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월 16일 오후 2시 50분에 북한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 당국에 의해 폭파당했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 14일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처음 설립 된 지 642일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처음에 설립되고 여러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북한에 의해 폭파당할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상상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시작은 참으로 희망적이었다. 당시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는 북과 남이 우리민족끼리의 자양분으로 거둬들인 알찬 열매"라고 말했고,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은 "평화의 새로운 시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상시 소통의 창구"라고 평가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한 기대감을 남북이 공공연히 드러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한 기대감은 2019년 초 ‘하노이 노딜’ 이후로 실망감으로 바뀌게 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기능도 실질적으로 마비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평화의 열매에서 바람에 날리는 먼지가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대인은 구약성경에서도 시편 120편부터 시편 134편까지를 ‘순례자의 노래’라고 부른다. ‘순례자의 노래’는 유대인이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면서 함께 부르는 노래로 흔히 알려졌다. 2018년에 하늘의 부름을 받고 이 땅에서의 생을 마감한 유진 피터슨은 ‘한 길 가는 순례자’라는 책에서, ‘순례자의 노래’가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리적으로 예루살렘은 팔레스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서, 그곳의 여행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등반에 보낸다. 예루살렘 성지 순례는 하나님을 앙망하는 상향적 삶을 시연하는 것이다. 이 순례자의 노래는 과도기의 노래, 곧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인도하시는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용기와지지, 내적 방향 감각을 제공해주는 간결한 찬송이다.”
시편에서 ‘순례자의 노래’를 처음 시작하는 시편 120편은 순례를 시작하는 시인의 내면과 외면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 지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금 시편 120편의 시인은 곤경에 빠져있고, 거짓된 입술과 거짓 혀로부터 고난당하며 메섹사람들과 게달인의 천막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시편 120편은 시인이 평화를 미워하는자들 틈에 너무 오래 끼여 살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소망은 화평임을 고백하며 시가 마무리된다. 시편 120편에서 화평을 갈망하지만, 화평이 없는 시인의 모습과 지금의 한반도의 모습은 유사한 점이 너무나 많다. 평화를 향한 순례의 여정이 비록 위험하고 더딜지라도 평화의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면 우리는 이 길의 끝에서 평화의 도읍인 예루살렘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순례자의 노래는 우리에게 아무리 지치고 힘들지라도 이 평화의 여정을 결코 멈추지 말라고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