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전쟁과 평화 혹은 무기와 꽃씨
[데겔칼럼]전쟁과 평화 혹은 무기와 꽃씨
  • 안기석 장로
  • 승인 2020.06.2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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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유폐된 공간에서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정독한 적이 있다. 대하소설을 정독하다 보니 톨스토이가 풍자와 해학의 장치를 소설 곳곳에 숨겨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사와 인생은 전쟁과 평화가 씨줄과 날줄로 엮는 것이라는 점, 전쟁 속에 평화가 있고 평화 속에 전쟁이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전 세계는 어느 원로 언론인의 표현대로 ‘미래가 예정보다 일찍 불시착한’ 코로나19 군단과 전쟁 중에 있고 우리나라는 이에 더해 북한의 ‘한반도평화 폭파’로 전쟁과 같은 긴장감 속에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정전 상태로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 성장을 이루어왔다. 물질의 풍요함 속에서 평화시대가 항구화된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엄습으로 환상은 깨어지고 있다. 민생은 초토화되기 직전에 생존의 마지노선을 겨우 방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반도 번영을 이루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평화경제’라는 씨는 뿌려보기도 전에 남북이 접경한 지역에서 폭음의 연기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인류사에 있어서 전쟁에 대한 다양한 거시적 미시적 담론들이 있다. 그중에는 기술적 발전, 문명의 교류, 도시의 재건, 인구 조정에 거룩한 전쟁이라는 명분을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인간관계의 폭력적 파멸을 의미한다. 파괴와 살인 기술의 발전에 강제적인 문화 교류, 무고한 여성과 어린아이들의 시체 위에 도시를 재건하고 인구를 조정한다는 것이 무슨 명분이 되겠는가.

진정한 평화는 단절되고 파괴된 관계의 복원과 지속을 의미한다. 자연 정복이라는 명분 아래 인류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바벨탑을 세우자 자연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 코로나19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의 삶이 창조 질서에 순응하는 자연친화적인 삶으로 바뀌지 않는 한 기후와 식량과 질병의 문제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기근, 전쟁, 질병에서 해방되어 영생을 누리는 호모 데우스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카인이 동생을 죽인 에덴의 동쪽처럼 한반도에는 남과 북에서 흘린 동족들의 피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고 있다. 그 피눈물은 이념도 모른 채 영문도 모른 채 동원되고 끌려다니고 줄서다가 흘린 무고한 생명의 아우성이다. 이 아우성이 더욱 증폭되지 않고 멈추도록 하기 위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한걸음씩 옮겨왔다. 평창에서부터 판문점까지, 싱가포르에서 하노이까지 남북미 권력의 중심들은 전쟁의 무기를 버리고 평화의 순례를 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동족상잔의 6.25전쟁 70주년을 맞이하는 이즈음 우리는 다시 그날의 폭음과 연기와 총소리와 비명을 듣는 듯 평화를 위협받고 있다.

평화는 마치 서로 악수하는 손처럼, 서로 포옹하는 품처럼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전쟁의 폐허 위에 또다시 폭력적 무기로 평화를 꽃피울 수는 없다. 그 분노의 창과 광기의 칼을 버릴 수 있도록 이 땅의 시민들이 나서 평화의 꽃씨를 이곳저곳 흩뿌릴 수 있기를 빌어본다.

안기석<br>​​​​​​​(도서출판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br>
안기석
(도서출판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안기석 장로

도서출판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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