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분단 의식과 통일 운동은 결코 함께 할 수 없다
[티와들보]분단 의식과 통일 운동은 결코 함께 할 수 없다
  • 박성철 목사
  • 승인 2020.06.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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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탈북민단체에서 무분별하게 유포하였던 대북전단지가 결국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커다란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낳았다. 군사적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점 쳐지고 있으니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다양한 우려는 어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그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보수 언론들은 이미 북한의 신경질적 변화를 여러 번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이라도 전쟁날 것처럼 떠들어 대고 있다. 통일의 열매는 길고 지루한 협상과 타협의 과정을 거쳐야 얻어진다. 남북 정상이 몇 번 만나는 것만으로 한반도 통일이 가능했다면 우린 벌써 통일한국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지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보수 언론들의 몰상식한 보도행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가 차분히 현실을 관망하는 모습은 한국사회가 이전에 비해 많이 성숙해졌음을 보여준다.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둔 현 시점에서 지난 70년 동안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정치·군사적 갈등과 이데올로기적 대립으로는 결코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없다는 점이다. 통일 문제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관계와 남북의 정치적 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이를 무시한 채 대북전단지와 같이 단순한 정치적 선전을 통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은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 상황에서 분단 의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통일 운동의 부작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주류적 통일담론은 ‘흡수통일모델’(reunification by absorption model)이었다. 이 모델은 군사력의 우위를 기반으로 북한에 대한 무력 수복을 주장한 이승만의 모델을 경제력의 차이를 통해 북한 정권의 와해를 유도하겠다는 방식으로 수정한 박정희의 통일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냉전적 통일담론은 오히려 분단 구조를 강화하고 분단 의식을 내재화하였다. 분단 의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통일 운동은 분단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남북의 대립과 갈등을 더 부추길 뿐이다.

과거 한국교회는 흡수통일모델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함으로써 남한 사회 내 분단 의식을 강화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과거의 오류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분단 의식을 극복하는 통일 담론을 구성하여 한반도 통일을 위해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분단 구조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하였던 기독교 근본주의의 인식론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필요하다. 또한 현실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가치 지향적 사유를 통해 통일 운동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대립적이고 분리주의적인 인식에 기반 한 정치·종교적 행위들이 부분적으로 작은 이익을 가져왔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젠 ‘공존을 위한 상호 인정’, ‘이데올로기의 상대화’, ‘남북의 문화적 연속성’을 통해 분단 의식을 극복한 대안적 통일담론을 구성해야 한다.

“분단의식과 통일운동은 결코 함께할 수 없다.”

박성철 목사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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