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호] 죽어서는 못 만나는 부부, 지금 사랑하시길...
[92호] 죽어서는 못 만나는 부부, 지금 사랑하시길...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20.05.2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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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번이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라”

필자는 아내와 길고 긴 세월 함께 지내 왔다. 그래도 눈 오는 산의 참나무처럼 우리는 내공의 힘을 키우고 사랑하며 살아왔다. 지난 봄 어느 시골에서 할아버지를 잃고 혼자되신 할머니가 119에 전화를 걸어“불이 났다”고 거짓신고를 하여 소방대가 출동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하루해가 저물어도 말할 사람이 없으니 어쩌나”하고 말하더란다. 지금 살아있는 아내와 남편이 얼마나 귀한 존재들인가. 죽으면 다 한줌의 재가 될 몸이지만 살아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도 모자랄 텐데 왜 다투며 살까?

몇 해 전 프랑스 보농이라는 시골마을에서 83세의 앙드레 고르 와 82세의 아내 도린이 침상에 나란히 누워 숨진 채로 발견됐다. 두 사람이 택한 죽음은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자신들을 화장시켜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집 마당에 묻어달라는 유서가 침대 옆에 놓여있었다. 사르트르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는 평을 들은 앙드레 고르는 일생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생태주의를 심층 분석해온 철학자이며 언론인이다. 지적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때 인생의 동지로 지내온 아내 도린이 깊은 병에 걸리자, 그는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파리교외로 나가 아내와 투병생활을 함께했다. 고르는 도린을 향한 ‘어느 사랑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D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 중 “당신은 여든 두 살이 되네요. 키는 전보다 6cm 줄었고 몸무게는 45kg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지내온 지 쉰여덟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편지 속 두 사람의 인생을 읽는 동안, 평생 사랑과 신뢰와 감사 그리고 서로를 위한 헌신을 다 할 수 있었던 그들로 인해 인간이라는 사실에 깊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몇 해 전 마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므르’라는 영화를 봤는데 우아함과 품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노부부의 일상이 아름다웠었다. 음악회를 다녀온 남편이 늙은 아내에게 “오늘 당신 참 예쁘다”라고 할 때는 뒤에 휘몰아쳐 올 거대한 고통들을 짐작하면서도 따뜻했다. 자존심 강한 늙은 아내가 병마에 휘둘리며 망가져가는 것을 늙은 남편은 혼자 감당해야했다. 안타까우면서도 아내의 마지막을 지키며 함께 무너져가는 그를 바라보는 슬픔은 묘한 안도감을 동반했다. 그래서 늙은 남편이 병마로 인해 몰골이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까지 내몰린 아내를 베개로 눌러 숨을 막을 때는 내가 그 늙은 남편인 것처럼 마음이 외롭고 고통스러워 흐릿해진 눈으로 극장의 불이 꺼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어느 외국신문의 ‘상담란’에 보내온 독자 편지를 소개한다. 주인공은 70세 된 할머니다. 그는 72세인 남편과 모처럼 ‘외식’을 했다. 빳빳한 식탁보와 아름다운 촛불, 맛있는 음식을 두루 갖춘 단골 레스토랑이었다. 한껏 멋을 부린 노부부의 모습이 글을 통해 아름답게 비쳤다. “와인 한잔하고 우리는 기분이 좋았죠, 남편이 나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어요. 오늘밤하고요.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즐겼어요. ‘좋아요’하며 웃었죠. 그날 우리는 참 아름다운 밤을 보냈어요, 다음날 여느 때처럼 남편은 산책을 나갔고 나는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산책을 하던 할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고 했다. 응급실로 달려가 보니 남편은 이미 눈을 감은 뒤였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였다. 할머니는 ‘젊은이는 물론 앙코르들에게 꼭하고 싶은 말’이 있어 글을 썼다고 했다. “당신들이 현명하다면 이번이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하라”고, 할머니는 남편과의 마지막 사랑을 나눈 것을 너무도 다행스럽고 그 자체가 ‘여생의 위로’가 되었다고 썼다.

성경에도 ‘부활 때에 일곱 중의 누구의 아내가 되리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성경도 하나님의 능력도 알지 못하는 고로 오해하였도다. 부활 때는 장가도 아니 가고 시집도 아니 가고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으니라.’(마 22:28~30)했다. 옷장에 모셔둔 예쁜 옷들 지금 꺼내 입고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즐기시라. 찬장에 모셔둔 예쁜 그릇들은 지금 꺼내 맛있는 식단을 만들어 함께 식사하시라. 아내와 남편을 사랑하라. “항상 이번이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라” 그 할머니의 글과 앙드레 고르와 도린의 자살, 영화 ‘아므르’를 가정의 달에 깊이 묵상하며 남은 인생설계를 잘하시기를!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NCCK 감사
CBS방송국 전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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