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피해자가 아니라 희생자로 기억해야죠
세월호 4주기, 피해자가 아니라 희생자로 기억해야죠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04.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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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4주기, 한국교회의 역할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기억하고자 지난 11일 연세대학교 원두우신학관 예배실에서 ‘4·16 기억채플’을 드렸다. 이날 세월호 가족협의회 ‘4·16연대’(박래군 공동대표)에서 만든 영상 상영, 세월호 유가족 최순화(故이창현 군 어머니)씨의 이야기,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 우원식 의원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인 권수영 교수는 이번 기억채플을 기획하고 준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3년 동안 ‘쉼과힘’이라는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유가족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었던 권 교수를 만나 세월호 참사와 교회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재난 한복판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아랫목, ‘쉼과힘’상담센터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인 권수영 교수. 정성경 기자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인 권수영 교수. 정성경 기자

권 교수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백50일 되어 ‘쉼과힘’이라는 상담센터를 오픈했다. 단원고 바로 옆 명성감리교회(김홍선 목사)와 선부종합사회복지관, 연세대학교 상담코칭지원센터 이렇게 3자 협력으로 만든 상담센터는 좋은 지역공동체 회복모형이었다. 김홍선 목사의 “우리 교회가 재난의 한복판에 있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가족들이 추운데 떨고 들어오면 따뜻한 아랫목을 찾듯 우리 교회도 따뜻함, 환대, 돌봄이 있는 아랫목이 되겠다”라는 말에 ‘힐링센터0416’을 ‘쉼과힘’이라고 지었다. 안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어가는 장소가 되길 바랐다.

단원고가 있던 마을은 분위기가 비슷하고 연립주택으로 이웃들이 서로 잘 아는 동네였다. 권 교수는 “이웃과 이웃이 가까운 경우 재난 시기에는 지나친 간섭이 침탈처럼 여겨질 수 있다. 고잔동, 와동, 선부동이 수백 명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마을 자체가 초상집이라 그곳을 떠나는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언제 돌아와도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동네에 노인들이 많아 유가족에게 따뜻한 이야기와 심리적 돌보미로 도움을 요청했다.”

쉼과힘센터는 3년 동안 유가족과 마을공동체를 연결하도록 지원하고, 작년 9월 마무리 예배와 학술행사를 가졌다. 그 사이 유가족을 돕기 위한 여러 단체가 생겼는데 유가족들을 이해하고 돌본 기관으로 ‘쉼과힘’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권 교수는 “그 중 호성이 어머니가 불교신자임에도 교회에 오셔서 감사 표현을 해주셨던 게 인상 깊었다. 교회는 마을 전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영적 뿌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상담 사역이 종교를 초월해 마을 전체에 돌봄의 정신을 잘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힐링센터0416쉼과힘은 ‘이웃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재난 후 마을의 승화된 삶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마을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맞이하고 일상 복귀를 도울 수 있는 공동체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라고 평가받는다. 현재 고잔동문화복지센터로 명칭을 변경하여 4.16가족과 주민을 연결하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인 아이들은 우리의 잘못으로 죽임을 당한 것

권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여객선 침몰사고로 교통사고나 다름없이 생각하는 일반인과 성도들의 태도를 우려했다. “사고 난 후 주일날 단원고 옆에 있는 교회에서 11시 예배를 드렸다. 그 교회에서는 새벽예배 때 반주하던 사찰 집사님의 딸이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담임 목사님이 울부짖으며 “아이들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고 우리의 잘못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다”라는 기도를 하셨다. 한국교회나 성도들에게 이런 신학적 사고가 부족했다”라고 꼬집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허술한 관리와 대처, 지도자들의 책임감 결핍, 운영자들의 도덕적 해이, 만연된 안전 불감증,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로 봐야된다고 강조한다. “피해자가 아니라 희생자였다. 우리 혹은 우리 아이들 대신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함께 눈물 흘리는 목회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 국가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

권 교수는 “희생된 아이들이 뛰어 놀던 공원에서 그들을 함께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외국에서는 ‘닥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고 기억하는 공간에 대해 긍정적이다. 아우슈비츠 감옥도 잘 보존되어 있다. “기억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함으로 안전과 생명존중에 대해 마음을 쓸 수 있고 사회와 국가가 바뀌는 계기가 된다면 그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쉼과힘센터에서도 ‘소생길’이라고 ‘소중한 생명길’을 만들었다. 센터부터 세월호 참사 관련 기관들을 방문할 수 있는 둘레길로 해설사도 있어 사람들이 안산을 찾아오면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권 교수는 “추모공원을 만들어 수학여행을 경주로 가듯 온 국민이 안전과 생명을 대표하는 안산 추모공원을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여객선 침몰사고가 아닌 국가적인 변화를 만드는 모멘텀(momentum)이 될 것이다.”

약한 자의 하나님을 실천하는 교회, 함께 우는 교인

사회의 빛과 소금이라는 한국교회가 세월호 사태에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교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대처하는 게 성경적일까? 권 교수는 “종교공동체에 원하는 것은 ‘당신 옆에 우리가 있다’라며 지탱해주는 영적인 공동체다. 그런데 유가족들이 갈 수 없는 공동체가 되었다는 것에 안타깝다. 기독교인 유가족들도 출석하던 교회를 가기 힘들다는 분들이 있다. 종교공동체가 유가족들을 가장 따뜻하게 안아줘야 된다”라고 답했다. 또한 “한국교회 지도자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을 드러내면 한국 교인들과 유가족들에겐 큰 상처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아우슈비츠 이후의 신학이 있다. 엘리비젤이라는 노벨평화상 후보였던 문학가가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경험한 내용을 ‘나이트’라는 소설에 담았다. 그 소설 속에서는 수용자들과 함께 ‘고통 받는 하나님’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신학자들도 ‘세월호 이후 신학’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권 교수는 “인간과 질적으로 다른 하나님, 위대하고 강한 하나님, 징벌하시는 하나님이었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 약자와 함께 고통 받는 하나님을 묵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도 손잡아주지 않는 가장 약하디 약한 자의 하나님, 돌봄의 사역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도움을 실천하게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세월호 가족과 같이 사고 재난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아픔을 당한 이웃에게 크리스천 개인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권 교수는 “함께 손을 잡고 울어주라”고 말한다. “한국교회는 여전히 천국 가면 만난다는 말씀으로 먼저 위로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건 돌봄과 공감이다. 예수님처럼 손잡고 ‘언제든 필요할 때 네 곁에 있어주겠다’라는 진심이 전해질 때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부활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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