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 주민들 1백여가구 장판 시공
"딱딱딱..." 전북 고창의 주산교회 사택이 시끄럽다. 일꾼 10명이 그 안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사택 리모델링이 한참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건축전문가가 아니라 주변 전서노회 목회자들이다. 이들 목회자들은 어려운 교회를 찾아다니며 건물 리모델링으로 섬기는 '스티그마'(흔적) 회원들이다.
농촌교회가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교회마다 성도가 없고, 재정이 모자란다. 그러다 보면 목회자는 이 모든 어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교회당은 오래되고 사택은 물이 새며, 보수가 필요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 이를 위해 목회자들이 뭉쳤다. 기술은 부족해도 열정 하나만큼은 최고인 전서노회 목회자들이 모여 땀을 보탰다. 이로 인해 교회당이 보수되고, 예배당은 쾌적하게 되었다.
10여 년 전부터 전서노회 목회자 서너 명이 시작한 이 일은 현재 10명의 목회자와 1명의 장로가 참여하는 봉사단체로 성장했다. 해마다 1~2곳 이상을 선정하여 예배당 리모델링과 사택 수리를 하고 있다. 봉사활동에 도배와 장판교체는 기본에 속한다. 용접, 전기, 설비, 미장, 목수 등 못 하는 것이 없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이 이제는 제법 쓸만하다.
2016, 2017년에는 필리핀까지 직접 가서 선교지의 예배당, 유치원 등을 수리했다. 스티그마 회원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필리핀으로 날아가 지역주민들 밥도 해주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지인 주택 1백여 가구에 장판를 시공해주기도 했다. 비행기 삯은 자신들의 사례비를 쪼개 직접 마련했고, 공사 자재는 노회 안팎의 후원으로 감당했다.
망치 하나, 톱 하나 변변치 않았던 봉사 활동 초기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회원들은 자신이 받은 강사료, 교통비를 모두 모아 장비를 구입했고, 그러면서 회원들은 제법 모양새가 나는 일꾼이 되었다. 이들은 일의 원칙을 세웠다. 첫째, 목회자이기 때문에 목회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일하는 것이다. 주로 휴가철이나, 농번기에 봉사하여 목회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성도들이 이 일을 귀하게 생각해 이해할 뿐 아니라 오히려 후원까지 아끼지 않는다.
둘째, 일을 하다보면 자주 다쳐 피를 보게 된다. 어떤 회원은 이름(스티그마)을 잘못 지어서 그렇다고 농을 한다. 그래서 늘 공사하기 전에 안전하게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셋째, 이 일을 교회를 넘어서 이웃과 함께 나눌 계획이다. 아직은 많은 농촌교회들이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 외연의 확대가 쉽지 않겠지만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스티그마 회원은 다음과 같다.
회장 : 민경훈목사(태인제일교회), 총무 : 송기원목사(청림교회, 010-2046-9191)
회원 : 이원북장로(화호교회), 정성수목사(덕암교회), 소병지목사(참된교회), 송재선목사(산내교회), 김영길목사(흰돌교회), 김병천목사(신운교회), 김성곤목사(영전교회)
고창=박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