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교회 '예설 스페이스'
간판 없는 교회 '예설 스페이스'
  • 김찬주 객원기자
  • 승인 2018.01.31 1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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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요, 동네 사랑방이요, 새로운 목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인큐베이터”

통합, 합동, 기감, 대신 등 기독교계 교세가 큰 네 개 교단에서 배출하는 목사 후보생이 3천여 명,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과 교수진을 갖추지 못한 무수한 군소교단 출신의 인원들까지 포함하면 한 해 7천~1만 명의 예비 목회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 많은 목회자들이 모두 어디서 사역지를 찾을까?' 2천 년대 중반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기독교 인구를 생각해 볼 때 괜한 걱정은 아닌 듯하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나 근래 비즈니스 목회, 이중직 목회, 마을 목회 등 다양한 목회의 형태가 실험되고 있다. 이런 대안적 목회의 움직임이 그런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가운데 마을 목회와 비즈니스 목회의 중간 지점에서 새로운 목회의 형태를 선보이고 있는 김성우 목사(예설 스페이스 대표)를 만났다.

카페 예설 스페이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사람들
깔끔하게 꾸며진 카페 예설 스페이스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주민들

예설 스페이스는 광진구 광장동 평범한 골목길에 있는 작은 동네 카페다. 실제로 가게 밖에는 커피와 음료 가격이 적힌 메뉴판이 세워졌고 동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곳이다. 2016년 11월 2일에 문을 연 이 카페가 바로 동네 사랑방이요 새로운 목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인큐베이터요, 예설 스페이스라 이름 지은 교회다. 산성교회와 주안장로교회 부목사로 지내던 시절, 예수 믿고 행복한 교인들이 모여 재미있게 동역하는 교회를 꿈꾸다가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1층에 카페를 열고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소모임 공간으로 내어주고 베이직 홀이라 이름 지은 30여평 정도의 지하 공간을 교회로 사용하면서 이 또한 지역 주민들의 ‘놀이터’로 개방했다. 김성우 목사는 이것을 공간 사역이라 부르고 싶다. 하나님께서 주신 공간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이 공간 사역은 교회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전도 목적의 시혜성 공유가 아니다. 주민들의 자치에 맡겨 원하는 대로 공간을 사용하게 해준다. 대여료도 받지 않고.

구청 정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 모임과 구역예배를 드릴 곳을 찾는 사람들, 과외 지도하는 선생님, 미니 콘서트를 기획하는 사람들, 아직 예배 처소를 구하지 못한 교회 공동체 등 예설 스페이스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은 매우 다양하다. 베이직 홀에서 시간을 달리 하여 함께 예배를 드리는 교회만 해도 네 개 교회가 있었다. 얼마 전 부흥을 해서 그들만의 예배 처소를 얻어 나간 뉴송처치는 백석대 재학 중인 전도사 부부가 청년들을 모아 성경 공부도 하고 기도 모임도 하면서 예배를 드리던 어린 교회였는데 예설에서 부흥하여 교회의 모양새를 갖추고 번듯하게 예배당을 얻어 나갔다. 이때는 마치 자식을 키워 내보내는 것처럼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문화사역으로 개인파산에 이르고 예배 처소 없이 떠돌다가 예설에 둥지를 튼 하늘꿈 교회와, 함께 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이름도 정확히 모르는 11시 예배팀 교회도 곧 자립하여 나갈 수 있는 은혜가 임하기를 김성우 목사는 오늘도 기도한다.

공간의 십일조로 드리는 베이직 홀. 예배로, 세미나로, 콘서트장으로, 쓰는 사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놀이터 개념으로 운영된다.
공간의 십일조로 드리는 베이직 홀.
예배로, 세미나로, 콘서트장으로, 쓰는 사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놀이터 개념으로 운영된다.

지난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주민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축제를 벌였던 일은 크게 기억할 만한 일이다. 광진구 ‘우리 마을 가꾸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사무소와 장신대에서 후원하는 마을 축제였다. ‘동네발전위원회(가칭)’의 일원이 되어 문화 축제를 기획하고 공간을 제공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설교회에서는 이 축제에 여행스케치, 마로니에, CCM 가수 김소영 집사를 부르고 색소폰과 하모니카 연주 등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있는 광진구 자비량 봉사단의 연주를 유치하는 등 기획과 재정 지원에 여러 모로 많은 힘을 쏟았다. 동장님도 오시고 장신대 총장님도 오셔서 축하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니 마을 축제가 상당한 규모로 진행되었던 것 같다. 다함께 캐럴을 부르고 마음껏 찬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얼굴을 익힌 동네 사람들이 처음에는 그저 카페 아저씨로 여기고 데면데면하더니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다, 목사님이 오시니 우리 동네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라며 말을 걸어 올 때 이것이 예설 스페이스의 앞길에 켜진 푸른 신호등이라는 생각이 들고 반갑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 마을 축제 공연 모습이다.
크리스마스 마을 축제에서 찬양하는 어린이들

김성우 목사는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전도를 프로그램화해서 교인들을 전도의 전선으로 내몰지도 않는다. 그저 교인들의 삶에서 예수의 모습이 보여지고 그들의 이웃들에게 예수의 얘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한 영혼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며 양육에 힘쓸 뿐이다. 사례비를 받지 않으니 교인들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소위 장로들의 ‘갑질’을 당할 이유도 없다. 하나님 앞에, 교인들 앞에 거리낄 것이 없는 목회가 가능한 것이 목사에게 얼마나 큰 자유로움인지 기성 교회의 폐단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매일의 새벽 예배와 수요 예배, 금요일 저녁 기도회가 없는 교회. 기존의 예배 형태에 익숙한 교인들은 무언가 허전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기쁨과 감사가 없는 형식화된 예배라면 이것은 고착화된 종교 행위나 다를 바 없다. 주에 한 번 회중 예배로 모이는 예설교회 목회 사역은 요즘 일터 사역자들과 연계가 되면서 일종의 비즈니스 목회와도 같은 형식을 띄게 되었다. 생업의 현장이 곧 예배의 처소가 되고 자기의 삶을 통해 예수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며 그 곳에 예배 공동체가 세워져 가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우 목사는 이런 형태의 예배 처소가 더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더 많은 현장이 예배 처소로 세워지면 순회 설교를 하면서라도 이 일을 기쁘게 감당할 것이다.

목회자가 자기 생업을 갖고 일터의 현장에서, 또 지역 주민들의 모임에서 말씀을 증거하고 복음을 전하는 모습은 초대교회의 바로 그 모습이 아닌가. 어쩌면 마을 목회, 일터 목회야말로 가장 초대교회적인 모습이 아닐까? 목사가 목회 외의 다른 직업을 갖는 이중직 목회가 아직은 자유롭지 않다는 김성우 목사의 얘기를 들으며 유연성 없는 교단법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미래 목회를 꿈꾸는 예설 스페이스 김성우 목사
미래 목회를 꿈꾸는 예설 스페이스 김성우 목사

교회의 담을 허물고 주민들과 삶을 나누며 마을의 발전에 도움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억지로 하는 전도가 아니라 자연스런 전도가 된다. 목사의 권위를 벗어버리고 친근한 동네 아저씨처럼 가까워지기 위해 김성우 목사도 독서모임을 하나 진행한다. 교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이것이 예설교회의 유일한 전도 매개체다.

무료로 나누는 예배 공간을 통해 새로운 교회가 세워져 가고 각자의 일터에서 예배 공동체가 일어나는 감격 속에서 김성우 목사는 예설 스페이스가 교회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바라기는 이 인큐베이터가 제 역할을 더 잘 감당해서 더 많은 예배 공동체, 더 많은 교회가 세워졌으면 한다.

12명의 예배 리더를 세워 이들을 통해 120 곳의 예배 처소를 세우고 이 120개의 예배 처소를 돌며 설교하는 날을 꿈꾸면서 카페에 빈 좌석이 없을 만큼 꽉 들어찬 미래의 예설 교인들을 바라보는 김성우 목사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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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영 2018-01-31 11:22:58
예설스페이스교회 목사님도 뵙고 싶고 한번 방문하고 싶어지게 하는 글이네요. 김찬주기자님의 높은 안목이 한국교회 문제를 조망하며 로컬한 현장을 밀착 취재하신게 좋아요 척 눌러주고 싶습니다. 이런 대안적인 건강한 교회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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