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새로운 가치가 생겼습니다. 치유입니다.
학생들과 텃밭을 일구고 있었습니다. 갓 대학에 입학한 듯한 여학생이 이제 막 영글기 시작한 당근을 쑥 뽑더니 "이거 먹는 거예요? 먹어도 되요?"하는 거예요 아마 마트에서 당근 뿌리만 봐 와서 그럴 수도 있고 흙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겠죠. 밭을 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중하는 모습과 함께 도와가며 농사라는 것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이 작업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대도시에 인접해 사는 사람들이 농사를 한다고 하면 도시농부, 텃밭 가꾸기 정도 일 수 있습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식물을 가꾸고 여기서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받고, 녹색의 쉼터를 제공받고, 이웃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이 모든 것이 농업이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럽국가에서는 정신질환자, 학습장애자, 치매환자, 우울증환자 등 소외된 약자들을 농촌에서 치료받고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치유농업을 통해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사회재활, 교육 등 일과 치료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것이 치유농업의 핵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의 치유기능에 대해 공론화되고 있는 중이고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3월6일자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치유농업법의 제정으로 앞으로 농업, 농촌 자원을 치유자원으로 활용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창세기에 하나님은 이 세상과 인간을 지으시고 그 모든 것을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생명이 생태계 안에서 조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드셨겠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 속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내적 외적으로 균형을 잡고 평안함을 유지해야 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치료나 치유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우리 개인과 사회가 건강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사소하게 여겼던 일상이 그리워지기까지 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외부적 환경의 변화로 고통을 겪는 이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농업에서 인간의 신체적 나약함과 끊임없이 부추기는 경쟁사회에서 잃어버린 자기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숨을 쉴 곳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건강한 밥상, 농작업을 통한 건강한 노동, 내가 밟고 있는 땅의 생명력, 땀 흘리고 가꾼 먹거리에 대한 감사, 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는 법, 두레 정신, 이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놓치고 살았던 삶의 가치의 일부분이며 또한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