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목사다운 목사?
[독자기고] 목사다운 목사?
  • 주성학 목사
  • 승인 2020.06.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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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사,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학위나 교회 이력이 아니라,
예수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고, 부르심 때문에
헌신한 흔적이야! 사랑과 헌신의 흔적!”

안수 받은 지 20여 년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牧師가 되는 꿈을 꾼다.

불의한 진실에 눈감지 않는 용기, 복음에 합당한 의로운 가치를 분별하는 지혜, 울더라도 노래 부르며, 진리 탐구의 열정으로 말씀을 공부하고, 헤롯의 궁전이 아니라 감람산 거친 산길을 찾아 남몰래 부르짖으며 밤을 보내는 헌신, 사랑 때문에 좁은 길을 선택하는 담대함, 그리고 자신의 모든 기회와 선택을 산 제물처럼 주님을 위해 드리며,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죽을까?’를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 牧師라 생각하기에 ‘목사다운 목사’가 되는 꿈을 수없이 꾼다.

얼마 전 사랑하는 모(某)형님 목사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목사로서 선한 양심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을 부인하고, 성서 원전에 대한 열망 때문에 헬라어와 히브리어를 독학으로 익혀 상당한 수준에 이른 사람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중 하나를 졸업했으나 우쭐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아프고, 가난하고, 약한 지체들을 찾아 살필 줄 아는 따뜻함이 몸에 배어 있다. 검소함을 의복 삼아 신 한 켤레로 일 년을 보내고, 그를 만나고 돌아서면 ‘참 겸손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교회에서 마련해준 자동차가 부담스러워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오늘 전하는 설교 하나를 마치 유언처럼 준비하고, 죽을 각오로 전하기 때문에 그의 설교에는 힘이 실려 있다. 힘 있고, 잘난 체 하는 사람에게 그는 단단한 차돌 같은 사람이나 내세울 것 없는 사람에게는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사람이다. 그에게는 목사로 살고, 목사로 죽기 위해 치열하게 말씀과 기도에 전념한 흔적들이 있다.

이런 목사가 있으면 담임목사를 찾는 교회는 앞다투어 청빙하고, 그런 목사가 자기 교회 담임목사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줄 알았다. 그런데 형님 목사가 사역 현장의 실세에게 부당한 압력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너무 목사답고, 너무 깨끗하고, 너무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고, 너무 부지런하고, 청렴하고, 성경 말씀을 곧이곧대로 쫓아가고…다 좋은데, 힘 있는 실세에게 고개 숙이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형님 목사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가시 하나 가슴에 박힌 듯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저며온다.

누구든 '목사다운 목사가 없다’고 빈말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목사다운 목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목사다운 목사를 토해내는 현실로부터 하나님은 당신의 종들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에는 유명하지 않으나 ‘저 사람은 진짜 목사다’ 싶은 사람이 여럿 있다. 아니, 제대로 된 목사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먹고살기 위해 목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미치도록 사랑해 순명의 길을 선택했다. 이름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죽이기 위해 더 마음을 쏟는다. 사랑에 눈이 먼 것 처럼 아낌없이 내어주고, 이해관계를 계산하지 않고 마치 벧세메스로 올라가는 암소처럼 자기에게 맡겨진 목회 현장과 사람들을 품고 사랑하며 가는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다른 형님 목사 한 사람이 얼마 전부터 직업 훈련원에서 미장일을 배우고 있다고 기별을 보내왔다. 그는 20여 년 목사로 살면서 교회 안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는데, 이제는 밥 세 끼 먹는 것으로 족하니 세상 속에서 한 명의 그리스도인으로 살겠다며 노동자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牧師다운 牧師에 관한 생각이 깊어지니 몸과 마음이 뜨거워져 마치 열병에 걸린 것처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른 새벽 답답한 마음에 숨죽이며 예배당에 앉아 있는데, 오래 전 스승의 가르침이 죽비(竹篦)처럼 내리친다. “주목사,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학위나 교회 이력이 아니라, 예수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고, 부르심 때문에 헌신한 흔적이야! 사랑과 헌신의 흔적!”

 

주성학 목사

첸나이 한인장로교회 담임

총회파송 인도선교사

Ph.D-비교종교철학

jooind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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