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노동주일을 지나며
[독자기고]노동주일을 지나며
  • 손은정 목사
  • 승인 2020.05.0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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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일 아침 지하철 안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는 것은 저에게는 아침기도와 같이 청량감을 줍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가게에 매각, 폐기라는 딱지들이 붙더니 오늘은 급기야 가게 문이 닫혔고, ‘코로나 여파로 임시휴업합니다’라는 글귀가 붙었습니다. 매일 이곳에서 신선한 커피를 내려주던 청년 두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프렌차이즈 빵가게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워낙 부지런하고 수완이 좋아서 초기에는 수익률 톱을 찍었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 전부터는 저성장의 영향으로 직원고용시간을 줄이고 본인이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하며 유지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여파로 10년째 함께 일해왔던 주말 알바 청년의 일자리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2. 코로나 19발 고용충격은 이미 전례 없는 강도로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4월 17일 통계청 발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감소 폭은 글로벌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5월 24만 명 이후 최대치라고 했습니다.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의 암울한 전망을 고려하면 감소 수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정부는 최근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 지원할 것”이라며 고용유지를 정부의 기업지원과 연계하겠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기업회생을 위해 대량해고를 허용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앉았던 외환위기 때 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입니다. 이같은 노력이 시작되어서 참으로 다행이지만, 하나님의 백성들인 노동자들의 아우성과 비명소리를 다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3. 코로나 사태 기간에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돌봄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는 필수인데, 병원에서도 정부에서도 마스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너무나 힘들어했습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물리적 거리두기 시행 중에도 좁은 공간에서 계속 일을 해야 했고, 업무량이 폭증한 택배노동자는 과로로 사망하였습니다. 관광업과 항공사 관련 노동자들은 연차소진, 무급휴직, 권고사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과 후 강사나 방학 중 비근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개학연기로 생계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대리운전노동자 학습지 노동자 등 건당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정부가 특별지원을 약속했지만, 생계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재난은 평등하지만 역시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는 안타까운 항변이 사회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가르침입니다.

4.우리 교회는 노동절을 한 주 앞둔 주일을 노동 주일로 제정(대한예수교장로회 1959년 44차 총회에서 결의, 올해는 4월 26일 주일)하여 산업현장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신앙을 전파하고 격려하며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원하는 일들을 교회가 해야 한다는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총회 신학교에 산업전도에 관한 과목과 과정을 두어 신학생들에게 산업전도에 관심을 일으키도록 세부적인 시행방침도 세웠습니다. 이 결의가 기초가 되어 신학생들이 탄광촌에서 직접노동하고 현장을 알게 되었고, 넝마꾼으로, 공장노동자로 1년에서 6개월 동안 살면서 노동의 현실을 익히고 현장성 있는 목회자와 선교사를 배출시켜내었습니다. 노동 주일을 결의하고 62년째 노동 주일을 맞이하는 오늘 한국교회는 다시금, 이 위대한 성서의 가르침과 총회의 결의와 소명 앞에 설 것을 간곡하게 요청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요?

손은정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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