿈꾸고, 발전시키고, 실현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책임이 따른다는 것, 2. 미래는 예상할 수도, 정해진 것도 없으며(불확정성), 그런 미래 같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은 불안과 무기력 앞에 놓여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상황과 진단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어떤 삶과 신앙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대처할 것인가?’

왼쪽부터 블레이드러너, 블레이드러너2049, 마음을담다 포스터. 출처 영화 페이지
왼쪽부터 블레이드러너, 블레이드러너2049 포스터와 광고 마음을담다 중 한 장면. 출처 영화 및 CF 페이지

먼저,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 믿음으로 평안과 안정감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면 좋겠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감사할 수 있다면 그처럼 감사한 것이 있을까?

과학과 증명의 모더니즘 시대인 20세기를 넘어, 상상과 신비와 미학의 포스트모던/휴먼 시대인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한한 상상의 끝(끝이 있다면)에 서 계신 주님이 아닐까? 그리고 그 분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팬데믹의 고통의 실존일지라도 버티고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보는 것, 그것이 감사일 것이다.

나아가, 긍휼의 공감(compassion)을 통한 섬김이 우리에게 있으면 좋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많은 역량과 가치의 ‘C’들이 있다고 한다: Convergence(융합), Connection(연결), Control(통제), Collaboration(협력), Creativity(창의성), Communication(소통) 등.

이들 중, 인간을 뛰어넘는 기술의 C들은 받아들이고 인정하되, 그것들을 인간적 가치로 연결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의 중요한 매체가 되는 핸드폰을 단순한 통제(control)의 도구가 아닌, 긍정적 소통(communication)의 창으로 사용하는 것, 이는 기술에서 인간으로 방향을 잡는 가치 지향성의 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최근 이런 ‘기술+인간’의 좋은 예를 보여주며,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다큐멘터리와 광고가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먼저 하늘나라로 간 어린 딸과 엄마를 만나게 해 준 <너를 만났다>, 그리고 AI 기술을 통해, 선천성 청각장애인 엄마에게 목소리를 만들어 준 한 통신사의 광고 <마음을 담다>.

고통을 나누는 공감(com-passion), 따뜻한 위로, 그리고 사랑, 기술을 통해 인간의 소중한 가치들이 배가될 수만 있다면 그 기술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신비를 통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인간의 삶을 누리고 있음을 기억하며 감사하면 좋겠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표어인 ‘more human than human’을 ‘more human in Christ’로 바꾸어 우리의 삶과 신앙에 적용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직역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더 인간답게’, 의역하면 ‘더 그리스도인답게’ 정도가 되려나? 어느 쪽이든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살아야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 좋지 아니한가.

박형철서울여자대학교 특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형철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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