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숙한 공동체의 토론문화
[사설]성숙한 공동체의 토론문화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20.05.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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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예배당을 새로 건축한 후 준공 예배를 드리려던 참이었다. 하필 그 날 아침에 강한 돌풍이 불어 첨탑이 훼손되고 십자가가 쓰러졌다. 신자 두 사람이 급히 이 사실을 알리려 목사에게 달려왔지만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한 사람은 십자가가 쓰러졌으니 예배를 다음으로 미루자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예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예정대로 하자 했다. 목사는 난처했다. 어느 쪽이든 편을 들었다간 싸움이 나고 상처가 생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교회는 때때로 선택의 문제를 두고 갈등한다. 그러나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 것 못지않게 결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중요하다. 거기에서 공동체의 성숙도가 보인다.

두어 달 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급격하게 번지는 사태에서 교회가 현장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옥신각신 논란이 일었다. 이 문제는 교계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갈등이 되었다. 목사로서 “예배를 중단하자”고 말하면 너무 쉽게 예배를 포기하는 목사로 비칠까 걱정되고 “강행하자” 하면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질 줄 모른다고 하는 평가가 두렵게 되었다.

교인들의 의견이 어느 한 쪽으로 모아지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나눠질 때이다. 이 때 목회자의 리더십은 공동체가 토론하고 설득하여 원만한 합의에 이르도록 이끌어가는 것이다. 객관성 있는 결론에 이르도록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성경적 해석과 적용을 하는 것 또한 목회자의 몫이다.

그런데 온라인 예배에 대한 심각한 갈등은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일어났다. SNS에는 결론 없는 댓글이 밤새 줄을 이었다. 심지어 “온라인 예배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글을 올리지 말자”는 제안이 올라올 정도였다.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사고와 가치관과 판단력을 지니고 살아간다. 의견이 충돌하고 논쟁하고 갈등이 일어나는 것 또한 당연하며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로 이런 갈등 상황으로부터 공동체가 어떻게 하나의 성숙한 합의와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자기 의견을 충분히 피력하면서도 다른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토론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토론이 활발히 일어나고 설득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갈 때 성숙한 사회, 성숙한 공동체가 된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토론은 논쟁이 되고, 논쟁은 분쟁으로, 결국에는 분열에 이른다면 성숙하지 못한 야만적 사회가 될 뿐이다.

되돌아볼 때 과연 교회는 ‘주일예배 중단과 온라인예배 전환’이라는 갈등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던가? 전환이든 강행이든 만약 지금 또 다시 같은 문제에 부딪힌다면 성숙한 토론과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SNS에서 이를 두고 극렬한 논쟁이 한창일 때 목회자 그룹에서 한 멤버가 탈퇴를 했다. 탈퇴 이유를 밝힌 그의 마지막 남긴 글에 “댓글을 다는 목회자들의 언어에서 후배 목사로서 실망이 심했다”고 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무시하며 자신만 옳다는 태도를 넘어 비난, 인신공격, 거기에 조롱의 말까지 섞여 있었다. 안타까운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교회들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지금도 겪고 있지만 이제부터 하나씩 되돌아 볼 때가 되었다. 성장을 추구하면서 성숙하지 못한 것, 지식을 추구하면서 인격은 소홀히 했던 것, 교회 안에 치중하면서 밖으로는 시선을 두지 못했던 것. 그 중에는 교회가 성숙한 공동체가 되기 위하여 열린 토론문화를 만드는 것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는 지혜와 훈련이 필요함을 느낀다.

교회 일로 인해 갈등이 빚어졌던 빌립보 교회의 지도자들을 향해 바울은 이런 말씀으로 권면했다.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빌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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