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해봅시다. 간경화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환자가 있습니다. 간을 이식 받지 못하면, 서너 달 후에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간을 제공해줄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이 없습니다. 헌데 담당의사가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최근에 사람의 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시도해보겠는가 묻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 많은 분이 인공 간 이식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확대해봅시다. 간 뿐만 아니라 심장, 폐, 안구, 소장, 대장, 위, 척추, 그밖에 모든 신체기관을 몽땅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 끼울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근육과 뼈는 더욱 단단하게 되고, 유전적으로 연약했던 치아도 몽땅 새롭게 되고, 청력도 이전보다 배나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런 치료 아니 업그레이드를 허용하시겠습니까?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런 신체 업그레이드 나아가 생명 연장의 상상은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머지않아 누구든지 과학의 은총에 힘입어 “아이언 맨”으로 거듭날 날이 다가올 것입니다.
이런 미래의 변화를 내다보며 학자들은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는 용어를 제시했습니다. 본래 태어날 때의 인간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된 인간을 의미합니다.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에서 접했던 “포스트-휴먼” 현상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온갖 문제는 하나님이 아니라 과학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전능하신 네이버의 날개 아래 쉼을 얻고, 더욱 전능하신 구글에게 소망을 두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애플을 새 노래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기독교 신앙은 어떻게 될까요? 신의 영역을 대신하는 과학 숭배 시대에 기독교 복음을 어떻게 변증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교훈을 얻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디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온누리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사회 시스템을 마비시킵니다. 이런 아픔과 폐해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분명한 교훈을 주는 듯 합니다. 인류가 자랑하는 과학은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자연을 병들게 한 주범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삶은 그저 한 줌 흙에 불과하다는 전도서의 교훈을,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그렇기에 고백합니다. 과학을 숭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여전히 유일한 만유 구원의 길이라고.
허요환 목사
안산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