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돕기 위한 빵집, 베이커스 코드
사람을 돕기 위한 빵집, 베이커스 코드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4.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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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 위해 매주 손수 빵 만들어
미국 빵집에서 세계 선교 비전 품다
베이커스 코드에서 매주 제작한 빵은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나눠진다. 김성해 기자
베이커스 코드에서 매주 제작한 빵은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나눠진다. 김성해 기자

매주 주일 낮 12시경이 되면 서울역 앞 광장에서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찬양하는 목회자의 찬송 소리에 맞춰 인근에 머물고 있던 노숙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며, 이들 중에는 찬양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함께 부르기도 한다.

매주 하늘빛교회 홍현숙 목사의 인도로 진행되는 노숙자 교회 예배는 서울역 앞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모여 찬양을 부르고 설교를 나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천막을 치고 모이는 것이 불가해지자 서울역 앞 광장 전체에 넓게 간격을 두고 노숙자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예배가 끝나자 홍 목사와 하늘빛교회 성도들은 노숙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찾아가며 빵을 한 개씩 나눠줬다. 홍 목사는 “매주 베이커스 코드 대표 이승희 집사님이 좋은 재료로 여러분들을 위해 손수 만들어주신 빵”이라고 노숙자들을 향해 설명을 덧붙였다.

서울역 앞 노숙자 교회 노숙자들을 위해 빵을 만드는 사역을 시작한 지 올해로 2년째가 되어간다는 베이커스 코드. 본지는 창간 2주년을 기념하며 베이커스 코드 대표 이승희 집사(동수교회)의 빵집 ‘베이커스 코드’를 직접 찾아가보았다.

베이커스 코드 이승희 대표는 빵을 통한 선교 사역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빵집을 열었다고 고백했다. 베이커스 코드 제공
베이커스 코드 이승희 대표는 빵을 통한 선교 사역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빵집을 열었다고 고백했다. 베이커스 코드 제공

빵을 보고 세계 선교를 꿈꾸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에 자리한 빵집 베이커스 코드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윽한 빵 내음이 코를 가득 찔렀다. 이곳의 대표로 업무를 보고 있는 이승희 집사는 빵집 사업의 시작 계기가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음을 털어 놓았다.

이 대표는 “자녀 셋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고, 그를 빌미로 미국을 오고가며 현지의 빵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빵집에 있는 바게트 등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빵들을 보며 놀랐다”며 “현지의 큰 빵들을 보며 문득 ‘저 빵을 하나씩 아프리카 오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나눠준다면 얼마나 좋아할까’란 생각이 들었고 그 때부터 선교를 목적으로 빵집을 차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빵집의 궁극적인 목적은 ‘베이커리를 통한 선교’였지만, 당장은 국내에 빵집을 차리고 운영하며 사회 속 복지 취약계층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이 대표의 첫 번째 목표였다. 하지만 일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았다. 베이커리에 대해 일절 모르고 시작한터라 제빵을 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도전의 길을 걸었다.

 그는 “빵에 대해 일절 모르는 상태에서 빵집을 열었으니 당연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 의지를 잃고 사업을 접기도 했지만, 하나님께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빵집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아시오니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길 소망한다’고 기도하고 다시 시작했다”며 “그 뒤로 유명한 쉐프를 찾아가 베이커리를 배우며 차츰차츰 베이커리에 대한 입지를 다져갔다”고 밝혔다.

이승희 대표가 성북구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상암동 DMC에 가맹점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 그의 동생이 이 대표와 서울역 노숙자 교회를 연결시켜줬다. 그는 “동생 덕분에 서울역 앞 광장에서 주린 배를 끌어안은 노숙자들을 데리고 영육간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매주 토요일마다 동생과 함께 노숙자들을 위한 빵 100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수술을 받은 이후 직원 제빵사들이 직접 빵을 만들어 노숙자들을 위한 빵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 대표는 제빵사 직원들이 가게에서 판매하는 빵을 만들 때보다 노숙자들을 위한 빵을 만들 때 더욱 보람차고 즐거운 표정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들은 이 대표 본인과 동생이 작업할 때보다 더욱 빠른 속도를 내주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했다.

베이커스 코드 제빵사 역시 노숙자들을 위해 빵을 만드는 것이 더 즐겁고 보람차다고 한다. 김성해 기자
베이커스 코드 제빵사 역시 노숙자들을 위해 빵을 만드는 것이 더 즐겁고 보람차다고 한다. 김성해 기자

영양소 채운 빵, 세계로 이어지길
베이커스 코드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만드는 빵은 일반적인 팥빵이나 크림빵이 아니다. 그들이 하루에 필요한 영양분을 생각하며 이 대표가 직접 고심해서 마련한 빵이다. 빵 안에 영양분을 골고루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사서 빵 안에 넣고 제작한다.

그는 “야채가 필요할 것 같은 날에는 야채들을 구입해서 야채빵을 만들기도 하고, 햄과 치즈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며 “빵만으로는 부족한 영양소들을 최대한 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숙자들을 위해 고심한 그의 노력 덕분일까. 서울역 앞에서 나눠지는 베이커스 코드의 빵은 늘 인기가 많다. 이 대표는 여력이 된다면 많은 빵을 만들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100개가 최선이라 늘 아쉽다고 언급했다. 그의 바람 중 하나는 매주 400개 가량의 빵을 만들어 노숙자들에게 2개씩 쥐어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제빵사 2명, 그 전에는 저와 제 동생이 직접 빵을 만들다 보니 인력적인 문제로 인해 100개 이상을 만들 수가 없다”며 “현재 별내에 베이커리 강의를 위한 지식산업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센터가 완료되면 베이커리 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되기 때문에 400개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희 대표가 센터를 준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큰 빵을 만들어 아프리카 오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던 이 대표는 세계 선교사들에게 베이커리 기술을 가르쳐 그들이 해외에서 직접 제빵하면서 스스로의 생계도 이어가고, 굶주린 현지 아이들에게 빵을 전해주는 일의 출발점이 별내의 센터 설립인 셈이다.

그는 “선교사님들 중 베이커리 강습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고자 한다. 또 여력이 된다면 아프리카 선교사역을 꿈꾸는 분들에게 베이커리 교육을 진행하고 싶다”며 “그것이 미국 빵집에서 문득 들었던 나의 생각의 답을 찾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희망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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