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이 현안 문제지만 그만큼이나 코로나 이후에 사람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가 큰 관심사다. 주목받는 인물들이 이에 관하여 언급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미 2015년의 한 강연에서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위기는 팬데믹 상황의 전염병인 것을 지적했고 이에 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발 노아 하라리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의 권한, 국수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 시민의 권한을 충분히 지켜내며 글로벌 연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세계가 성곽시대로 돌아갈 위험을 지적하며 전 세계의 민주주의가 계몽주의의 가치들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관한 모든 언급에서 공통점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일상의 구조 자체는 선악의 판단 영역이 아니다. 경제와 정치와 문화 등 인간의 삶 전반에서 비대면 구조가 확대되며 일상화되는 것,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술 공학의 구조가 삶의 일상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면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를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활용하느냐는 것과 그로써 인류가 어떤 미래를 꿈꾸느냐는 것은 분명히 가치 판단의 영역이다. 이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인류는 퇴보할 수도 있고 성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깊은 생각 없이 이런저런 얘기들을 쏟아내는 통속적인 마당에 휩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공교회적인 이름이 걸린 상황에서 깊은 성찰과 객관적인 분석이 없이 성급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에 피해가 된다. 경제와 정치, 문화적 인식과 공공의료 등 구체적인 삶의 영역이 어떻게 바뀔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는 그쪽 전문가들이 할 일이다. 그 전문가 중에서 신실한 신앙인들이 있을 것이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근원적인 인식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가치관과 세계관의 영역이다.
사회 집단의 하나로서 교회 공동체의 현실 문제도 급하긴 하다. 작은 교회의 생존과 그 목회자들의 생계 문제다. 개별 교회 및 교단들의 재정 구조를 비상 편성하는 문제도 있다. 개별 교회의 재정 상황은 교계 단체와 직결된다. 교계 단체 대부분이 개별 교회의 후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과 연관해서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는 교계 단체들이 많을 것이다.
지형은 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