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곧 평화다
생명이 곧 평화다
  • 장윤재 교수
  • 승인 2020.08.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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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는 하나로 엮여 있다. 인간에게 역사가 있듯이 자연에도 역사가 있다. 둘을 이분법적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 사회의 평화와 자연의 평화는 하나다. 기후변화로 작황이 실패하고 대기근이 발생한 곳에 폭력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결국 평화가 깨지고 시리아라는 한 나라가 붕괴한 것을 우리는 본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생명평화를 이야기할 때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아니 상상도 하지 못한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멈춰 선 시간이다. 생계를 위해 잠시도 멈출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금은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이 고통은 언제쯤 끝날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다. 다윗 왕의 반지 안쪽에 새겨진 문구다.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보건 당국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그리고 시민의 협력으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익숙한 과거로 되돌아가는가?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하는가? 그 일상은 과연 ‘평범한’ 일상이었나?

인류는 20세기까지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약 1백 년 전 스페인 독감(1918-20)으로 5천만 명이 사망했을 때에도 과학자들은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몰랐다. 오늘날엔 의학과 공중보건학 등의 발전으로 몇몇 전염병 퇴치에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새롭게 출현하는 신종 전염병은 막지 못하고 있다. 사스(2003), 신종 인플루엔자(2009), 에볼라(2014), 메르스(2015) 그리고 이번의 코로나19(20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점점 더 빈번하게 나타나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왜 일까?

그것은 이 병이 ‘인수공통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종간(種間) 전파로 퍼져나가는 인수공통 감염병은 인간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 근절할 수 없는 병이기 때문이다. 지금 박쥐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박쥐는 ‘세상 억울’하다. 왜냐하면 깊은 동굴 속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던 박쥐들을 세상으로 끌어낸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흙과 물, 대기를 더럽히고 또 부를 과시하기 위해 ‘야생의 맛’을 즐기는 탐욕스러운 존재다. 이런 인간이 다른 생물 종 서식지를 거리낌 없이 파괴하면서 종간(種間) 접촉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날로 확대되는 수송 능력은 삽시간에 병원체를 전 지구로 퍼뜨렸다. 치명적인 인수공통 감염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특별히 인간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주제넘게 다른 생명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아니다. ‘생태적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거리두기는 배려다. 존중이다. 그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그리고 하나님의 동료 피조물을 지키는, 평화에 이르는 매우 구체적인 방법이다.

지금 우리의 고통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매년 병든 닭을 10억 마리씩 소비하고 5백만 마리의 가축을 이른바 ‘살처분’(殺處分)하는 우리의 이른바 ‘평범한’ 일상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일상으로 우리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 그런 폭력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안 된다. 우리는 평화로운 일상을 지금 여기서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 새 생명의 길이 열린다.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기다림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기다림이란 오늘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른 날로 만드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오늘을 다른 날들과 다른 ‘새로운 일상’(new normal)으로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생명을 심어 평화가 자나라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생명이 곧 평화다.

장윤재 교수<br>(이화여대 기독교학과)<br>
장윤재 교수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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