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사람] 전종한 장로(복지피부과의원 원장/산본교회)“이 땅은 나그네 삶이요, 천국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믿음의 사람] 전종한 장로(복지피부과의원 원장/산본교회)“이 땅은 나그네 삶이요, 천국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 김유수 기자
  • 승인 2020.05.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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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책임지고 인도하는 삶
주님과의 약속을 따라 욕심 없이
이끄신 자리에서 선교하고 후원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설 복지피부과의원 원장 전종한 장로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의사는 척박한 직업이 됐고 의사가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의사는 보람과 희생의 마음 없이 돈 벌 생각으로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신실했던 할머니 밑에서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전종한 장로(산본교회)는 어린 시절부터 신앙을 지켜왔다. 그런데 의대에 진학 할 무렵이 되자 성경의 기적들이 믿어지지 않기 시작했다. 머리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아는데 모세가 홍해를 건너는 장면이나,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장면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불신은 죄책감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어 교회를 멀리하게 됐다. 그러다 레지던트 2년 차에 간염이 찾아왔다. 황달이 오고 간 수치가 4,000이 넘어 간이 녹아내리는 지경에 이르자 그동안 어렵게 해온 공부들이 모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죽으면 주님 곁으로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전 장로는 그때의 느낌을 “뭔가 잡으려고 했던 마음이 유리그릇에서 물이 나가는 느낌처럼 빠져나갔다”고 회고한다. 다행히 한 달 만에 회복됐고 집으로 돌아가 구약을 읽자 그제야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느껴졌다. 믿어지지 않던 홍해를 건너는 장면에서 그곳에 서 있는 듯한 박진감이 들었다. 그렇게 죽음 앞의 겸손으로 뜨거운 치유를 경험하고 끈질기게 그동안 지었던 죄들을 회개했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나서는 천국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하나님 앞에 갈 길을 기도했다. ‘병원 피부과에서 돈을 벌어 주님의 일을 돕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서원 기도대로 한센인 협회에 갔다. 그곳에서 3년 동안 나환자(한센병 환자)들을 진료했다.

“3년간 협회에서 진료한 이후, 하나님께서는 나를 훈련시키시려 마산의 마산고려병원으로 보내셨다. 그곳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5년간 미자립교회에서 의료선교로 봉사했다. 그때 노우호 목사(에스라하우스 원장)를 만나 함께 기도하며 복음화율이 낮았던 경남지역의 개척교회들을 돕는 일에 힘썼고 개척교회 두 곳의 전세비를 사비로 지원하기도 했다.”

쿠루드 난민촌(왼쪽)과 아프리카 케냐 말라위(오른쪽)에서 의료선교 중인 전종한 장로

5년간 훈련 받은 전 장로는 의료보험이 자리 잡은 한국과 달리 어려운 환경에서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해외로 나가 의사 생활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렇게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갈릴리 의사회에서 총무를 맡으며 단기 의료선교를 다녔다.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 몽골, 중국 사할린 등 10곳 이상의 나라에서 의료선교를 펼쳤다.

그러다 보니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인연이 닿아 정식 선교사 훈련을 받고 16기 선교사로 아프리카 말라위에 파송됐다. 그런데 정식 선교사로 갔던 그곳에선 전문이었던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없었다. 현지 병원이 산부인과 병원이어서 새로 공부하며 당직도 서고 수술도 해야 했다. 이 환경은 아니다 싶어 한센병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 옮겨가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다. 당시 3곳(통합 측 서울노회, 기장 측 서울노회, 미국위싱턴노회)의 기대와 후원으로 선교를 떠났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귀국 후 몸이 많이 아팠다. ‘선교지에 3년도 못 있고, 선교 마인드가 없다’는 등의 비난도 들려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이 왜 나를 헤매게 하시나?’ 라는 고민이 마음에 가득했다. 삶을 이끄시는 하나님이 5년이나 선교 준비를 시키시고 돌아오게 하신 이유가 너무도 궁금했다. 이런 수모를 겪은 이유에 대해 대답 좀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기도하다 보니 선교지에서 선교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일하며 선교하고 후원하는 일이 자신에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선교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간절했으니 주님이 우는 애 사탕 주듯이 의료선교를 다녀오게 하신 것 같았다.”

 

삶의 모든 길목 길목마다 주님이 붙드시는 삶

이후 전 장로는 마음을 정하고 국내에서 자리를 알아보다가 한국한센인복지협회에 들어가게 됐다. 그는 “이곳으로 이끄시려고 길목 길목마다 하나님이 기다리고 계시다가 붙드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한센인 협회에서 헌신하는 것이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전 장로는 의사 인생 대부분을 한센인들을 치료하는데 헌신했다. 과거 한센인들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무자비한 폭력에 희생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강제로 불임수술과 낙태 수술을 당한 이들도 있었다. 전 장로가 직접 경험한 한센인들의 가난과 고통만 해도 셀 수가 없다. 그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부여한 소명을 따라 편견과 혐오에 맞서 가난과 편견 속에 살아가는 약자인 한센인들을 위해 일했다. 전 장로와 같은 의료인들의 헌신 덕에 10년 넘게 국내에 신규 한센병 환자는 발생하고 있지 않으며, 전염성이 없는 음성 한센병 환자들은 복지체계 안에서 철저하게 관리 받고 있다.

한국한센복지협회에서 동성봉사상을 수상한 전종한 장로
한국한센복지협회에서 동성봉사상을 수상한 전종한 장로

전 장로는 ‘이 세상에 나그네 삶이고 이 땅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평생을 재단에서 일하며 ‘병원에서 돈 벌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평생 한센인을 돌보면서 협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도 진료해왔다. 그 외에도 어린이 심장재단, 입양아와 미혼모 재단을 후원하고 미자립교회와 선교사들도 후원해왔다. 컴패션과 월드비전을 통해 해외의 아이들도 후원하는 일도 꾸준히 해왔다. 지인의 추천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 이사로 헌신하기도 했다. 재작년에 정년을 맞기 전까지는 미자립교회와 선교사 사역지 10여 곳을 도와왔고 정년 이후에도 지금까지도 그중 절반 정도를 돕고 있다. 그렇게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부모에게 상속받은 유산을 모두 천국을 향해 가는 일에 썼다. 젊은 시절 갈릴리 의료선교회에서 만난 아내와 그 밑에서 신앙의 자녀로 자란 자녀들도 그의 선교하는 삶을 응원했다. 아버지처럼 선교하며 살고 싶다던 둘째 딸은 군종 목사와 결혼해 사모가 됐다.

한편 전 장로가 일하는 병원은 넉넉지 못한 한센인 복지시설이 운영하는 병원 인데다가 일반 피부과 병원처럼 미용시술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가 병원에 온 뒤 환자들이 많아져 한 번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적 없었다.

“주님께서 ‘네가 약속을 지켰으니 이 정도는 도와주마’ 하시는 듯했다. 일반 병원보다 환경이나 시설이 떨어지고 처우도 좋지 못하지만, 서원 기도를 했기 때문에 내 병원이라는 생각으로 환자를 본다. 환자를 볼 때 항상 어떻게 저 사람에게 전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진료한다. 그리고 항상 하나님이 이 병원을 책임지고 이끄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교회를 다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선교를 나가야"

헌신하는 의료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전 장로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나라에서 정한 대로 움직이기에 의사가 척박한 직업이 됐고 의사가 돈 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리곤 “이 체계가 우리나라가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코로나로 인해 의사들이 고생과 희생을 많이 하고 있고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는 이 희생적 의료체계의 덕을 크게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들은 아주 힘든 시기가 왔다”며 “이제 의사가 되려면 보람을 가지고 희생할 수 있는 마음으로 해야지 돈 벌 생각으로 의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전 장로는 “교계가 쇠약해지고 있는데 교회를 다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선교를 잘해야 한다”며 “교회는 성장하려 한다고 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고 선교를 하려고 해야 성장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한국교회가 침체 된 이유는 전도와 선교의 힘이 떨어져서”라며 “교회가 커지고 돈이 쌓고 안주하며 내 것을 찾다 보니 하나님의 역사가 없는 것이다. 이제 큰 교회 지향하지 말고 사랑을 나누는 작은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밖으로 전도하고 선교하고 도와주러 나가야 한다”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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