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코로나19와 마스크
[데겔칼럼] 코로나19와 마스크
  • 안기석 장로
  • 승인 2020.04.06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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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로 전 세계적 호평을 받았던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 그는 이런 호평에 한껏 고무되어 ‘호모 데우스’라는 책을 후속작으로 내놓으면서 인류는 인지 혁명에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고 근대 인본주의와 과학 기술의 발달로 기아와 질병, 전쟁의 고통을 벗어나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더 나아가 인류는 신적인 초능력을 지닌 ‘호모 데우스’로 진화하면서 불멸, 행복, 신성을 새로운 가치로 추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장밋빛의 미래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장 미세한 존재인 바이러스가 현재 보여주고 있다. ‘지식의 나무’에서 과학기술의 선악과를 따먹은 인류가 오만하게 ‘생명의 나무’의 영역인 생태계에 무단 침입한 결과가 어떠한지를 전 세계 인류가 불안과 공포, 슬픔과 분노를 느끼며 지켜보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호모 데우스’가 된다고 할지라도 우리 모두의 삶의 방향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불멸, 행복, 신성을 꿈꾸는 21세기의 삶의 현장에서 코로나19는 마치 비웃듯이 인간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고 ‘인공지능’ 개발을 자랑하던 인간은 가장 초보적인 방역 무기인 마스크로 방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마스크마저 제때 구하지 못해 혼란과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세먼지 흡입을 막기 위해서 사용하던 마스크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 사용하는 마스크는 차원이 다르다. 전자가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을 습관화하다 보니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성찰을 하게 된다. 우선 내 입에서 나오는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양치를 막 하고 마스크를 사용해도 조금 걷다 보면 목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냄새가 썩 좋지 않다. 그러니 평소에 이 좋지 않은 냄새를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흩날리고 다녔을지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 그지없다. 역시 더러운 냄새도 내 속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찬양을 하거나 기도를 하거나 대화를 하면 그 웅얼거리는 소리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간절하기는 해도 마치 무언가에 가위눌린 사람 같다. 보이는 마스크가 아니라도 걱정이나 불안이나 공포나 증오나 혐오의 마스크를 내 마음속에 쓰고 있으면 찬양도 기도도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내 마음의 마스크를 벗으면 침묵 속에서도 아름다운 찬양과 기도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사태 이전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내가 행한 찬양과 기도와 대화의 내용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입에 마스크만 착용해도 자잘한 내 일상의 욕망이나 욕구를 자제하게 된다. 일상적 삶의 태도나 습관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내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 내 일상의 편리함과 욕망을 유보하는 것이 내 이웃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 개인이 사용하는 마스크가 주는 교훈이 이럴진대 한 교회가, 한 사회가, 전 세계가 사용해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마스크가 ‘번영과 성공’이라는 욕망의 전차를 멈추고 그동안 질주했던 인간의 태도와 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안기석<br>​​​​​​​(도서출판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br>

안기석 장로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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