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디아코니아 과제와 전망
한국 교회 디아코니아 과제와 전망
  • 정무성 총장
  • 승인 2018.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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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출범과 함께 서민들의 복지정책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장-고용-복지의 순환 고리가 단절된 지점에 고실업,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가족기능 약화 등으로 사회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후유증으로 발생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복지국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체계를 구축하였다. 공공재원을 통해 복지를 실현하는 전통적인 복지국가들도 있고, 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복지를 활성화시켜 부족한 공공복지를 보완한 나라들도 있다. 한국의 복지모형이 어떠한 형태로 구축되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으나 교회의 디아코니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복지는 점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복지 모형은 그 나라의 사회, 경제, 정치의 전체적인 틀 속에서 형성된다. 전통적인 복지국가는 국민의 세금을 통해 공공부문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북유럽,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들은 사회복지공공지출이 GDP대비 30%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가들은 OECD 평균이하의 공공복지지출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은 유럽 복지국가 국민들 못지않게 높은 수준이다. 이들 국가들이 높지 않은 공공복지지출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복지수준을 이루고 있는 것은 교회를 중심으로 한 민간복지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개신교가 강한 이들 국가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복지활동이 다양하고, 교인들의 기부문화가 매우 활발하여 공동체 사회를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복지예산 수준은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현 정부가 복지재정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단기간에 상위권 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지역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아시아 국가들은 조세저항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세금에만 의존하는 복지정책 모델보다는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국가의 복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기독교 인구가 많고, 전국 방방곡곡에 교회가 산재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교회의 디아코니아를 강화하여 한국형 복지모델의 한 축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교회는 지역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사회봉사 활동도 이제는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된다. 기존의 봉사활동이 자선적 혹은 시혜적인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지역의 역량을 강화시켜 주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교회는 사회선교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시혜적 복지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민역량의 강화와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의 사회자본 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현정부가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내 사회적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하고 시민 생활·복지서비스를 끌어올리겠다는 ‘사회적 경제’를 정책아젠다로 내세우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 사회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이 시혜적 자선에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자립으로 바뀌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교회도 지역사회 내 여러 주체들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파트너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디아코니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교회는 다음과 같은 디아코니아 과제를 갖는다:

첫째, 한국 교회는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소모적 대립 논쟁을 멈추고,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양극화, 부의 불평등, 실업난 등 시대적 화두에 적극적으로 공감해야 한다. 소득 불평등이 극에 달하여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 규정하며 미래를 포기하고 있는 이 현실이 얼마나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이 얼마나 피곤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헤아려야 한다. 나아가 교회는 이러한 이슈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하나의 정책이나 프로그램으로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 더구나 단순한 구제나 돌봄이 근본적인 빈곤과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지금의 빈곤문제는 이제 ‘빈곤계층’의 고착화라는 문제를 보이며 단순한 구제의 문제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지만 한국 교회가 지역사회 공동체 구축 노력에 동참한다면 빈곤의 굴레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국 교회는 디아코니아 역사성을 회복하여 재정립해야 한다. 한국 기독교는 태생적으로 사회복지의 전통을 갖고 있다. 사회복지 발전과정에 기독교가 존재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근대적 사회복지는 태동하였고 발전하였다.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온 이래 교회는 복음전도에 앞서 병원과 학교, 사회복지시설들을 설립하였다. 교회는 여성운동, 절제운동, 농촌운동 등 각종 계몽운동과 삼일만세운동을 비롯한 여러 독립운동의 중심적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며 민족의 희망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초기의 아름다운 전통을 망각하고 기복적이고 물질지향적인 종교로 전락하면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도덕적 타락과 황금만능주의적 사고가 그대로 교회에 이식되거나 교회의 권위주의적 행태와 접목하여 확대 재생산되면서 교회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선교초기 사회복지적 역할은 세계 선교사에서도 보기 드문 모범적 사례로서 한국 교회의 역사적 전통은 나눔과 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일탈적 모습은 탈역사적인 궤도이며, 정상적인 궤도 진입을 위해서 디아코니아적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셋째, 영성과 디아코니아의 접목을 실증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현대 복지국가의 기본적인 목표는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삶의 질은 물질적 풍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 만족도 포함되어야 한다. 물질적 풍요는 인간다운 삶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충족에서 정신적 만족을 얻도록 하는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물질적 지원 중심의 국가복지정책만으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의미이다. 정신적 만족을 위한 영적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조직이 종교조직이다. 이에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모든 주민들이 영적 안녕감을 가질 수 있도록 소외계층을 품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무성 총장

서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미국 미네소타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미국 시카고대사회복지행정학박사
현, 월드비전 이사
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현, 한국비영리학회 회장
현, 대통령실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회 삶의질분과위원장
현, 국가노후준비위원회 부위원장
현, 숭실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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