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일 교수, 선교적 ‘교회’,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인터뷰] 한국일 교수, 선교적 ‘교회’,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0.06.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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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6개월 동안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선교신학을 가르쳤던 한국일 교수가 지난 2일 퇴임했다. 한 교수는 ‘선교적 교회’라는 개념으로 예장통합 총회에서 마을목회를 강조하며 교회 안의 교회가 아닌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 모델을 제시하고, 평면적인 교회가 아닌 입체적인 교회, 살아있는 교회의 모습을 전했다. 이 시대의 새로운 교회 패러다임을 제시한 한 교수에게 퇴임 소감과 신학자로서, 교수로서 한국교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어봤다.

지난 2일 퇴임식을 가진 한국일 교수.

 

교회론 회심, 선교적 교회로

교회는 doing이 아닌 being

예수 생명의 충만함으로

본질은 ‘세상 속의 교회’

-퇴임하신 소감은?

자유함.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에 느낀 게 자유함이었는데, 그동안 공부하고 교회나 신학교에서 열심히 일한 후, 딱 첫 느낌이 자유함이다.

-한국에서 ‘선교적 교회’라는 개념을 초기에 제시하셨다. 그 과정이 어떻게 되나?

신학교에서 교회와 선교라는 과목을 오랫동안 가르쳤다. 교회의 개혁을 위해 설교나 강의를 통해 교회를 많이 비판했었는데 17년 전, 교회론에 대한 회심을 했다. 어느 날 성경을 묵상하다가 에베소서 1장 23절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함이니라”에서 교회를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 사도바울이 고린도후서 4장 7절에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에서 그동안 ‘질그릇을 교회로 생각했구나’ 깨닫게 됐다. 질그릇 안에 담긴 보배를 봐야 되는데 형식적인 교회를 본 것이다.

한국교회 대부분의 현실적인 문제가 개교회주의, 지역 세상과 분리된 교회, 모이는 교회 중심, 방주적인 교회관, 건물 중심의 교회관, 프로그램 중심의 교회다. 그러나 예수님은 절대로 세상과 분리되지 않았다.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개념을 복음서를 통해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됐다.

또한 교회가 doing이 아니라 선교하는 being 차원으로, 본질적으로 세상 안에서 세상을 충만하게 하는 교회라는 것을 충격적으로 깨닫게 됐다. 이게 이론적인 깨달음이다. 같은 시기에 농촌교회 대부인 한경호 목사가 편집한 ‘농촌과 목회’라는 계간지를 통해 이미 실천하고 있는 교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수십 년 동안 한국교회 성장운동에 있어서는 아웃사이더로 있던 사람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농촌의 작은 교회에 불과했던 사람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거다.

한국은 70~80년대부터 지금까지 성장하는 교회만 주목하고 민중목회, 도시빈민목회, 농어촌선교하는 사람들을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 교회들과 목회자들을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이론을 연구하고 사례들을 같이 글에 싣다가 교회에 대한 실망에서 교회에 대한 희망으로 바뀌었다. 그것을 강의에 적용해서 강의에 초대해서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목사님들에게 알려주고. 세계교회에 알렸다. 예를 들면 부천에 있는 새롬교회는 70명도 안되지만 학생들에게 “미국의 새이비어교회 가지 말고 부천 새롬교회를 가보라”고 한다. 아산에 있는 송악교회, 홍천 도심리교회. 이런 교회들을 전 세계에 소개했다. 그리고 이런 선교적 교회를 선교학의 새로운 관점으로 받아들이고 전에는 교회와 선교라는 과목을 가르치다가 선교적 교회라는 용어로 설명이 될 것 같아서 학문적 도구로 사용했다. 그것이 2018년 총회에서 마을목회를 통해서 구체적인 지역교회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선교학 학자로서 이 시대의 한국교회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한국교회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선교적 교회는 교회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을 비판한다. 그것을 교회 중심주의나 교회 지상주의라고 말한다. 초대교회부터 선교초기 60년대까지는 한국교회는 크고 작게 사회의 신뢰를 받으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쳐 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창기에는 도덕적인 역량이나 사회 변화, 근대화에 이미 영향을 끼쳐왔는데 그 신뢰를 상실하기 시작한 것은 80~90년대 교회 성장을 목적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교회가 목적이 되고 교회 숫자가 많아지면서 교회 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한마디로 교회는 에베소서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세상을 사랑하신 하나님이 세상을 위해서 주신 그리스도의 몸이고 세상을 회복시키고 변화시키기 위한 생명의 전부인데 그것을 목회자의 목회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교회 성장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교인들을 세상으로 보내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아니라 성장하는 도구로 인식하면서 교회이해가 개교회 안으로 축호되며 본질을 벗어나기 시작한거다.

전태일 사건이 분기점인데, 1970년 당시 연대 서남동 교수는 세계 신학을 한국교회에 소개하는 신학적 안테나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전태일 사건을 경험하면서 한국사회의 경제성장 이면을 보게되고, 신학자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신학적 관점이 전환되는 신학적 회심을 경험했다. 사실 한국사회 성장 이면에는 전태일 열사가 이야기 한 것처럼 젊은 농촌에서 올라온 젊은 청년들이 하루에 15시간씩 일하는 비인간적인 노동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국사회도, 한국교회도 주목을 하지 않았다. 당시 소수의 민중운동과 민중 목회를 하는 사람들을 통해 알려졌지만 워낙 우리는 교회 중심적이고 성장 지향적 이다 보니 거기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그런 교회들을 새롭게 보기 시작하면서 그게 중요한 교회 본질로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교회들이 잃어버린 역량을 이런 교회들을 통해서 다시 찾게 되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복음서에 기록된 것처럼 예수님이 사셨던 삶의 모습을 그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예수 생명의 충만함이 교회 건물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이것은 교회 본질이자 시대적인 과제다. 한국교회 현실은 생존이냐 성장이냐에 집중되어 있다. 70~80년대에 시작한 교회성장운동을 여전히 붙잡고 거기서 희망을 찾으려고 하지만 이미 세상은 등을 돌리고 교회 안의 성도들도 가나안 성도가 되는 상황이다. 이럴수록 교회 본질을 회복하면서 시대적 과제와 사명을 이뤄 나가야 된다.

지난 2일 퇴임식을 가진 한국일 교수.

 

-교수생활을 하시면서 학생들에게 강조하셨던 것은?

학생도 목사도 현실적으로 교회 경험이 부족하다. 대부분 자신이 다닌 교회 아니면 일한 교회밖에 모른다. 그런데 전국을 다니면서 현장 교회를 연구해보니 “강호의 숨은 고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그들을 연구하고 또 학교에서 하는 강의로 초청하였다. 먼저는 교회에 대한 새로운 관점, 신학적 접근이 필요하고, 좋은 교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게 필요하다. 필요하면 찾아가야 되고, 자기 교회 안에서만 머물면 안된다.

관련 자료들도 많다. 한국교회연구원에서 마을목회 관련 책을 많이 출판했다. 먼저 신학생이나 목사들의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목사만 가지고 되는게 아니라 교인들과 나누면서 같이 공부하는 성경공부 교재도 개발해서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툴, 자료들이 필요한데 자료들이 이미 나와 있다. 세 번째는 그런 목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지역교회를 연구하고 실행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나와 2명이 공동소장으로 있는 가정교회마을연구소가 있다. 그 연구소가 바로 선교적 교회를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현장의 교회를 발굴하고 그것을 목사가 될 신학생들과 현장 목회자들과 공유한다. 또 그런 경험을 해외선교사들을 통해 해외교회와 나누고 있다.

-오늘날의 신학함, 신학도, 신학대학교 교수란 무엇인가?

한국에서의 신학은 교회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신대원은 목회자 양성인데, 신학교에서의 목회자 상이 다양하지 못하다. 신학교도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를 넘어서지 못한다. 유럽의 신학은 신학 자체가 교회를 위한 학문이기도 하지만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대화를 통해 교회 안에 고립되지 않도록 한다. 예를들어 조직신학은 철학과, 목회상담학은 일반 심리학과, 교회역사는 일반 역사와 대화해야 한다. 한국의 교단 중심의 신학교처럼 교회 안에 갇힌 학문이 아니다. 우리는 교회가 세워지고 신학교가 세워지다보니 교단과 교파주의에 영향을 받고 거기에 제한되어 신학교도 그 교회를 위해 활용되는 도구처럼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먼저 에베소서에서 발견한 것처럼 교회론을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는 보편 교회론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오늘의 신학은 세계를 해석하고, 세계 문제를 진단하고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성경이 말하는 대안이 무엇인지 교회를 통해서 실현된다. 신학은 교회의 필요와 요구에만 부응하는 학문이 아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공부할 때면 보편교회를 세우는 신학을 공부해도 현장에 들어가면 생존이냐 성장이냐 현실주의적인 편협한 교회론에 근거한 일종의 도구적인 신학을 필요로 하니까 신학교와 교회의 넘어설 수 없는 괴리감이 생긴다. 그래서 오늘날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보편교회를 세우는 것이고, 보편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세상을 위한 교회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신학적인 사명이라는 것을, 현장에서는 어떻게 교회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진단하면서 교회에 주어진 선교적 사명을 수행할 수 있을까, 그것을 목회를 통해 반영해야 한다.

신학생은 자기 성장에 집중하다보니 직접적으로 목회 현장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현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목사들이다. 그런점에서 목사들의 관점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퇴임 후 계획과 비전, 기도제목이 있다면?

선교적 교회란 그리스도인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가정.교회.마을 연구소에서 3년 전부터 세미나도 하고 있다. 그것은 지역교회가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평상시에 지역사회와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 지역사회는 주민을 재발견하고 일상을 재발견해서 관계를 전도의 대상이 아니라 이웃으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일상은 선교적인 영향력의 현장이다. 교회는 그것을 프로그램으로만 접근해왔다. 일상의 회복은 선교 현장의 회복이자 지역사회의 회복이다.

개인과 신학과 한국교회와 세계선교는 연결되어 있다. 모든 목사님들과 선교사들과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변화가 신학적인 변화에서 오고, 사역의 변화를 가져오고, 사역의 변화는 교회와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다. 한국교회 목사들과 선교사들이 힘을 모아서 이 땅에 세워주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고 성장이 목적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고, 일상에서 선교적인 그리스도인으로 삶과 사역을 통해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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