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 봄이면 생각나는 4·19 민주제단에 피 뿌린 영혼들
[90호] 봄이면 생각나는 4·19 민주제단에 피 뿌린 영혼들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20.05.01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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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잎이 눈발처럼 흩날리는 계절도 지나갔다. 만발한 봄꽃은 하루만 한눈을 팔아도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다. 매년 보는 풍경인데도 꽃이 질 때마다 아쉬운 건 절정의 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선거도 끝났다. 더불어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전국지역구에서 얻은 총 투표율이 각각 49.9%와 41.5% 포인트 차로 집계됐다. 총선거 투표수는 총 291만 1467표였다. 민주당 표는 1434만 5425표였고 통합당은 1191만 5277표를 받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총선에서 지역구 253석 중 163석을 얻었고, 통합당은 84석을 얻었다. 실제로 얻은 표 차이는 8.4%포인트였으나 1등이 당선되는 ‘승자독식형’ 선거제도가 낳은 결과다. 의석수보다 지지자의 1200만 표라는 민심도 의식하고 집권당은 겸손한 자세로 정국을 이끌어가길 바란다.

아직까진 봄이다. 봄은 영어로 스프링(Spring), 프랑스어는 프랭땅(Printemp), 스페인어와 이태리어는 프리마베라(Primavera), 독일어로는 프륄링(Fruehling)이다. 영어 '스프링'의 어원은 알 길이 없지만 나머지는 말 속에 다 '으뜸', '먼저' 또는 '일찍'이라는 뜻이 들어가 있다. 그렇게 보면 봄은 '으뜸 계절' 또는 '먼저 오는 계절'이란 뜻이다. 영어의 스프링(Spring)이란 말이 봄에 싹이 흙을 뚫고 튀어 나온다는 것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말 '봄'에는 어떤 내력이 있는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 춥고 침울했던 계절을 보내고 온 세상이 연초록으로 물든 희망의 세계를 본다는 봄이 아닐까. 혼자서 상상만 해볼 뿐이다. 봄에는 새싹이나 새 생명들을 보고, 여름에는 열매가 열리고, 가을에는 수확을 거둔후 다시 땅을 갈고, 메마른 들판이나 눈 덮인 계곡이 연상되는 긴 겨울이 끝날 때면 눈에 보이는 게 많다. 그렇다. 봄에는 볼 것이 많다.

4월 19일 오후 나는 마음이 착잡하고 나라가 걱정이 되어 수유리 4.19 국립묘지를 찾았다. 제일 안쪽에 묘비들을 등지고 서 있는 ‘사월 학생혁명기념탑’에는 이렇게 피 끓는 비문이 서 있었다. “1960년 4월 19일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혈관 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 만 명 학생대열은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제단에 피를 뿌린 186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필자는 헌화, 묵념, 기도를 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당시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그곳에는 초등학교 학생도 희생자가 여럿 있었다.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를 위시한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생들까지 있었다. “형들에게 총질하지 마세요” “독재자는 물러가라”하고 프랭카드를 높이 들고 시가행진을 했다니 얼마나 장한지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뭉클하게 올라왔다.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마산상고 김주열 열사 묘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고 기도를 했다.

어느 날 친구가 시(詩) 한 편을 보내왔다. 이상화(李相和, 1901~ 1943)의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였다. 학창시절 눈시울을 적셔가며 읽고 또 읽었던 시다.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중략)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중략)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후략)" 지금 읽어도 젊은 시절에 느꼈던 그 감흥과 감동이 다시 인다. 흔한 흙, 그 땅조차 내 것이라 할 수 없었던 때를 생각하면서 복받치는 설움에 울컥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이상화의 시 말고도 봄에 관해서는 많은 시가 있고 노래도 있다. 노래로는 ‘봄처녀 제 오시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더 많이 불리는 것은 '고향의 봄'이겠고 그다음으로 ‘봄이 오면’일 것이다. '봄 처녀'는 봄을 처녀에 은유한 것이라 뇌리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새 풀 옷 입고 진주 이슬을 신고 오는 처녀··· 울긋불긋 꽃 대궐을 차린 동네 마을에서도 처녀들이 신나게 뛰어다닐 듯하다. 코로나도 서서히 꼬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이 아름다운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봄이면 더욱 생각이 난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NCCK 감사
CBS방송국 전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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