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씨 뿌린 연세의료원 창립 135주년 맞아
눈물로 씨 뿌린 연세의료원 창립 135주년 맞아
  • 정성경 기자
  • 승인 2020.04.1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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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과 나눔이 소명이자
실천으로 이어진 의료원의 역사
1885년 4월 10일에 알렌 선교사의 건의로 세워진 연세의료원. 출처 연세대학교 의료원 홈페이지

"세브란스 병원은 우리나라 서양의학의 발상지로서 … 우리나라에 전해온 근세의학의 역사 중에 가장 광채 있는 페이지를 차지한 것도 세브란스 병원이거니와 우리 의학의 발전적 과정에 있어서 민족적 고난과 호흡을 같이 하게 된 것도 세브란스 병원이다."
(김두종, 『한국의학사』, 486쪽)

오늘은 연세의료원 창립 135주년이 되는 생일이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1885년 미국 선교의사 알렌(Dr. H. N. Allen)에 의해 세워진 한국 최초의 현대적 의료기관으로서 광혜원으로 출발하여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현재의 의료원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의료계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창립 이래 한결같이 국민 대중의 건강을 지켜 온 연세의료원의 역사는 곧 이 땅의 기독교, 의학 교육과 연구, 병원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기념식은 취소되었지만 연세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인 정종훈 목사/교수는 10년 전 창립 125주년을 기념하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특별한 사업을 SNS로 소개했다.

이하는 정 교수가 연세의료원 창립 135주년을 소개한 글이다.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를 시행하는 세브란스

우리 세브란스는 1885년 4월 10일 ‘널리 은혜를 베풀자’는 의미의 ‘광혜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해서 ‘대중을 구제한다’는 의미의 개명된 이름 ‘제중원’을 거쳐 1904년 9월 남대문 밖 복숭아골(현재의 서울역 맞은 편 세브란스 빌딩이 있는 지역)에 ‘세브란스기념병원’을 봉헌하면서 ‘세브란스’란 이름을 갖게 된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현대병원이다. 2020년 현재 창립 135주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선교사와 선각자들의 ‘눈물로 씨를 뿌리는’ 헌신과 수고 위에 섬김을 위해서는 언제나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세브란스는 물론이고 광혜원을 창립의 출발로 하는 연세대학교가 “The First & the Best”를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세브란스는 2010년 창립 125주년을 기념하면서 다양한 특별 사업을 계획했다. 그중 하나가 1893년 11월 제중원의 4대 원장으로 취임하여 1934년까지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와 연희전문학교의 교장을 18년 동안이나 겸직했던 에비슨 박사와 ‘세브란스기념병원’의 건축비를 비롯하여 세브란스병원에 기부를 아끼지 않았던 사업가 세브란스 씨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서 계획했던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 사업이다. 이 사업은 우리 세브란스의 의료선교활동이 제대로 닿지 않는 저개발국가의 빈곤한 환자들을 추천받아 선발하여 초청해서 그들의 몸과 마음을 세브란스 의료진과 구성원들의 사랑으로 치료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로 10년 차 실행하는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사업은 4T Care 시스템 아래 환자 초청부터 귀국까지의 전 과정을 세심히 살피며 운영하고 있다. 1. Team Care, 의료진, 사회사업팀, 원목실, 의료선교센터, 간호팀, 원무팀, 국제팀 등 여러 부서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초청부터 퇴원까지 전체 과정에서 환자를 철저히 돌본다. 2. Twin Care,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보호자까지 함께 초청하고, 통역 봉사자를 연계해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다. 3. Touch Care, 환자와 의료진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한다. 4. Total Care, 치료 외에 항공비, 숙식비, 한국 나들이, 환송회, 기념선물 등을 준비하여 한국과 세브란스병원에 대한 좋은 추억을 안고 귀국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부적인 진행과정 역시 매우 치밀하다.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한국인 선교사가 선교사 개인의 도움이나 단기의료선교 또는 현지 의료기술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선정하여 세브란스에 추천한다. 선교사들의 의뢰가 들어오면 세브란스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자 해당 국가에서의 치료 가능 여부, 환자의 가정 형편 등을 면밀히 심사한다. 환자가 선정되면 가족 보호자 1인과 함께 여권, 비자, 항공권 구매 관련의 모든 업무와 비용을 지원한다. 한국에 입국해서 세브란스에 입원하면 최고의 의료진을 통해 치료와 수술을 신속히 진행한다. 치료를 마친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한국 나들이, 송별회 등을 계획하여 치료 이상의 깊은 관계를 형성한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귀국하더라도 환자의 건강을 계속 체크한다.

2011년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사업의 첫 환자들은 케냐로부터 왔다.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섀드락과 페이스 두 어린아이를 세브란스 의료진은 모든 정성과 힘을 다해서 치료했다. 그렇게 첫해에는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7명의 환자들이 치료받아 새 생명의 기쁨을 누렸다. 2012년에는 27명, 2013년에는 23명, 2014년에는 27명 등 계속해서 매년 30명 내외의 환자들이 이 사업을 통해 세브란스를 방문해서 치료받고 있다. 2013년에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첫 번째 수혜자였던 페이스의 아버지가 자신이 소작으로 일군 식량을 팔아 1년 6개월 동안 모은 정성을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기부한다”는 1만 1천 원의 현금과 함께 보내왔던 것이다. 그 돈은 그리 큰돈이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세브란스 구성원들에게는 큰 기쁨과 보람을 안겨준 대단히 의미심장한 돈이었다.

2016년 발행된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5주년 나눔보고서에는 이러한 경험들을 다음과 같이 축약하고 있다. “1885년 그들에게서 우리로, 2011년 우리로부터 당신들께, 이제 당신이 누군가에게... 섬김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가 생명을 선물한 이국땅에서 고운 꽃이 피고 또 피어납니다. 알차게 여문 꽃씨가 바람결에 흩날립니다. 멀리 더 멀리 번져갑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케냐, 마다가스카르 5개국 7명의 환자를 초청해서 처음 치료했던 것이 2015년까지 5년 동안 107명의 환자들을 치료했다고 보고한다. 가까운 아시아로부터 지구 반대편 중남미와 아프리카까지 18개국 출신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건강한 삶을 선물할 수 있었는데,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세브란스 교직원들을 포함한 33곳의 파트너들이 42억 4천만 원을 후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사업은 가난과 저개발국가의 낮은 의료 수준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초청하여 치료하는 세브란스만의 특별한 사업이다. 의료 소외지역에 의료와 복음을 전파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의료선교기관으로서의 세브란스가 이전에 받았던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연세대학교 개교 125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한 것이다. 이 사업은 한마디로 섬김과 나눔으로 인해 태어난 세브란스의 소명이고,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세브란스의 자부심이며, 섬김과 나눔으로 계속 이어지는 세브란스의 힘이다. 구순구개열, 소이증, 시각장애 및 양대혈관우심실기시증을 갖고 태어난 베트남 어린아이 응웬 반하는 시기를 놓치면 심부전 합병증으로 죽거나 고혈압 등으로 아예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세브란스가 초청해서 2014년 4월 1차 수술, 2015년 10월 2차 수술을 거쳐 지금은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비뚤비뚤한 한글로 직접 써서 보내온 편지의 일부를 약간 다듬어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감한다.

“수술이 잘 되어 반하의 건강도 좋아지고 보통 사람의 얼굴처럼 되었습니다. 그동안 목사님과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신 걸 잊지 않겠습니다. 수술을 준비하기부터 진행할 때까지 많은 의사들의 수고와 큰 돈이 필요했던 걸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안 도와 주셨다면 저희 부부는 아기한테 이렇게 치료해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희 가족을 대표해서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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