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만종, 그 깊고 큰 울림
밀레의 만종, 그 깊고 큰 울림
  • 오동섭 목사
  • 승인 2020.03.1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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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종, 1857-1859년. Musée d'Orsay, 파리.(그림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장프랑수아_밀레/media/파일:Jean-Fran%C3%A7ois_Millet_(II)_001.jpg)
만종, 1857-1859년. Musée d'Orsay, 파리.(그림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장프랑수아_밀레/media/파일:Jean-Fran%C3%A7ois_Millet_(II)_001.jpg)

확진환자 7,755명, 격리해제 288명, 사망자 61명(3월 11일 기준). 어느덧 코로나19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마치 전시상황처럼 모든 국민이 몇 명이 병에 전염되었고, 몇 명이 사망했으며 지금 현재 상황은 어떤지 촉각을 세우고 연일 보도되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봄이 오는 소식도,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봄꽃이 하나, 둘 씩 피어나는 것도 잊어버린 채 사람들은 할 수 있으며 최소한의 행동반경을 유지하며 한 겨울처럼 움츠리고 살고 있다. 단지 이 시간이 속히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하나님께 겸손히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게 된다.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일상을 보내며 문득 한 작품이 마음에 떠오른다. 해가 지는 시골 들녘에 한 부부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 저 멀리 보이는 교회에서 마치 종소리가 울려 온 세상에 가득히 채우는 듯하다. 하루 종일 일을 한 후 기도하는 부부 사이에 놓인 바구니에는 그리 많지 않는 감자가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은 밀레의 ‘만종’이다.

밀레의 ‘만종’은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몇 해 전 파리를 방문했을 때 이 작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깊은 묵상에 잠겼었다. ‘만종’은 미국인 토마스 애플턴 (Thomas G. Appleton)이 밀레에게 의뢰하여 1857년부터 1859년까지 2년간 제작된 작품이다. 그 당시 밀레 나이가 45세였다. 하지만 작품을 부탁했던 토마스는 그것을 찾아가지 않았다.

당시 너무나 궁핍했던 밀레는 이 작품을 단돈 600프랑, 지금으로 약 90유로, 한화로 약 12만원이라는 헐값에 팔고 말았다. 밀레의 ‘만종’은 그 후에 미국미술협회에 팔렸다가 프랑스의 백화점 재벌 알프레드 쇼사르(Alfred Chauchard)가 프랑스의 자존심을 걸고 80만 프랑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다시 사들여 1891년 1월 드디어 프랑스로 돌아왔다. 처음엔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묘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그림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명화가 되었다.

그런데 밀레의 만종은 그림에서 보여주는 평온함과는 달리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은 매우 격동의 세월이었다.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유럽 전역을 산업화로 변화시키고 있었고 자본가는 더욱 더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노동자는 점점 더 피폐한 삶을 살게 되어 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또한 7월 혁명과 2월 혁명을 겪은 요동치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완성된 이 작품에는 작가 밀레가 바라보는 현실에 대한 자신의 복잡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듯하다.

일반적으로 ‘밀레’라고 알려진 그의 정식이름은 장-프랑수아 밀레(Jean-Francois Millet)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자란 밀레는 어릴 적 목사님으로 부터 신앙과 문학, 라틴어를 배웠다. 그는 19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여 후에 ‘바르비종파’(The Barbizon School)를 만들어 활동했다. 이 화파는 프랑스 파리의 근교 ‘바르비종’에 모여 전통적인 화풍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시골의 농부들을 그리는 화가들의 모임이다.

작품, ‘만종’(晩鍾)의 원제는 ‘랑젤뤼스(L’Angelus’)인데 카톨릭의 ‘삼종기도’ 즉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드리는 기도를 의미한다. 만종은 저녁에 드리는 기도로 하루 일과를 마친 부부가 멀리 교회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은 가로가 55.5cm이고, 세로가 66cm 그리 크지 작품인지만 그 울림은 어떤 작품보다 크게 울려 많은 사람들에게 평온함과 위로를 전해준다. 또한 이 작품이 주는 아우라 때문에 박수근 화백은 12살 때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한편, 초현실주의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이 작품이 자신에게 항상 불안과 슬픔을 안겨주었다고 하여 ‘만종’에 대한 편집증적인 관심과 비판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자신의 작품으로 새롭게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달리는 그림 중앙에 있는 감자 바구니가 실은 아기의 시체를 담은 관이라고 주장하고 급기야 X선 투사로 증명하고자 했다. 이것 때문에 현재도 정확한 근거 없이 루머로 사람들에게 떠돌고 있는 것이 작품이 주는 깊은 울림을 상쇄시켜 안타깝다.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사순절을 보내는 묘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립되어 있는 듯 한 삶, 사회적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 게다가 마음껏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없어 텅 빈 교회. 씁쓸한 감정으로 밀레의 만종을 보며 하나님 앞에서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날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의 종소리처럼 우리에게 다가오시며 말씀하시는 주의 음성을 더 깊이 있게 듣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하트빌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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