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슬기로운 판타지 생활
[예술과 목회] 슬기로운 판타지 생활
  • 박형철 교수
  • 승인 2020.06.13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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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어떤 작품이든 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기본 줄거리, 인물소개 및 관계 설정, 기획의도 등이 설명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함께 쓰여 있는 한 줄의 콘셉트 문장이다.

최근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메디컬’이라 쓰고, ‘라이프’라 읽는, 우리네 평범한 삶의 이야기‘라는 문구로 작품 전체를 아우른다. 다섯 친구들의 일상과 관계를 중심으로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접근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재미와 공감 아닐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출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출처 tvn

레트로 감성과 더불어 튀어나오는 유치하고 유머러스한 배우들의 말과 행동은 각박한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잠깐의 여유를 제공한다. 서투르고 성급해서 실수하고 상처받았던 과거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아픈 부분과 결핍이 존재하는 인생들이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내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이겨내려 한다.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 이 작품에도 동화 같은 판타지 설정이 존재한다. 대부분 금수저인 99학번 동기 5명의 친구들이 모두 한 병원의 의사이자 교수이며 함께 밴드를 한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이런 설정 또한 재미로 받아들이며 쉽게 용서하는 듯하다. 현실 속 판타지를 꿈꾸는 우리는 그런 고급 환경과 지위를 시샘하기보다는 기분 좋은 부러움과 대리만족을 느낀다.

나아가 여전히 힘든 실존이지만, 착하게 상식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천재, 신부가 되려는 부처, 까칠한 돌아이 의사 친구들이 환자를 진심으로 섬기는 모습을 통해 ‘삶의 자리에서 퍼져나가는 선한 영향력’을 발견한다.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재미와 진하게 묻어나는 사람냄새는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화면 속에 붙잡아 놓는다.

사실 그리스도인은 이미 판타지 속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말씀과 신앙이라는 신화적 판타지를 근간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왜 그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가 항상 끼고 사는 미디어들에 담긴 판타지 내용들을 신학-신앙과 연결함으로써 우리의 묵상을 풍성하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만 된다면 현대 교회 공동체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적인 재미와 감동, 결단과 실천의 적용이 훨씬 풍성해지고 당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진리의 판타지 속에 살고 있지만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최근 새삼스레 경험한 것을 잠시 나누고자 한다. 그저 짧은 하루 동안의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생각일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융복합적 묵상을 통해 삶 속 판타지-신비의 신앙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의 제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루는 오전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문명의 기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5원소 중 나무(木)에 대해 그 기원부터 설명하는데 흥미로웠다. 부리야트 공화국의 한 샤먼의 삶, 그리고 나무를 세상의 기둥이자 영적인 중심으로 보는 그의 신화-종교적 관점과 설명은 필자로 하여금 나무와 관련된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들, 나아가 영화 <아바타>의 영혼의 나무를 생각나게 했고 그 이상을 상상하게 했다.

영화 '토르' 포스터. 출처 '천둥의 신 토르' 영화 페이지
영화 '토르' 포스터. 출처 '천둥의 신 토르' 영화 페이지

강의준비를 하다가 쉴 겸 다시 TV를 보는데 영화 <토르>가 하고 있다. 몇 번이나 본 작품이지만, 성경(QT)이든 영화든 아는 내용을 다시 봐도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작품 속 배우가 북유럽 신화 속 천둥의 신 토르(Thor)를 목요일(Thursday)의 기원(Thor’s day)라고 설명하는데, 문득 오전의 다큐가 떠오른다. 종교인 샤먼, 신화 속 나무, 그리고 목(木)요일.

다시 영화를 보는데 아스가르드에서 다른 8개의 세계를 연결하는 ‘바이프로스트’가 언급된다. 공간을 초월하는 무지개다리를 보고 있자니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코코>의 꽃(금잔화) 다리, <호텔 델루나>의 삼도천 다리가 떠오른다. 전자는 이승의 ‘기억’이 필요한 다리, 후자는 이승의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다리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하니, 망각의 강 레테, <도깨비>속 저승사자의 찻집이 기억에서 튀어나온다. ‘이승에서도 저승 가는 길에도 망각은 신의 배려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듯 일상 속 가득한 판타지적 요소들을 삶-신앙과 연결하여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언뜻 보기에는 ‘원숭이-사과-바나나-기차’로 이어지는 놀이 같지만(그러면 또 어떠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사고의 흐름도 각자의 배경지식과 신앙 그리고 관심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앞의 필자의 융복합적 묵상도 내세, 은혜, 구원이라는 주요 관심 주제들로 수렴된다. 기억(기념)과 은혜의 종교 그리고 그 신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구원의 다리를 건널 자격이 있나?’라는 새삼스런 연결고리 질문과 함께 전개되는 혼자만의 기분 좋은 브레인스토밍 그리고 묵상과 성찰이라고 할까...?

원래 기독교는 기적과 신비의 종교이고, 그 텍스트인 성경은 판타지로 넘쳐난다. 한 아이의 도시락으로 수많은 사람을 먹이고, 물 위를 걷고, 그 외에도 수많은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은 지팡이만 없었지 당대의 해리포터였다. 아니, 심지어 모세가 이집트 바로에게 갈 때 들고 간 무기는 하나님이 주신 간달프의 마법 지팡이였다.

이미 우리는 기존의 영상매체를 넘어 유튜브, 넷플릭스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상상초월의 미디어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교인들에게 판타지적 상상력은 고대의 이야기인 성경을 풍성하게 만드는 거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제 일상 속에서 보게 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융복합적 묵상과 나눔을 적용함으로써 ‘‘판타지’라 쓰고 ‘삶과 신앙’이라 읽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본질을 붙잡고 균형을 잃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기적과 마법을 회복하며 ‘슬기로운 판타지 생활’을 감사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박형철서울여자대학교 특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형철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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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푸른밤 2020-07-11 22:37:32
교수님의 고견을 담은 칼럼 잘 봤습니다. 표면적인 현상과 그 이면에 보이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많은 통찰이 있네요.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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