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 개 회초리로 맞은 목사
[티와들보] 개 회초리로 맞은 목사
  • 김철민 목사
  • 승인 2020.08.0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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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어미개의 이름은 몽이입니다. 먹성 좋고, 활발하고 쾌활한데다 운동까지 좋아해서 때로는 번거롭기까지한 개구쟁이입니다. 그런데 이 개구쟁이가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암놈 한 마리, 숫놈 두 마리, 무려 세 마리나 되는 새끼의 엄마가 된 것입니다.

저는 꼬물꼬물 움직이며 어미개의 젖을 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새끼들을 생전 처음으로 가까이서 지켜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저를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하나님의 계시와 같은 준엄한 회초리였습니다.

우선 엄마개 몽이는 새끼들을 먹이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심지어 집사람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임산부 특식’이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새끼들에게 젖을 빨리고 있었습니다. 평소의 몽이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리 뛰고 저리 날뛰며 먹이 쟁탈에 목숨 걸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오간데 없고 그냥 묵묵히 어린 새끼를 위해 젖을 물리고 있는 성숙한 모성에 숙연해 지기까지 했습니다. 개도 자기보다 자기 새끼 먹이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어느 깊은 밤, 몽이는 새끼들과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보려고 살금살금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미개 몽이의 귀가 쫑긋하게 서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종일 젖 먹이느라 시달리고 혹시라도 새끼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긴장했던 피곤한 하루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까스로 몸을 누인 그 순간에도 몽이는 새끼를 지키기 위해 ‘사주경계’ 자세를 풀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미개는 잠을 자도 잠을 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온통 새끼들을 위해 깨어 있었습니다. 

한 2주쯤 지나니 몽이와 우리 가족 간에 무언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몽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새끼들을 살짝 들어 올려 앙증맞은 모습을 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 보기도 했지만 몽이는 주변을 서성일 뿐 이빨을 드러내거나 으르렁거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끼 강아지들의 냄새를 맡아보면 전혀 용변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알고 보니 어미개가 새끼의 용변까지 다 먹어치운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몽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새끼 몸을 구석구석 핥아 주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 한 마리를 정성스럽게 핥아주며 새끼들의 건강과 위생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새끼들의 몸에는 어미개의 스킨십과 터치가 구석구석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관찰하며 개만큼도 되지 않는 목자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몽이는 단지 새끼를 낳고 기르는 정도가 아니라, 저를 훈련하며 시범을 보이는 조교역할까지 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본능이라고 하지만 어미개 몽이가 보여준 헌신과 희생만큼 제가 주님이 맡기신 양떼를 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순전한 희생과 헌신을 쏟아 부으며, 보호하고, 닦아주고 핥아주며 새끼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저는 목자로써의 저의 모습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어미로써의 본능의 계절이 지나면 몽이는 다시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미개 몽이가 보여준 그 시범을 잊기 힘들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자연의 섭리 속에서 저를 깨우쳐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 닮은 참 목자의 길을 걷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샬롬!

김철민 목사대전제일교회
김철민 목사 대전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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