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달 특집]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세운 은천교회, 철거 위기에 처하다
[호국보훈의달 특집]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세운 은천교회, 철거 위기에 처하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6.1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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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
천막교회 세우고 복음으로 희망전해
피란민들 손길들로 세워진 은천교회
지역 주택 재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
부산광역시 서구 아미동 2가에 소재한 은천교회 풍경. 김성해 기자
부산광역시 서구 아미동 2가에 소재한 은천교회 풍경. 김성해 기자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한반도에는 같은 민족들이 서로 총과 칼을 겨눴던 가슴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을 시작으로 발생한 한국전쟁은 오늘날까지도 종전되지 못하고 있으며, 남과 북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한 채 경계와 분단의 아픔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으로 피란민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선행을 전국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펼쳐왔다. 이에 본지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당시의 역사가 깃든 교회를 직접 방문해 시대의 이야기와 현재 교회의 행보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은천교회 설립자인 . 교회 제공
은천교회 설립자인 한명리·송진천 장로 부부. 교회 제공

피란민들이 세운 은천교회
대한민국 제2의 수도이자 한반도 남동문의 관문이라 불리는 부산. 소규모 침식분지인 덕에 부산시 내 다수의 동네가 굽이굽이 비탈진 언덕길 사이사이에 주택 건물을 짓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 서구 아미동에 자리한 은천교회 역시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해있었다.

부산 지하철 1호선 토성역에서 나와 언덕길을 15분가량 오르다 보면 감천문화마을로 가는 도로 옆으로 은천교회가 모습을 내비친다. 무성한 풀들 사이에서 화강암으로 세워진 교회는 긴 시간을 견뎌온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아미동 일대에서 ‘피란의 역사를 품은 교회’, ‘피란민들이 세운 교회’로 알려진 은천교회는 한국전쟁 피란민들 중 하나였던 한명리·송진천 장로 부부와 그의 아들 한창교 장로가 주민들과 함께 직접 돌을 쌓아 올리고 세운 곳이다.

은천교회의 현 담임목사인 박현규 목사는 교회를 찾는 이들마다 교회에 깃든 역사 이야기와 예배당이 생기게 된 과정 등을 설명해주곤 한다. 그는 “은천교회로 부임하기 전부터 한국교회와 한국 역사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은천교회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게하는 교회였다. 교회로 와서 예배당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됐는데, 동시에 예배당이 처한 위기까지 알게 되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은천교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전에는 ‘은쳔교회’란 이름의 천막으로 지어진 예배당이었다. 교회 설립자인 한명리·송진천 장로 부부와 한창교 장로는 북한 지역에서 부산까지 피란을 내려온 피란민이었다.

집과 고향을 떠나 낯선 부산 땅에서 피란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장로 부부는 피란 지역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천막교회를 세우고 주일성경학교를 열어 말씀과 교제를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과 복음을 전파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장로 부부는 미국에 있는 자신의 딸에게 부탁해 미화 100달러로 천막교회가 있던 곳에 화강암을 사용해 예배당을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1955년 11월 20일, 지금 모습의 은천교회가 세워졌다.

60여년 넘는 긴 세월을 맞은 은천교회 외관 곳곳에는 녹슨 흔적들이 역력하다. 김성해 기자
60여년 넘는 긴 세월을 맞은 은천교회 외관 곳곳에는 녹슨 흔적들이 역력하다. 김성해 기자

철거 위기에 놓인 은천교회
66년이란 긴 시간을 견디며 한국전쟁 이후의 역사를 품은 채 오늘날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은천교회. 곳곳에서는 세월의 풍파를 맞은 흔적을 드러내듯 녹이 슬어있기도 했다.

박현규 목사는 은천교회가 한국 근대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9년도부터 시작된 아미동 일대 주택 건립 과정으로 인해 교회 건물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음을 밝혔다. 박 목사는 “아미동 주택 재개발로 인해 교회가 있는 자리가 도로 확장계획이 수립된 지역이며, 이로 인해 교회의 철거가 불가피해진 상황이었다”며 “사업공고 이후 관할 구청과 시청의 담당자들을 만나 교회가 지닌 역사와 건문의 근대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설명했으나, 모두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박현규 목사는 은천교회의 보존을 위해 탄원서와 교회가 지닌 역사성, 은천교회 초기 설립 당시의 모습 등을 서류로 제작하며 교회의 철거를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감리회 산하 교회 건물인 만큼 교단에서도 힘써줄 것을 요청하며 삼남연회 회장에게도 도움을 청하고 있는 상황.

은천교회 이준환 성도 역시 교회가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교회에 출석하는 모든 성도들이 교회가 지닌 역사에 대해 알고 있으며, 박현규 목사님과 동일한 입장”이라며 “목사님과 함께 교회의 보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 시절 피난민들이 세운 교회가 온전히 잘 보존되길 바란다. 교회 주변에 감천문화마을 등 관광 요소도 있기에 함께 연계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도 있는데, 현재 교회가 처한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박 목사는 교회가 철거되지 않도록 교회 옆에 있는 좁은 공간으로 인도를 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하고 있지만 지자체 관계자들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차도 옆으로 인도를 터야한다며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박현규 목사는 “은천교회에는 교회 예배당만으로도 근대의 역사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지역 관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회 건물이 후대까지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현 상황에 관심을 갖고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 교회가 지금 자리에서 100년, 200년 쭉 보존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기도제목”이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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