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갑질, ‘심각하다’ 86%
우리 사회 갑질, ‘심각하다’ 86%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0.06.08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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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짜리보다 6개월, 3개월로 하면 다루기 싶다고 관리소장이 말한다. 3개월은 경비를 옭아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야간 순찰을 하다보면 술 취한 입주민이 폭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승강기가 고장났을 때 인터폰으로 고성과 욕설을 하기도 한다. 추석 설 명절 때 입주민들과의 갈등이 제일 많다. 주차장 문제(이중주차,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분리수거를 경비원이 해야 한다고 하고, 밤 12시 이후에 출입문 열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옛날에 지은 아파트라서 주차장이 부족한데, 주민이 주차단속에 불응하며 욕설과 협박을 하기도 한다.”

“휴게 시간은 6시간 30분인데 실질적으로는 3시간 30분 밖에 안된다. 특히 야간에 두 차계 약 20분씩 순찰이 이뤄지는데 순찰 시간대가 매일 바뀌는 체제라서 잠을 충분히 잘 수 ㅇ벗어 많이 힘들다. 야간에 술 취한 입주민 소동, 늦은 시간 택배 수령으로 쉬기 어렵다.”

“아파트 갑질이 발생할 때마다 경비는 혼자 이겨나가야 하는데 하소연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불이익을 당할 때 해결창구가 없어서 아쉽다. 경비를 생계로서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2019년 11월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조사연구 및 노사관계 지원사업 공동사업단의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갑질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시대다. 지난 5월 11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아파트 입주민 갑질로 경비원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로 우리 사회의 갑질을 폭로한 글이었는데 이 글은 삽시간에 언론은 차고 확산했고, 국민적 공분을 샀다.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주차 문제로 입주민과 경비원 사이에 다툼이 생겼는데,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경비원을 ‘머슴’이라 부르고, 경비초소 안 화장실로 끌고 가 죽어버리겠다고 하면서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비원은 입주민의 갑질에 5월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리고 18일 경비원의 육성이 담긴 음성유서가 보도됐다.

“000씨라는 사람에게 맞으며 약으로 버텼다. 밥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 그는 나에게 ‘너 이 XX 고소도 하고 돈도 많은가보다. 그래. 이 XX야. 끝까지 가보자.네가 죽던가 내가 죽어야 싸움이 끝나니까.’ 그는 나를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고 했다. 고문을 즐기는 얼굴이다. 겁나는 얼굴!”

우리 사회가 더욱 양극화되면서 이 사례와 같은 아파트 경비원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갑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젠 갑질이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국민들은 갑질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는 지난 5일 [넘버즈] 50호에 우리사회의 갑질 문화에 대해 통계적으로 살펴보고, 한편으로 이번에 이슈가 된 아파트 경비원의 삶에서 대해서도 들여다보고자 했으며 더불어 한국교회가 갑질 문화 개선에 기여하고자 했다.

갑은 서비스 이용자 

을은 아르바이트생, 하청업체

전 국민의 29% 갑질 경험

63%가 갑질에 그냥 참아

먼저, 우리 국민의 대다수(86%)가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갑질에 관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무려 89%로 나타나, 국민 대다수가 갑질에 대해 앞으로 심각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갑질 문화에서 ‘갑’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보기를 제시한 후 질문했을 때, 응답자들은 ‘서비스 이용자 /손님’이 87%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갑 거래처’ 83%, ‘고용주’ 80%, ‘대기업’ 8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을’ 인물에 대해서는 ‘아르바이트생’과 ‘하청 업체’ 가 같은 51%로 가장 높고, ‘콜센터 직원’ 47% ‘아 파트 경비원’ 4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충격적인 사실은, 최근 1년간 ‘갑질’ 당한 경험은 전 국민의 29%로 10명 중 3명 꼴로 나타난 것이다. 직업별로 갑질 당한 경험을 살펴보면, ‘블루칼라’ 층이 가장 높게 나타남 다음으로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자영업자, 직장인(화이트칼라) 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갑질을 당해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당했는지 물어본 결과, ‘하대/무례한 행동’ 55%, ‘하지 않아도 될 일 시키기’ 45%,‘막말/인격을 모독하는 말’ 40%, ‘괜한 말로 꼬투리 잡기’ 4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갑질’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 물어본 결과, 절반이 넘는 63%가 ‘그냥 참았다’고 응답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왜 갑질은 발생할까? 갑질’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권위주의 문화’ 37%, ‘개인 윤리의식의 부재’ 27%로 응답돼, 국민 3명 중 2명 가까이(64%)가 갑질을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을 관계를 구분 짓는 요소로서는 ‘높은 직급’ 63%, ‘사회적 지위’ 58%, ‘높은 연봉/수입’ 50% 등의 순 으로 조사됐는데, 재력과 지위에 따라 갑과 을이 결정된다는 인식이 강함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국민의 서비스 문화 인식 관련,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으며(20%), 따라서 서비 스 제공자가 친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84%), 서비스 받는 자 역시 제공자에게 ‘예의를 지킬 필요 가 있다’는 인식(97%)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진상 손님이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이 79%나 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비스 받는 자로서 역할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갑질’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질문한 결과, ‘제도 개정 등 적극적으로 개입’ 66%, ‘정부 간섭 말고 자율에 맡김’ 20%, ‘관련 단체 지원 등 소극적으로 개입’ 12%로, 대체로 국민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원, 대표적 저임금 직종

입주민의 경비원 만족 73%

경비원의 업무 만족도 37%

이어 이번에 이슈가 된 아파트 경비원의 실태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의 근로 계약 기간은 최소 1년 단위로 하게 되는데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3개월’ 22%, ‘6개월’ 9%로 나타나, 경비원 10명 중 3명(31%)은 6개월 이하의 단기 계약을 하고 있어, 고용 불안이 매우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 중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은 규정 근로 시간 기준 30%, 실제 근로 시간 기준 66%로 추정돼, 아파트 경비원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 저임금 직종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와 관련, 경비원 법에 적용받는 경비원으로서 ‘방범/안전 점검 업무’는 31%인데 반 해, ‘비 경비 업무’는 69%나 되는데, 이 중 ‘분리수거’(21%)와 ‘청소’(19%)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 형태는 하루 24시간 근무 후 다음 날 쉬는 격일 근무제인데, 근무 시간 하루 24시간 중 8시간 정도의 휴게 시간을 갖는 기형적인 근무 형태를 갖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의 휴게 시간을 살펴보면, 규정 휴게 시간 8.0시간인데 반해 실제 휴게 시간 6.2시간으로 실제와 규정 간 1.8시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휴게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쉬지는 못하고 45%가 비상 대기 상태로 있어서, 실질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휴게 공간에 대해서는 경비 초소를 겸용하는 경우가 40%, 별도 휴게 공간이 있는 경우가 60% 정도 됐으며, 최근 자살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 초소를 보면, 변기 위에 식기와 옷가지가 함께 있는 열악 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입주민한테서 비인격적 대우를 당한적 있는지 물어본 결과, 4명 중 1명 정도(24%)가 당한적 있다고 응답했으며, 경비원에 대한 만족도를 보면, 입주민이 경비원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이 73%로 상당히 높은데, 정작 당사자인 경비원은 자신의 경비 업무에 대해 37%만 만족하는 역설을 보였다.

존중과 배려는 신앙의 문제

하나님 나라 구현 위해 애써야

특히, 교회 교육 어느때보다 중요

갑질은 왜 생길까? 정한울과 조계현의 ‘한국사회의 갑질 문화에 대한 경험적 연구’(2019)에 따르면 갑질은 ① ‘갑’과 ‘을’사이의 권력 비대칭 관계에서, ② ‘을’이 ‘갑’보다 관계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고, ③ ‘을’이 자신의 기본적인 이익을 위해 ‘갑’의 자의적인 간섭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조건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개인(을)이 더 우월한 지위를 지닌 사람(갑)의 부당 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흔히 청년층의 취업 실패,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 하청 기업의 수주 불안 등 우리 사회의 불안해진 경제적 현실로 인해 ‘을’은 ‘갑’의 횡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렇게 굴욕적이고 종속적인 관계가 한번 형성되면 갑질은 더 자주 일어나고 심해진다. 갑질은 주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폭언 등 막말을 하는 등 인격적 모욕을 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갑질은 ‘을’에게 심각한 자존감의 손상을 입히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며, 더 나아가 사회적 신뢰도를 낮춰서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킨다.

아파트 경비원은 우리 사회의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저임금 직종이다. 이번 자살 사건은 경비원이 입주민의 갑질에 버티지 못하고 억울함을 표현하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크리스천 중에도 정도는 다를지 몰라도 갑질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들이 보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교회는 성도들에게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나.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에 대해 “인식의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비원도 우리의 이웃이요,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으로, 나와 동등한 사람이라는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우린 분명히 그렇게 배웠다. 이것은 인식의 문제를 넘어 신앙의 문제이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을 신앙의 문제로 접근해 교육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 “이 땅에 구현되는 하나님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고 봤다.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자 희년함께 공동대표인 남기업 대표는 ‘제 결백 발끼세요’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어느 칼럼에 “억울한 사람이 줄어드는 사회”라고 지칭하면서, 크리스천들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식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시민활동에 대해 교회가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셋째,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그 나라의 배려 관련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나의 자녀에게 남을 위해 배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는 질문에 “예” 응답률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남을 배려하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부모들의 인식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소는 “다른 사람을 존중 하고 배려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부모와 자녀에 대한 교회 교육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넘버즈] 50호에 ‘코로나가 가져온 식품 소비의 변화’와 ‘미국 개신교인들의 목사 설교 시간에 대한 인식’도 실어 시대에 대한 크리스천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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