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목회모델] 문영길 목사(청주금관교회), “목사님, 나 죽을 때까지 책임져 주시면 안돼요?”
[미래세대 목회모델] 문영길 목사(청주금관교회), “목사님, 나 죽을 때까지 책임져 주시면 안돼요?”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0.07.29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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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교회 목회자로, 섬김의집 운영자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문영길 목사와 한명자 사모. 정성경 기자

 

‘하늘사다리 목사’라 불리며

청원군 지역사회 섬기며 봉사

한명자 사모가 받은 인촌상

상금 전액 섬김의집 건축비로

독일까지 전한 수제 면 마스크

충북 청원군 미원면 금관리에 위치한 청주금관교회를 27년째 섬기고 있는 문영길 목사가 교회를 떠나려고 했던 적이 있다. 1993년에 그곳에서 사역을 시작해 2000년이 되니 농촌 목회로 더 이상 새로운 사역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개척을 하고 싶은 마음에 간절히 기도만 하고 있던 어느 날, 하반신 마비로 자녀들이 교회에 모시고 왔던 한 성도가 문 목사에게 찾아와 달라고 전화를 했다.

당시 그 성도를 보살피던 이가 어머니 권사였는데 나이가 드심에 따라 더 이상 보필이 어려워 가족들이 그를 장애인 시설로 보내려고 했던 것이다. 젊었을 적엔 깡패로 힘도 셌던, 하지만 이제는 하반신 마비로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60살 넘은 그 성도가 문 목사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목사님, 나 죽을 때까지 책임져 주시면 안돼요?”

당시 청주금관교회는 농촌의 미자립교회였다. 문 목사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애원하는 그에게 문 목사는 “그러겠노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는 교회에 들어가서 어떻게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회 땅이 넓으니까 농사라도 지어서 같이 먹고 살아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부터였다. 문 목사가 “제가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고 기도만 하면 “제대로 해라”라는 하나님의 응답이 왔다. “뭘 가지고 제대로 합니까? 제 형편 아시지 않습니까?”라고 따져도 여전히 “제대로 해라”라는 응답뿐이었다. 어느 순간 문 목사는 “아, 내가 주의 종 놈이지. 주인이 제대로 하라고 했으면 ‘주님이 책임져주세요’라고 하면 될 것을”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회개하고 일단 “제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대답부터 했다.

그게 금관리에 아름답게 세워진 소망가득한섬김의집(이하 섬김의집)의 시작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건축된 섬김의집은 부지 1500평에 건평 170평의 아름다운 목조건물 4동과 식당 1동, 물리치료실과 여가실 1동, 그리고 가족들이 쉬어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까지 마련되어있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정기관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 18명의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최고 35명까지 지냈던 곳이지만 현재 코로나19와 전문인력 수급의 어려움으로 전보다 인원은 줄었지만 어느 곳보다 ‘좋은 시설’로 정평이 나있다.

‘하늘사다리 목사님’과 천국 소망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소망가득한섬김의집 전경. 정성경 기자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에 세워진 예쁜 집을 연상케 하는 섬김의집은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으로 완성됐다. 문 목사가 금관리에서 목회를 하며 사회복지에 비전을 갖고 평택대학교에서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공부했던 것, ‘저런 집을 짓고 싶다’라고 했던 멋있는 집이 지어지고, 보건소장으로 은퇴한 한명자 사모의 헌신과 섬김이 더해져 현재 섬김의집이 운영되고 있다.

섬김의집을 건축할 당시, 나름 문 목사의 계획으로 1백만 원씩 100군데에 천사운동을 벌였지만 주위에서 “맨 땅에 헤딩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현재는 많은 교회들이 복지시설도 같이 운영하고 있지만 2000년 당시에는 그런 교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목사는 꾸준히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던 중 문 목사와 한 사모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仁村紀念會)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한 제18회 인촌상 공공봉사부문에 한 사모가 수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함께 수상한 이들은 정의숙 이화학당 명예이사장, 김충렬 명예교수,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등이었다.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5천 만 원이 수여되는 인촌상을 수상한 것은 복지목회를 하는 문 목사와 금관보건진료소장으로 오랫동안 묵묵하게 지역사회를 섬겼던 한 사모의 봉사와 헌신의 열매였다. 5천 만 원 상금 중 세금을 떼고 4천 9백 얼마가 한 사모의 손을 스치고 지나갔다. 문 목사가 섬김의집 건축에 올인한 것이다. 그것이 씨앗이 되었다.

그렇게 세워진 섬김의집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모두 청주금관교회를 섬긴다. 강요로 이뤄진 것은 절대 아니다. 교회에서는 매주 성찬식을 하는데 어르신들에게 “혼자 계시면 재미없으니까 같이 구경 가실래요?”라며 교회에 간다. 그러다 성찬식에서 자신만 떡과 포도주를 못 먹게 되면 “어떻게 나도 같이 할 수 있나?”라고 묻는다. 그런 분들에게 “세례를 받아야 된다”며 복음을 전한다. 그러면 대부분 예수님을 영접하고 같이 예배를 드리게 된다.

그래서 붙여진 문 목사의 별명이 ‘하늘사다리 목사님’이다. 천국으로 돌아가시기 전 이 세상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머물다 간 이가 250여명이다. 어떤 어르신은 10년 이상 살고 계시기도 하고, “섬김의집에 가면 오래 산다”는 소문도 있다. 그만큼 육체의 건강과 영적인 건강도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섬김의집을 통해 청원군에는 전문 요양보호사들이 많이 생겨났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정기관이기 때문에 자격증을 소지한 이들만 보호사로 일할 수 있어 교회에서 일찌감치 신앙의 제자훈련과 함께 전문적인 훈련도 함께 시켰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정기관이 되기 전 섬김의집은 양로원이었다. 당시 청주에 외국인노동자교회 목사의 소개로 네팔에서 온 자매들이 4년 동안 직원으로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돈을 벌어서 네팔에 공장을 지은 이도 있었다.

매주 진행되는 금관교회의 붕어빵 사역. 정성경 기자

금관리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청원군 9개리의 1천명 지역민들을 섬기는 봉사를 많이 했다. 대표적으로 200여명의 어르신들을 목욕시키는 봉사도 했었다. 지역교회들이 한 마음으로 봉고차 9대를 가지고 어르신들을 목욕시켜드리고, 금관교회에서는 김밥을 500줄, 떡이나 간식 등을 대접하기도 했다. 현재는 붕어빵을 구워 독거노인 집집마다 방문하며 전도 하고 있는데 지난 4월부터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수제 면 마스크를 제작해 전달하기도 했다.

벌써 문 목사와 한 사모가 금관교회에서 사역한지 27년이 흘러 이제는 금관리 어느 가정집을 방문해도 금관교회에서 선물한 뚝배기, 쟁반, 바늘꽂이, 오프너, 칼 가위 세트 등의 살림살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는 메이드인 금관교회 수제 면 마스크가 이 지역에서 유행이다. 뿐만 아니라 그 유행이 독일 동쪽 할레 지역까지 퍼졌다. 그곳에서 노숙자와 알코올 중독자, 약물 중독자 등을 위해 사역 중인 한인 선교사에게까지 금관교회의 수제 면 마스크 300개를 전달했다. 성도 중 한복 만드는 권사의 헌신으로 시작된 면 마스크 나눔 사역은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때로는 문 목사와 한 사모가 허탈감을 느낄 때도 있다. 도시 교회라면 이정도 사역이면 교회가 부흥되는 것을 볼 수 있을텐데, 문 목사 이전의 전임자인 김동호 목사부터 꾸준히 지역사회를 섬겨온 것은 물론이고 교회의 사역은 왕성해짐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농촌 목회의 맹점”이라며 “시간이 흘러 이런 농어촌 교회들이 성도가 줄어들어 합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문 목사. 사업가 기질을 가진 문 목사였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를 교회 사역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기에 현재 금관교회와 섬김의집이 서있는 것이기도 하다.

소망가득한섬김의집에 들어서면 먼저 반기는 금관교회. 교회 앞에는 한명자 사모의 친정어머니가 매 예배 때마다 울리던 교회 종이 있다. 정성경 기자

“우리는 하늘에 씨앗을 심는 사역을 하는 거죠.”

웃으며 말하는 문 목사와 한 사모의 눈에는 여전히 내일을 향한 소망이 가득했다. 한 사모는 현재 국민보험공단에 속한 웰다잉 강사로 강의 중이다. 간호사로, 보건소진료소장으로, 그리고 사모로 어르신들을 만나며 쌓아온 내공과 신앙의 간증들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 목사님이 요리를 잘해요”라고 귀띔하는 한 사모와 문 목사의 또 다른 꿈은 목회를 하다 번 아웃된 목회자들을 섬기는 것이다. “영적으로나 육적으로 피폐해진 목회자들을 초청해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다시 회복하고 충전하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며 새로운 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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