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거리두기
생태적 거리두기
  • 장윤재 교수
  • 승인 2020.05.0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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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멈춰 선 시간이다. 하지만 이 사태도 결국은 잦아들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post-COVID 19)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가? 우리가 어서 돌아가고자 하는 일상은 과연 ‘평범한’ 일상이었나?

언제부턴가 새로운 종류의 감염병이 점점 더 빈번하게 나타나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人獸共通) 감염병’(zoonosis)이다. 이 병은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지구에서 모든 동물을 없애지 않는 한 완전히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벌써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에서 3천만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는 바이러스에게만 돌을 던질 수 없다. 바이러스는 오랜 생명의 역사 속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해온 중요한 존재이다. 우리는 박쥐에게도 돌을 던질 수만은 없다. 사실 박쥐는 ‘세상 억울’하다. 지금 사태의 모든 원인으로 비난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실로 박쥐는 137종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61종이나 된다.) 하지만 박쥐가 인간의 세계를 침범한 게 아니다. 인간이 박쥐의 영역에 침입한 것이다. 박쥐가 ‘베트맨’처럼 야심한 밤중에 도심으로 날아든 게 아니다. 깊은 동굴 속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던 박쥐들을 세상으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다.

함민복의 시 <소스라치다>이다. “뱀을 볼 때마다 /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 말하는 사람들 // 사람들을 볼 때마다 / 소스라치게 놀랐을 / 뱀, 바위, 나무, 하늘 // 지상 모든 / 생명들 / 뭇 생명들.”

인간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흙과 물, 대기를 더럽히고 부를 과시하기 위해 ‘야생의 맛’을 즐기는 탐욕스러운 존재이다. 치명적인 인수공통 감염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인간이 주제넘게 다른 생명의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아니다. ‘생태적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거리두기는 배려다. 존중이다. 그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동료 피조물을 사랑하는 매우 구체적인 방법이다.

지금의 아픔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다. 매년 병든 닭을 10억 마리씩 소비하고 500만 마리의 가축을 이른바 살처분(殺處分)하는 우리의 이른바 ‘평범한’ 일상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렇게 돌아간다면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항구적인 비상상황’에 살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생명과 친구로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산다. 나도 산다.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평화, 그 생태적 평화가 지금 중요하다.

장윤재 교수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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