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와 ‘거리좁히기’
‘거리두기’와 ‘거리좁히기’
  • 김기태 교수
  • 승인 2020.07.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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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세상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대화를 할 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말이다. 비말에 의한 전파가 특징인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 때문에 이를 따르고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대화 당사자 간 거리는 소통의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거리를 유지하는지가 곧 관계의 질을 좌우한다. 비언어적 메시지로서의 거리를 관찰하면 대화하고 있는 사람 사의의 관계를 유추할 수도 있다. 인류학자 헐(E. Hull)은 거리 개념을 이용하여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유형화했다. 먼저 접촉 상태에서 약 45cm까지의 거리를 유지하는 ‘친교적 거리’로서 연인 또는 엄마와 아기 사이의 거리이다. ‘개인적 거리’는 약 45cm에서 120cm까지의 거리로 일반 사교 또는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친구 사이의 거리를 말한다. ‘사회적 거리’는 120cm에서 360cm까지의 거리로 교실 안의 교사와 학생, 사장과 비서, 경찰과 범인 사이에 유지하는 거리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적 거리’는 대중 집회에서 연사와 청중 사이의 거리 등을 가리킨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거리 개념은 사회적 환경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가 곧 관계와 소통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상대방과 유지하고 싶은 관계의 정도나 깊이에 따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때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이런 상황에 의도치 않은 변화나 균열이 발생하면 갈등이 생기고 관계가 깨지는 경우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지침 중 주변 사람과의 거리두기는 필수 항목이다. 현재 창궐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확진자의 침방울에 의해 전염 가능성이 높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방역 당국에서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 손씻기, 마스크 착용하기와 함께 일정한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람이 밀접한 곳을 피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호흡기 질환의 사람들에게서 속히 멀어져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를 지침화한 방역당국의 조치가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여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능하면 사람들 사이의 만남과 대화 자체를 최소화하라는 즉,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의미였다. 문제는 일시적인 물리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심리적 거리두기를 넘어 점차 실제 서로 멀어지는 경우까지 생겨난다는 데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실감 나는 세상이다. 가능하면 멀리하는 게 좋다는 방역 지침 때문에 그동안 서로 만나던 사람, 모임, 집회 등과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시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실제로 서로 간 ‘거리’를 만들고 다시 관계의 불편함이나 단절로까지 나아가는 경우도 있다.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시대에 ‘거리좁히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물리적 거리는 유지하면서도 정신적, 심리적, 내면적 거리는 좁혀야 한다. 이를 위해 직접 만나지 않고도 각종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해서도 얼마든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만남을 찾아야 한다. 오프라인보다 더 유용한 온라인 소통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거리두기를 권하는 이 시대에 그동안 이어온 모든 만남과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도 필요하다. 만남의 양보다는 만남의 질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김기태(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독교언론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장)

 

김기태 교수

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독교언론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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