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대한민국과 온 세계가 지금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리라 믿는다.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awachs, 1877-1945)에 따르면 어떤 특정한 세대가 공동으로 경험한 사건은 집단기억(collective memory)으로 보존되어 그 세대의 공통된 특성을 결정짓는 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느림을 미덕으로 삼던 유교의 나라 한국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빨리 도망가야 살아남는다”는 극단적 교훈과 함께 근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만들어냈다. 평생직장의 개념을 가지고 있던 한국인들에게 IMF는 “회사도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 회사에 대한 불신과 노사갈등을 가져왔고,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도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불신을 야기시켜 국가에 대한 불신, 헬조선 신드롬, 자국혐오현상 등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이 가져다주게 될 집단기억은 향후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세대에 어떤 공통 특성들을 만들어내게 될까?
포스트 코로나 세대가 가지게 될 첫 번째 특성은 불신이다. IMF를 통해 평생직장이던 기업이 불신의 대상이 되었고, 세월호 사건을 통해 목숨 바쳐 충성하던 국가도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면,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이제는 병원이나 종교기관도 불신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청도대남병원처럼 주로 병원을 통해, 혹은 신천지나 종교기관을 통해 대규모 확진이 이루어졌다. 아프면 병원을 갔고, 병원에서 포기하면 종교기관을 찾던 우리에게 병원도 안전한 곳이 아니며 종교기관도 더이상 기적의 현장이 아니더라는 집단기억이 심겨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세대가 가지게 될 두 번째 특성은 고립과 단절, 개인주의의 심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으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은 빠르게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결정했고, 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포스트 코로나 세대는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고, 예배당에 가지 않아도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집단기억을 얻게 되었다. 이전 세대는 전화를 하다가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자세한 이야기는 카톡을 통해, 속마음은 이모티콘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런 고립과 단절, 개인주의는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대규모 감염사태와 맞물려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함께 어울려 밥을 먹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회식문화는 사라지고, 배달을 통
해 각자 알아서 ‘혼밥’을 하는 시대가 더욱 일반화될 것이다.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에서 두 세 시간씩 장을 보던 문화는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온라인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세대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익숙한 비대면 사회, 고립과 단절의 사회를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배제와 혐오의 일반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규모 감염사태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되어, 슈퍼 전파자, 신천지, 오프라인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 정부, 정치인들에 대한 배제와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혐오와 배제는 익명이 보장되는 비대면 온라인 공간에서 더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가져온 고립과 단절, 개인주의는 기존의 혐오와 배제 문화를 더욱 일반화시킬 것 같다.
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그로 인한 불신, 고립과 단절, 혐오와 배제의 바이러스가 더 두렵다. 이런 상황에 교회는 여전히 신뢰의 대상인지, 고립과 단절, 혐오와 배제를 치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이 세대와 다음 세대에게 답해야 한다. 천연두가 로마를 강타할 때 초대교회는 거리에 방치된 시체들을 치우고 장례를 치러주면서 로마제국 내에서 대안 공동체가 되었다. 그러나 중세시대 로마 가톨릭교회는 흑사병이 돌자 유대인 혐오와 마녀사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다 오히려 교황의 권위가 흔들리고 중세가 몰락하며 대안 공동체로 개신교가 역사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마주하고 있다. 초대교회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의 길을 걸을지,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게 될 우리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김윤태 목사
대전신대 선교학
신성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