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필요로 하는 곳에 응답하는 것, 교회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다”
“교회를 필요로 하는 곳에 응답하는 것, 교회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6.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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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중앙교회의 독거노인 우유배달
독거노인 1백 명에서 2천 명 증가
호용한 목사 ‘꾸준히’, 사역 비결
서울 옥수동 달동네 전경. 김성해 기자
서울 옥수동 달동네 전경. 김성해 기자

사회에서 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혼자 살던 사람이 자신의 거주하던 공간에서 사망한 채로 한참동안 방치되었다가 발견된 죽음을 ‘고독사’라고 일컫는다. 1인 가구 특히 독거노인의 수가 증가하면서 현대 사회에서도 고독사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시가 조사한 고독사 실태조사에 의하면 관내 고독사 및 의심 사례는 2,300여 건이며, 이 중 162건은 고독사 확실 사례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하루 평균 6건의 고독사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서울 어느 교회의 작은 선행이 계기가 되어 서울시 내 전 지역 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방법 하나가 마련됐다. 바로 옥수동 달동네에 자리한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의 우유배달이다.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신흥 부촌’이란 별칭을 얻고 있지만, 호 목사가 처음 이 곳에 발을 들였을 때만해도 가난한 어르신들과 일용직들이 거주하는 ‘달동네’의 표본이었다. 이 곳에서 그는 우유를 통해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 사역의 출발점을 찍게 됐다.

가파른 언덕길 끝에 자리한 옥수중앙교회. 김성해 기자
가파른 언덕길 끝에 자리한 옥수중앙교회. 김성해 기자

우유 한 팩으로 어르신들 안부를 묻다
호 목사의 첫 우유배달은 2003년 어느 봄, 동네 어르신 100여 명에게 우유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에서 시작됐다. 옥수중앙교회에 부임한 지 2년이 되어가던 그의 고민은 가파른 달동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어르신들의 안부였다. 그러던 와중, 오토바이 한 대가 배달하는 모습을 보며 우유배달 사역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우유배달을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우유를 구매해서 나눠줄 수 있을 정도의 금전적인 여유가 없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즈음 처남이 나에게 동네에서 목회 사역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 없냐는 질문과 함께 물질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며 “동네에 거주하는 어르신들100명에게 3년 동안 우유를 제공할 수 있을 비용을 계산해보니 한 달 기준으로 약 200만원의 예산이 나왔다. 처남은 흔쾌히 3년 동안 꾸준히 200만원을 지원해주었고, 덕분에 매일 어르신들에게 우유를 배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호 목사는 주민센터와 함께 지역 어르신들, 독거노인 100가정에게 우유배달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지역 주민센터와 협업하면서 우유를 배급해주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를 꼭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바로 우유배달 시 우유팩에 우유가 수거가 안된다면 스티커를 이용해 표시를 하고, 우유 주머니에 3개의 스티커가 부착되면 어르신이 집에 없거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니 주민센터에 연락을 취해달라는 것이었다.

호 목사는 “당시 우유 배급사에 요청했던 방식이 지금까지 동일하게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확인될 법한 어르신들의 고독사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옥수중앙교회에서 지역 독거노인들을 위해 우유를 배달한다는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점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에는 (사)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 기관 설립으로 이어지면서, 교회의 사역이 서울시 전역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역으로 확장됐다. 덕분에 현재 서울시 2천 여 가구 어르신들의 안부를 우유배달로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옥수중앙교회 담임 호용한 목사. 김성해 기자
옥수중앙교회 담임 호용한 목사. 김성해 기자

영혼을 사랑하는 목회자 마음으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10년이란 시간은 긴 시간이다. 그런데 옥수중앙교회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우유를 배달한 시간은 자그마치 18년이다. 약 20년이란 시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독거노인들을 위해 우유를 배달했다.

긴 세월 동안 어떻게 꾸준히 우유를 배달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호용한 목사는 “그냥 계속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목회자의 자질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 마음이 지속된다면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음을 설명했다.

호 목사는 “목회자의 사역 동기는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야 영혼을 사랑하고, 그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전도하고자 하는 열망도 생기며, 그 사람의 물질적인 필요를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라며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우유를 배달하는 것도 어르신들에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계속 해왔다. 또 매 순간마다 주민들이, 어르신들이 교회를 필요로 하는 순간들이 있었고 그 때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교회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할 수 있는 한 것 뿐’이라는 호 목사의 말은 교회가 걸어온 흔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생필품을 후원해왔으며, 다음세대를 위한 장학지원 사업도 진행해왔다.

또 교회가 다음세대에게 친근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한 층을 카페처럼 개조해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미자립교회 33곳에 각 120만원씩 후원했으며, 교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역 내 어려운 주민들에게 쌀 300포대를 나누는 선행을 펼쳤다.

끊임없이 지역과 사회를 위해 섬김 사역을 이어오는 호용한 목사의 비전이자 기도제목은 ‘목사처럼 살다가 목사처럼 죽는 것’이다. 그는 “영혼을 사랑하는 목사가 진정한 목사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또 진짜 목사, 목사다운 목사다. 목사에게 ‘당신 덕분에 내가 천국을 가게 됐다’는 말보다 더한 칭찬이 어디 있을까. 나는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삶의 목표이자 비전이며 기도제목이다. 그렇게 목사답게 살면서 하나님의 도구로 지역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면서 살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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