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예술과 목회]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 최정욱 소장
  • 승인 2020.08.0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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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다가 넣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그 가죽 부대를 터뜨릴 것이며, 그래서 포도주는 쏟아지고 가죽 부대는 못 쓰게 될 것이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 묵은 포도주를 마시고 나서, 새 포도주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묵은 포도주를 마신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한다.” (누가 5:37-39)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비유로 이야기할 때는 직접 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는 예를 들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시켰습니다. 이 포도주와 가죽부대의 이야기도 생활에 밀접한 소품이었기에 예를 들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포도주와 가죽부대? 지금도 가끔 멋으로 가죽부대를 와인용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예수시대에는 이동을 할 때 식수 대용인 포도주(wine)를 가죽부대(wineskin)에 넣어 이동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마태와 마가와 누가에 있는 이 새 포도주와 새 부대에 대한 이야기는 비유를 통해 전달하려는 본질적 내용과 별도로,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의해야 하는 사실을 전달해 주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새 포도주(와인)를 오래된 낡은 가죽부대에 넣으면 새 포도주가 가죽부대를 터뜨렸나 봅니다.

새 포도주는 왜 낡은 가죽부대를 터뜨렸을까요? 빈번히 발생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넣고 다니는 것은 금기되어야 할 불문율이었던 듯 합니다.

가죽부대가 터지면 와인이 쏟아져내려 여행이나 이동 중 수분섭취가 당장 어렵게 되고, 지금처럼 아무 때나 어디서나 편의점에 들러 물이나 식수를 구할 수도 없는 그 당시 상황에서는 당장 식수(와 이에 준하는 와인)를 구할 수 없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물이 귀하고 구하기 힘든 근동지방에서는 예전부터 물 대신 와인을 식수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지난 컬럼에서 언급했습니다)

당시 가죽부대는 집에서 키우던 양이나 염소의 가죽을 꿰메어 주머니 형태로 만들어 음료를 넣어 다니던 귀한 재산이었습니다. 가죽을 이어붙여 만드는 것보다, 본래 주머니 형태로 되어 있는 양이나 염소의 위장을 사용해 식수 주머니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고 튼튼했기 때문에 주로 이 가죽부대(wineskin)는 가축의 위장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위 아래를 막아 한쪽을 열어 안의 내용물을 마시는 형태로 만들면 튼튼한 이동용 물통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새 포도주가 이 가죽부대를 터뜨려 못쓰게 만든다면 또 한 마리의 가축을 희생시켜야 만들 수 있는 물품이었기 때문에, 부대가 터져버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되겠지요.

새 포도주와 묵은 포도주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새 포도주는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햇 포도주를 이야기하고, 묵은 포도주는 적어도 1년 정도가 지난, 새 포도주가 나오고 나서 상대적으로 오래된 포도주를 이야기합니다.

포도를 터뜨려(파쇄) 발효시켜 알콜을 생성시킨 와인은, 지금처럼 위생적이고 과학적인 조건에서 발효하지 않으면 발효가 중간에 멈춰지거나, 와인으로 만들어지고 난 후에도 서서히 발효가 더 진행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새 포도주는 효모가 남아있어 추가발효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묵은 포도주는 효모가 죽어 추가발효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만들어 집에서 서늘한 곳에서 마시면 아무 문제없던 새 와인을 가죽부대에 넣어 이동하게 되면, 근동지방 더운 열기에 노출로 와인안에 살아있던 효모가 활동할 적절한 온도가 되어 추가적으로 발효를 개시하게 되고,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탄산가스가 가죽부대를 부풀어 오르게 만듭니다.

만든 지 얼마되지 않아, 가죽의 탄력이 살아있는 새 부대(new wineskin)는 이 탄산가스로 부풀어 올라도 바로 터지지 않습니다만, 잘 말라서 튼튼해져(딱딱해져) 있는 헌 가죽부대(old wineskin)는 부풀어 오르지 못해 터져버리게 됩니다.

이동이나 여행을 위해 새 포도주를 휴대하고 나가자면, 반드시 새 가죽부대에 넣어야 했을 것입니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포도로 1년 내내 마실 식수대용으로 와인을 사용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실입니다. 새 와인도, 헌 가죽부대도 버려서는 안되는 중요한 자산이고, 마찬가지로 묵은와인도, 새 가죽부대도 그랬을 것입니다.

새 와인과 잘 말라서 헌(그렇지만 튼튼한) 부대는 좀 더 좋아보이는 것, 묵은 와인과 새 부대는 상대적으로 덜 좋아보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불문율을 개의치 않아하던 젊은 사람들은 종종 새 와인과 낡은 가죽부대를 가지고 나갔다가 터뜨려 낭패를 당하거나 어렵게 돌아오는 일이 생겼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좀 덜 좋아보이더라도 새 와인을 새 부대에 담거나, 묵은 와인을 새 부대에 담거나, 혹은 묵은 와인을 헌 부대에 담아 다녔을 것입니다.

보기에 좋아보이는 것이 더 좋은 것과 항상 같지 않습니다. 더 신선하고 새로운 것은 그것대로, 오래되고 묵은 것은 그것대로, 새로 만들어져 모양과 형태가 잡히지 못한 것은 그것대로 효용과 가치가 있다고 하는 말로 이 구절을 이해하게 됩니다.

마태와 마가에는 없는 구절이 누가에 추가되어 있습니다. 묵은 포도주, 즉 숙성이 잘 된 와인을 마셔본 사람은 새 와인보다 묵은 와인을 좋아하게 됩니다. 저는 물론 새 와인도 좋아합니다만, 세월이 흘러서 안정이 된 연륜과 숙성은 새 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복합적인 맛과 향을 느끼게 해주는 귀한 선물과도 같습니다.

최정욱 소장광명시청 주무관,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 전공
최정욱 와인연구소장
레스토랑 투바이투 수석 소믈리에
(전)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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