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내 교회론의 왜곡, 이대로 좋은가?
한국교회 내 교회론의 왜곡, 이대로 좋은가?
  • 박성철 목사
  • 승인 2020.04.21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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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팬데믹(pandemic) 현상 속에 한국 정부의 방역 체제는 각계각층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회중 예배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며 정부의 일시적인 집회 금지 권고를 거부한 채 ‘종교 탄압’과 ‘기독교 박해’라는 프레임으로 맞섰던 한국교회는 교계 내부에서조차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몰상식한 행동의 기저에는 회중 예배만을 교회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왜곡된 교회론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사 속에서 교회론은 ‘성례전’과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를 중심으로 정립되었다. 종교개혁 이전의 교회론에서는 주로 성례전이 강조되었지만, 종교개혁시대를 거치면서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년)는 “거룩한 공교회”(ecclesia santa catholica)의 정체성을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와 성례전에서 찾았다(WA 50, 628-630년). 루터는 제도적인 교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교회를 인간의 조직이나 교회의 전통에서 유래한 제도가 아니라 사도들이 선포한 것과 동일한 복음을 선포하는 행위가 시행되는 곳으로 이해했다. 필리프 멜란히톤(Philipp Melanchthon, 1497-1560년) 역시 루터와 유사한 교회론을 가지고 있었다. 장 칼뱅(Jean Calvin, 1509-1564년)은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전이 올바로 거행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하나님의 교회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Institutio 6. 1. 9-10).

회중 예배는 이런 본질적 내용을 담아내는 양식의 하나일 뿐 본질 그 자체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 양식은 시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거대한 예배당 건물과 대규모 교인의 회집을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회중 예배는 교회의 본질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개발독재적 성장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1918년-2018년)이 참여하였던 1973년과 1974년 엑스플로(EXPLO) 대회와 같은 대규모 회중 집회는 한국교회의 급속한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후 근본주의 교회들은 개발독재세력의 경제적 지원을 기반으로 거대한 예배당과 기도원을 짓고 대규모 전도 집회와 회중 예배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 결과 대형교회들은 교회론의 본질적 요소에 대한 성찰보다는 회중 예배를 통한 성장을 교회의 존재 이유로 인식하였다.

힙포의 아우구스티니스의 도나투스(Donatus Magnus)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 신학은 유형 교회(가시적 교회)의 불완전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칼뱅은 그리스도의 참된 몸인 무형 교회(비가시적 교회) 때문에 유형 교회가 비록 약점이 있다고 해도 모든 신자가 존중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회와 같이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회중 예배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면서도 반성하기보다는 이를 정당화하는 방식은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이는 교회 스스로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복음을 팔아먹는 배교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왜곡된 교회론을 바로 잡지 않으면 교회가 결국 이익집단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박성철 목사

박성철 목사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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