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속에도 철저한 방역으로 굶주린 어르신들에게 한 끼 대접합니다”
“코로나 위기 속에도 철저한 방역으로 굶주린 어르신들에게 한 끼 대접합니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6.26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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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작은이들 무료급식소
1년 내내 지역 어르신 80여 명
따뜻한 아침 식사 한 끼 제공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탈 없이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박대관 목사는 위생과 식단 메뉴에 신경을 기울인다. 김성해 기자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탈 없이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박대관 목사는 위생과 식단 메뉴에 신경을 기울인다. 김성해 기자

토요일 이른 새벽. 인천 동구 송림6동에 자리한 작은이들 무료급식소가 문을 열었다. 오전 10시부터 배식 시간이지만 새벽부터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오전 6시에도 어김없이 어르신 한 명이 급식소를 찾아왔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박대관 목사(작은이들교회)는 어르신의 체온을 측정하고, 이름과 연락처 등을 기재하며 손소독제를 어르신 손에 뿌린 뒤에 식당으로 입장시켰다. 코로나19로 약 두 달간 문을 닫았지만, 질병보다 배고파서 죽을 것 같다는 어르신들의 호소로 인해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며 하루하루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후 박 목사는 급식소 오른편에 있는 공부방 내 주방으로 들어가 하루 분의 쌀을 씻는다. 대형밥솥 한 개당 약 40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데, 박 목사는 밥솥 두 개에 달하는 쌀을 씻어서 각 솥에 안쳤다.

밥 짓는 순서를 마친 박 목사는 어르신들이 먹을 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의 메뉴는 시래기 된장국. 전날 저녁 손질해둔 시래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큰 냄비에 넣고,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시중에 판매하는 된장으로 간을 맞춘다. 직접 만든 된장으로만 끓이면 맛있는 색이 안나온다는 것이다.

국이 끓기 시작하자 박 목사는 썰어둔 두부를 넣고 국을 더욱 팔팔 끓인다.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은 전부 65세 이상 고령자이기 때문에 시래기가 푹 삶아질 때까지 오래 끓이는 것이 박 목사의 요리 방식이다.

박 목사는 코로나19 속에서도 급식소를 운영하는 만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철저한 방역에 힘쓴다. 김성해 기자
박 목사는 코로나19 속에서도 급식소를 운영하는 만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철저한 방역에 힘쓴다. 김성해 기자

박대관 목사가 밥과 국을 만드는 동안 그의 아내는 2층에서 반찬 3가지를 만든다. 당일 식사가 완성되자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급식소를 찾아왔다. 자원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거리를 두고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에서도 마스크를 벗거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박 목사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식당을 꽉 채워서 식사를 제공했는데, 지금은 거리를 두고 앉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앉아서도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일절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주의를 주고 있으며, 식사할 때도 대화 한 마디 하지 않고 식사만 하고 가실 것을 권유한다”며 “행여나 급식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운영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방역에 힘쓰는 것이다. 어르신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방역 지침에 동참하신다”고 말했다.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를 준수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은 어르신들에게 수저와 물컵, 식사가 담긴 식판을 일일이 자리로 가져다준다. 어르신들은 식사를 시작했지만, 말소리 하나 나오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아침식사가 끝났다.

인천에서 가장 노인이 많은 곳,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 동구라는 박대관 목사는, 1년 365일 내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한다. 김성해 기자
인천에서 가장 노인이 많은 곳,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 동구라는 박대관 목사는, 1년 365일 내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한다. 김성해 기자

박대관 목사가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한 지 올해로 12년째다. 지난 2009년 3월부터 1년 365일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르신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밥을 지었다. 어머니가 소천했을 때도, 자녀가 결혼식을 올릴 때도 어르신들 식사를 먼저 대접했다.

그가 12년이란 오랜 시간동안 급식소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굳은 신념 때문이다.

박 목사는 “12년 동안 온갖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늘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공중의 새도 먹이시고, 이스라엘 백성들도 만나와 메추라기로 늘 먹이셨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급식소의 식단 역시 하나님이 매일 채워주실 줄로 믿는다”며 “매일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에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라 주변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펼쳐주신다. 인근 지역 구이통닭집 사장님 덕분에 3달 가까이 담백한 닭다리를 식사로 대접한 적도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특이한 점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는 비기독교인 어르신만 이용이 가능하다. 식사와 함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이 그의 사역 이유다.

박 목사는 “간혹 교회에 출석하시는 어르신들이 우리 급식소를 찾을 때도 있지만 설득하며 돌려보낸다. 나는 애초부터 믿지 않는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고 또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인데 교회를 다니시는 어르신으로 인해 비기독교인 어르신 한 명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 어르신들은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지만 어쩔 수 없다. 한 마리의 어린 양을 찾으셨던 예수님처럼 나는 복음을 모르는 어르신 한 명이라도 더 구원하는 일에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철저한 방역 속에서 식사하는 인천 동구 지역 어르신들. 김성해 기자
철저한 방역 속에서 식사하는 인천 동구 지역 어르신들. 김성해 기자

이 외에도 박대관 목사의 사역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송림4동에서 긴 세월 사역하다가 지난해 지금 동네로 교회를 옮겼는데, 당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옆집의 식당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왜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느냐, 매출 떨어지게 할 일 있냐고 항의를 했으며, 교회 뒤쪽에 있는 또 다른 어르신은 동네 집값 떨어지겠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은 오히려 박 목사의 사역에 칭찬과 호의를 내보이고 있다.

박 목사의 무료급식소 사역을 비난했던 건너편 쌀집 어르신은 “목사님 참 좋은 분이다. 아침마다 길거리도 매일 청소하시고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급식소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이 지역 주민인데 이들 중 90%가 비기독교인, 타종교인이다. 그럼에도 교회의 사역에 동참하게 만든 것은 박 목사의 묵묵한 노력 덕분이었다.

박대관 목사는 “교회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동네 반발이 너무 심했다. 민원을 받은 통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교회로 찾아올 정도”였다며 “맞받아치기보다는 교회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찾다가 교회 앞 골목길을 큰길 입구까지 매일 쓸었다. 그리고 식당 주인에게는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이들이 돈을 내고 식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님을 보여주는 등의 노력을 지속했다. 덕분에 지금은 다들 도와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자신의 사역을 ‘이삭줍기’, ‘끝물목회’라고 정의했다. 40여 년 전 그의 모친이 논밭에서 주운 겨와 알맹이를 모아 털고 나니 쌀 한 가마니가 나왔던 데에서 시작된 것이다.

박 목사는 “떨어진 이삭처럼 인생의 끝자락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내가 복음을 전해서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버려진 이삭이 주님께 돌아오도록 하는 것을 목회 사역 초점을 맞췄다”며 “처음에는 목사가 밥을 주는 것에 대해 핀잔의 목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찬송도 부르고 예배에도 참석하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끝물 목회사역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대관 목사는 “은퇴하는 날, 힘닿는 날까지 끝물목회를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싶다”며 “한국교회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인프라를 구축해 어르신들의 도움 요청에 귀기울였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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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2020-06-26 18: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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